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정보지 소위 말하는 찌라시관련 국내 영화가 만들어져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연예인 특히 미모의 여성 연예인의 죽음에 따른 찌라시의 폐해를 집중 조명할 전망이다. 기자가 처음 찌라시를 목도한 것은 2000년대 초반 경제부 기자 선배가 중요한 정보인 듯 조심스럽게 메일로 건넸을 때다. 당시 A4용지 60여페이지에 정치, 정부, 검찰, 언론 관련 은밀하고 사적인 내용부터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민감한 얘기가 실명으로 나와 마치 사실처럼 여겨졌던 기억이 난다.

특히 정치부 기자 초년병으로선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고급 정보가 적쟎았다. 취재할 필요도 없이 정보지를 보고 아이템을 잡어 기사화해도 될 정도였다. 하지만 선임 기자들은 참고만 해라며 기사화하는 것에 신중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확인 취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나는 경우가 카더라식보다 많았기 때문에 찌라시에 대한 유혹에서 쉽게 벗어나기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기사화하지 않더라도 취재원과 만나 가십거리삼아 대화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뭔가 아무도 모르는 정보를 나만 알고 있는 듯한자만에 빠지기도 했다. 착각에 빠졌다가도 아니면 말고식 대화로 넘기고 사실일 경우 단독보도를 할 수도 있어쪽박과 대박사이의 위험한 대화가 이뤄진 셈이다.

이런 대화는 기자와 취재원과 관계가 전보다 돈독해진다는 점에서 또 다른 유혹이었다. ‘찌라시정보 자체가 구하기 힘든데다 고급정보였고 유통망 역시 한계가 있어 받아보는 사람들이 적었다. 내공이 있는 사람만 갖고 있는 특권처럼 보였다. 그래서 찌라시 좀 달라는취재원들에게 골라 주면서 으쓱해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찌라시 시장의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일단 찌라시자체가 거의 사라졌다. 있는 찌라시도 정보의 질이 한참 떨어져 책상위에 인터넷에 SNS에서 쉽게 볼수 있다. ‘찌라시시장 위축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 제공할려는 자가 없다는 데 있다. 노무현 정권을 지나 이명박 정권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 이르면서 비밀’, ‘보안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높아진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정부 요직 인사를 맞추려고 언론사가 상금을 걸 정도다.

두 번째는 정보를 받을려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만드는 사람은 적어지고 요구하는 사람은 여전하니 만들기는 하지만 이 높을 수 없다. ‘박리다매로 판매하거나 짜깁기식 찌라시가 넘쳐나면서 시장이 더 죽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일하게 여전히 제값을 받는 동네가 바로 경제계와 연예계. 경제가 힘들고 먹고 살기 힘든 현실에 서민들은 정치나 사회 이슈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경제나 주식관련 정보 역시 경기가 호황일 때 개미 투자자들도 관심이 있지 불경기가 지속되는 데 투자할 이유가 없다.

결국 돈과 권력이 있는 일부 인사들에게 고급 정보가 독점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당연히 돈과 권력 양쪽을 다 관통하는 연예인들이 찌라시 홍수속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툭하면 터지는 연예인 성추행, 성매매, 임신설, 스캔들 사건은 여전히 대중들로부터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찌라시 제공자들이나 일반인들이 연예계 가십거리로 몰릴 수밖에 없고 변종들이 넘쳐날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라는 의문이 들만 하다. 결국 찌라시도 정보의 한 형태다. 정보는 만인에 평등하게 주어줘야 한다. 소수가 독점하면 폐해는 더 크다. 찌라시라고 공격하면서 정보가 특정 권력과 돈 많은 사람에게만 몰리는 것은 더 위험하다. 일반 대중들에게는 가끔 연예계소식이나 그것도 카더라식정보를 흘려 혼을 빼고 추후에 아니다라고 국민들을 허무주의에 빠지게 만드는 것은 범죄다. 사실 찌라시고급정보는 백짓장 차이다.

10년전 찌라시는 고급정보에 가까웠지만 일반인과 가십거리용으로 자주 활용됐다. 술 좌석에서 취재원이나 친구들과 농담삼아 얘기하고 끝났다. 사실일 경우에는 반드시 확인을 하고 공개했다. 찌라시 내용이라고 무시하거나 경도되지 않았다.

지금 박근혜 정권 청와대 핵심 참모로 가 있는 인사가 박 대통령이나 자신이 모시던 영감 관련 곤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기자한테 한 말이 있다. “홍부장은 왜 시중에 떠도는 찌라시 내용 같고 얘기해고 그래~ 아마추어처럼~” 그러나 정작 곤란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준 기억은 없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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