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글로벌시대’에 맞춰 우리 나라에서도 국제결혼이 증가추세에 있다. 국제결혼을 통해 행복한 가정을 꾸미는 경우가 많지만, ‘불법알선업체를 통한 사기 결혼’, ‘아내의 가출’ 등으로 가정이 파탄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차이 등을 이겨내고 성공한‘국제결혼’을 하기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 <일요서울>에서는 국제결혼의 실패 사례를 통해, 국제결혼의 허와 실을 진단해 봤다.불법 알선업체서 허위 경력 조장 … 러시아 댄서 출신 많아결혼 1주일만에 쇼핑으로 천만원 날리고 잠적한 조선족도국내에서 마땅한 결혼상대자를 만나지 못한 한국 남성들의 경우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런 남성들을 잡기 위해 국제결혼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

국제 결혼 알선업체들은 대부분 소규모로 서울에만 어림잡아 1,000여개, 전국적으로 3,000여개 이상이 영업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업체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외국 여성들의 국적은 중국과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로부터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까지 확대되고 있다.그러나 아직도 불법알선업체에 의한 피해 사례 등으로 국제결혼의 부작용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업체와 짜고 국제결혼한 뒤 도망치는 아내’, ‘경력을 허위로 기재한 사기결혼’ 등 그 피해가 만만치 않다.불법 업체에 의해 피해를 입은 남성들이 최근 인터넷에 국제결혼시민모임(www.anti-wedding.com)을 개설한 뒤, 자신들의 피해사례들을 털어놓고 정보도 교환하고 있다. 이 모임 등을 통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국제결혼 피해 남성들의 사연을 국가·지역별로 살펴봤다.

▶러시아 및 중앙아

시아올해 42세의 P씨. 늦은 나이에 국제결혼을 하게 돼, 상당히 들떠 있었지만, 기쁨도 잠시. 우즈베키스탄 조선족인 아내는 결혼 1개월만에 가출했다. 한달간 결혼생활을 통해 P씨에게 남은 것은 거의 없다. 아내는 결혼하자마자 돈 씀씀이가 커졌다. P씨는 “아내는 1주일만에 1,000만원을 쇼핑으로 날리고, 드라이브 나가자는 등 사람을 괴롭힌다. 잠자리도 거부하고 티격티격 시비를 걸었다”며 “이에 화를 내자 기다렸다는 듯 짐을 싸가지고 가출했다”고 밝혔다.결국 아내가 가출하면서 패물과 집에 있는 물건 등 모두들고 도망갔던 것.그는 불법 알선업체에 속아서 결혼했다며 분노하고 있다. 그는 “업체와 짜고 국제결혼을 한 것처럼 꾸민 것. 아내의 진짜 목적은 한국에서 돈벌기 위한 것”이라며 “국제결혼은 충분한 마음가짐과 준비가 없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국제결혼에 한번 실패한 J씨. 그는 중앙아시아 국가 여성과 다시 한번 결혼, 행복한 가정을 꾸리려 했지만 이 또한 실패로 돌아갔다.

G 결혼알선업체를 통해 만난, 갈색 눈, 하얀 피부의 여인 N씨. 업체에서는‘고등교육을 마친 여성으로 교회도 꾸준히 나가는 순종적인 여인’이라고 소개했다.처음 맞선자리에서 N씨는 업체의 말대로 선하고 착한여성 그대로였다. 그러나 한국에 입국한 뒤 일주일이 지나면서 N씨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J씨는 “아내는 한국에 오자마자 머리를 노랑색으로 염색을 하고, 못 피운다는 담배를 연신 피워댔다. 사치를 모르는 수수한 여성 이미지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교회를 다닌다는 것도 거짓말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이 때부터 J씨는 결혼알선업체가 N씨의 경력을 뻥튀기해 소개시켜줬다는 것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욱 놀란 것은 그 다음부터.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아내 N씨가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 J씨가 한국말을 어디서 배웠느냐고 따져 묻자 N씨는 처음에는 “한국 교회에 공부하러 왔다가 한국말을 배우게 됐다”고 변명했다.

그러나 교회에서 한국말을 배웠다기에는 그녀의 표현이 거칠었다. 다시 추궁하자 “브로커에게 3,000달러를 주고 일주일관광 비자로 무작정 입국, 1년을 불법체류하다 러시아로 강제출국당했다”고 털어놨던 것.J씨는 “더 이상 아내의 한국내 생활을 추궁하지 않았다. 아내의 생활을 변화시켜 다시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하지만 결혼업체에 속은 생각을 하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이처럼 업체에서는 상대 여성의 ‘이력’을 속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또다른 J씨도 업체의 ‘경력 뻥튀기’에 속아 결혼한 경우. 업체에 속아, 한국에서 댄서생활을 하던 L양과 결혼한 J씨는 결혼생활이 원만치 못하자, 이혼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결혼업체에서는 계약 약정을 들어 “이혼 후 러시아로 되돌려 보내려면 비행기표와 위자료로 1,500만원을 줘야 한다”고 협박(?)해, J씨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남아시아

같은 아시아 계통이고, 문화차이가 별로 없는데다 여성들이 순종적이라는 얘기가 퍼지면서 한국 남성들이 최근‘국제결혼’을 위해 찾고 있는 곳이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쪽이다.그러나 이곳에서도 일부 업체들의 횡포로 사기결혼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민모임에 자기 오빠의 사연을 남긴 K씨.그녀의 오빠 K씨는 시골에서 노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짓느라 혼기를 놓쳤다. 이로 인해 국제결혼을 결심하게 됐다. A 국제결혼업체에서는 ‘필리핀 여성과 결혼하면 900만원이면 모든게 다 해결된다”며 K씨를 유혹했다.그는 ‘결혼’이라는 환상(?)속에서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부터 그의 시련은 시작됐다.

현지에 도착하자 업체에서는 갖은 명목으로 돈을 더 요구했고, K씨는 한국의 노부모에게 돈을 계속 송금 받아, 업체에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가 쓴 돈은 1,700만원. 업체가 처음 제시한 금액보다 두배이상의 경비가 들었다.더욱 어이없는 것은 업체가 처음 K씨에게 소개시켜주기로 약속한 여성은 없고, 다른 여성들과의 소개만 이뤄졌다는 것.이에 따라 K씨는 환급을 요청했지만 업체의 거부로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K씨는 본래 마음에 두었던 여성이 아닌 다른 여성과 결혼해야 했다. 업체의 횡포로…. K씨 가족은 업체의 횡포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관련 단체에 고발한 상태다.동남아쪽 여성과 결혼을 하려다 피해를 본 A씨는 “현지 브로커들이 남편이 결정된 여성들로부터 금전적 대가 대신 성상납을 받기도 한다는 의혹도 있다”며 “특히 한국까지 찾아와 성상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폭로했다.

▶중국

한국 남성들이 ‘국제결혼’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으로, 그 만큼 피해 사례도 많다. 30살의 N씨는 중국 조선족과 결혼, 행복한 가정생활을 꿈꿨지만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업체의 소개로 만난 B씨와 결혼함과 동시에 그의 불행은 시작됐다. 지난해 말 결혼을 하고 첫날밤부터 일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결혼생활을 설계하던 첫날밤, 아내의 몸에서 커다란 수술자국을 발견한 것.아내는 “난소제거수술 자국”이라고 답변했고, N씨는 이를 믿었다. 그러나 한국에 도착, 사정을 알아보니 그것은 제왕절개수술자국이었던 것.N씨는 “아내가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혼업체에 속은 것이 원통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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