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 매각 과정에 대한 각종 의혹이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해태제과 소액주주들은 지난 2001년 9월 해태제과를 외국기업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채권단 등이 각종 불법을 행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 해태제과 주권쟁취 투쟁 위원회(이하 투쟁위) 소속 소액주주들은 최근 매각과정에 대한 12가지의 의혹을 제기하며,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특히 이들은 매각과정에 대한 정·관계 연루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채권단, 인수회사 등은 “당시 매각과정은 철저히 시장논리에 의한 것이었다. 어떠한 외압이나 부당행위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내아닌 홍콩서 취한 비밀단독 입찰방식 ‘이면거래설’ 뒷받침매각주도회사와 구여권 실세 K·L씨와의 친분관계도 수상쩍어지난 1945년 설립된 뒤 유명 제과 브랜드로 명성을 날렸던 해태제과. 그러나 지난 97년 11월 부도 이후 급격한 쇠락의 길을 걸었다. 결국 지난 2001년 9월 UBS 컨소시엄(참여회사 CVC, JP모건, UBS캐피털)이 해태제과를 인수하게 됐다.소액주주들과 일각에서는 매각과정에 대해 많은 의혹과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 우선, 해태제과 매각이 치밀한 계획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주총 한번 없이 ‘타이거 프로젝트’라는 짜여진 각본에 의해 매각이 이뤄졌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또 매각대금이 과연 적정했느냐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국제적 공인 감정 평가기관인 ABN- 암로사가 실사 평가한 계속기업가치가 1조2,00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는 해태제과를 헐값에 매각한 것은 업무상 배임행위라고 지적했다.특히 지난 99년 제3자에 매각된 해태음료의 경우 해태제과의 자산, 매출액 등에 비하면 그 가치가 1/3 수준 밖에 안되는데도 매각금액이 차이가 없는 것에 대한 정확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이에 대해 해태제과를 인수한 현 해태제과식품(주)관계자는 “당기 매각대금은 철저한 시장원리에 의해 이뤄졌다. 회사를 인수하려는 측과 매각하려는 측과의 적정한 가격에서 입찰이 이뤄진 것”이라며 “해외 언론 등에서는 해태제과 매각과정과 대금에 대해 가장 잘된 협상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액주주들은 “채권단이 해태제과 자산매각시 24개사가 공개 입찰을 통해 참가했다고 발표했지만, 결과적으로 최종입찰일에 입찰회사를 발표하지 않은 채, 그것도 국내가 아닌 홍콩에서 비밀 단독 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며 “이로 인해 채권단과 인수회사간 이면거래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매각에 대해 이를 주간한 ABN- 암로사가 알아서 처리했을 뿐, 채권단은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면거래 의혹에 대해 부인했다.이와 함께 소액주주들은 채권단이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가시세를 조종’했다는 의혹도 주장하고 있다. 부도이후, 언론 등에서는 해태제과가 회생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왔다.

‘해태제과 부도 이후 경영정상화 기미 보인다’등의 희망적인 기사들이 나왔던 것.이에 따라 사람들은 ‘해태’라는 ‘브랜드’ 가치를 믿고, 장기적으로 회사가 회생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사게 됐다. 부도 이후에도 수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이 주가가 내려가는데도 회생을 믿고 주식을 계속 사들이게 된 것. 그러나 결국 해태제과가 매각되고, 정리매매를 끝으로 해태제과는 주식시장 거래소에서 사라졌고 보유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이 과정에서 채권단의 횡포가 심했다는 것이 소액주주들의 주장. 즉 채권단은 이미 매각 방침을 정해 놓고 아무런 자구 노력 없이 주식 등을 모두 팔아 치웠고, 소액주주들은 휴지나 다름 없는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 실제로 해태제과는 여러번에 걸쳐 증권거래소에 자산매각방식(P&A)으로 처리한다는 것을 공시했다.

하지만 시중에 기업인수합병(M&A)으로 소문이 나면서 주가가 올라가자 조흥은행은 출자전환으로 보유한 주식을 모두 팔아치워 채권회수의 기회로 활용했다.해태제과는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상태여서 주식은 사실상 가치가 전혀 없는 상태였다. P&A를 골자로 한 정리계획안이 법원에서 승인되면서 결국 주식을 보유한 소액투자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당시 P&A라는 사실을 몇차례 공시했지만 채권단 등으로부터 M&A 성사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지속적으로 흘러나오는 등 주가시세를 조정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그동안 ‘대주주 지분변동을 공시하지 않은 점’, ‘우월적 지위를 이용 미공개 내부정보를 활용해 주가시세를 조종한 점’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채권단을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상태다.주가시세 조정 의혹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의혹제기에 대해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 이미 검찰 등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 등 당시 거래는 정당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도 “주식 투자의 실패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있는 만큼, 소액주주들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소액주주들은 특히 매각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채권단 고위 관계자인 A씨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소액주주인 S씨는 “수많은 국내외 매각주간사중 하필이면 A씨의 친척이 근무하는 회사가 해태제과 매각에 주도적으로 나섰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게다가 당초 매각대금보다 헐값에 매각됐음에도 수수료로 수십억원을 주었다면 이에 대한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A씨의 배후에는 구 여권의 실세인 K씨와 L씨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를 이용, K씨와 L씨 등이 막대한 이득을 취한 것이란 의혹이다.소액주주들은 K씨와 L씨 등이 재경부와 금융계에 조직적으로 개입,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하는 등 해태제과 불법매각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이런 의혹은 A씨와 K씨, L씨 등이 같은 동향으로 평소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 때문에 불거지고 있다. A씨가 금융계의 큰손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K씨와 L씨의 입김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액주주들은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해태제과 매각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진행됐던 관계대책 회의의 내용을 밝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K씨 등과 A씨의 관계에 대한 얘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K씨가 해태제과 매각과정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없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치권 관계자도 “당시 K씨가 해태제과 매각과정에 개입할 만한 위치도 그럴 이유도 없었다”며 “지난 정권 부정부패가 만연, 이를 연계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그러나 이 관계자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와 해명으로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액주주인 J씨는 “개인소액주주들과 국민들을 우롱하고, 해태제과를 헐값에 매각한 배후에는 막강한 권력이 있었다는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검찰의 엄정한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J씨는 “매각 과정에서 외압이 작용했으며, 권력형 비리의혹도 있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조사를 기피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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