박근혜 대통령 신년기자회견 뒷 이야기

- 진보성향 매체 빠진 이유 들어보니… “따로 할 말 없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후 316일만에 첫 내외신 기자회견을 열었다.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일각에서조차 ‘불통’이라는 비판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관련 질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면서 대국민 설득작업을 벌였다.

특히 야권에서는 신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일문일답 시간에 소위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가 하나도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의구심을 표출했다. 한 마디로 ‘입맛에 맞는 매체와 짜고 치는 고스톱’ 기자회견이었다는 시각이다.

 이슈·질문 청와대와 협의해

하지만 본지가 진보 성향의 청와대 출입 기자에게 기자회견 과정 전말을 확인한 결과 야당의 시각처럼 ‘편파적’으로 기자회견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생방송으로 이뤄지는 대통령과 일문일답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각 통신사(1), 방송사(2), 중앙지(2), 경제지(1), 지방지(2), 인터넷(1), 종편(1), 외신(2) 별 간사단이 질문지를 취합해 청와대 실무진과 사전 조율에 들어간다.

관심 이슈가 한정돼 있고 질문도 한정돼 있어 중복되거나 사안이 크지 않을 경우 제외되면 최종본을 가지고 청와대와 협의(청와대 출입기자는 협의 아닌 통보라고 주장)해 결정되면 질문 배정과 순서를 정해 질의응답이 이뤄진다.

실제로 보수신문이건 진보성향의 신문이건 질문에 있어서는 문제 제기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자신이 어떤 질문을 할지는 이미 정해졌기 때문에 그 순서에 맞게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선정에 있어서는 잡음의 소지가 있다. 이번에 질문 배정된 매체는 순서별로 보면 연합뉴스-MBC-동아일보-매일경제-대구일보-뉴데일리-채널A-로이터 통신-세계일보-중부일보-YTN-중국 CCTV순이었다.

연합뉴스의 경우는 청와대 기자단 총괄간사를 맡고 있어 예우상 첫 번째 질문자로 선정됐다. 신문의 경우 ‘사다리 타기’로 동아일보와 세계일보가 당첨돼 그 뒤를 이었다. 경제지 역시 ‘제비뽑기’로 매일경제가 배정됐다. 가장 논란이 일었던 인터넷 매체의 경우에는 소위 말하는 ‘뺑뺑이’(사전 결정된 순서대로 결정)로 뉴데일리가 결정됐다.

지방지의 경우 지방지 간사인 대구일보에 하나가 배정됐고 나머지는 수도권 소재 중부일보가 배정받았다. 종편 역시 중앙지와 겹쳐 논란이 일었지만 한 장이 배정돼 종편간사가 있는 채널a가 선정됐다. 결국 동아일보의 경우 두 명의 소속 기자가 질문을 한 셈이다. 외신은 영국 로이터와 중국 cctv가 배정받았다.

 ‘폰정치’, “숨막힐지 모르지만…”

외형상 보수일색의 신문이 다수였고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cbs 등 평소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는 배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진보 성향의 한 매체 출입기자는 “청와대내에서는 배정관련 이견이 없다”며 “우연찮게 그렇게 된 것이고 청와대가 간섭할 수 없는게 방송사면 방송사, 인터넷이면 인터넷 자체에서 룰을 결정하기 때문에 뒷말이 나올 수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가 질문 배정 매체에 영향을 주거나 개입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면 외신 기자 선정에서는 다소 잡음이 일었다. 일본 기자들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박 대통령에게 다가가 “우리도 질문을 하고 싶었는 데 왜 배려해 주지 않았느냐”며 악화딘 한일관계로 인해 정치적 고려를 한 게 아니냐는 항의를 했다. 박 대통령은 “시간이 많지 않아 외신 질문을 2개만 받았다”고 해명을 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직 청와대 대변인실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한일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자칫 민감하거나 양국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질문을 받을 경우 오히려 국익에 도움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질문 배정을 하지 않은 게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기 위한 것으로 칭찬 받을 일”이라고 평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필두로 ‘불통’을 해결하기위한 ‘식사정치’와 ‘폰 정치’를 계속 할 것임을 선언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후 7일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의원.당협위원장 230여명과 만찬을 한데 이어 8일에는 당 상임고문단 30여명과 저녁을 먹었다.

또한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듯 저녁시간 이후 폰정치를 통해 국민들 민원을 해결하기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보세여 박근혜입니다’로 시작하는 폰정치관련 박 대통령은 “저녁을 먹고 퇴근하고 나면 관저에서 보고서를 보면서 장관, 수석과 수시로 통화한다”면서 “어떤 분들은 숨막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민원이라든가 국민들이 힘들어하는 것들이 해결돼서 기뻐하고 편안해 하면 그보다 즐거운 일이 없다”고 ‘폰정치’를 계속할 것임을 강조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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