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숙 송선미 서세원 수사보고 들여다보니…

“장자연 문건 의견 교환했을 개연성 있다” 보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지난 2009년 3월 7일. 경기도 성남 분당에 살았던 장자연은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잠정 결론냈다. 그러나 장자연 문건이 공개되면서 지금까지도 법정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은 여전하고, 명확하게 밝혀진 진실도 없다. 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도 등장했다. 그러나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은 여전히 미스터리다. [일요서울]은 장자연 사건을 수사했던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이 경찰서장에게 보고한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 여기에는 연예인 3명에 대한 수사보고 내용이 담겨 있어 눈길을 끈다.

▲ (왼쪽부터) 이미숙, 송선미, 서세원

[일요서울]이 입수한 분당경찰서 수사보고서는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을 당시 작성됐다. 이 보고서는 연예인 이미숙·송선미·서세원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자살 원인에 3명이 관여되었다는 정황이 있어 수사보고를 한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장자연, 문건 돌려 달라 요구

이 보고서에서 주목되는 점은 이미숙의 자살 원조 또는 방조 혐의에 관련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형사과장이 경찰서장에게 제출한 보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배우 이미숙과 B 대표가 장자연이 A 대표의 약점을 문서로 작성하도록 조장하는 내용의 의견을 교환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획사 B 대표는 송선미의 남편 K씨의 자금을 공급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B 대표는 연예기획계통에 경험이 일천한 자였고, 때문에 중량급인 이미숙, 송선미 등을 소속 연예인으로 둘 능력이 없었다.

당시 형사과장은 보고서를 통해 “사건의 발단은 이미숙이 도피 중인 A 대표의 기획사와 계약 만료 전에 송선미, B 대표와 공동으로 나와 기획사를 차리게 됐다”며 “이에 감정이 나빠진 A 대표는 이미숙의 치부를 건드렸고, 이미숙은 A 대표를 연예계통에서 추방하려 했다. 또 이미숙은 A대표가 자신의 약점을 잡고 협박해 올 것에 대비해 그에게 당한 피해사실을 기록한 문건을 B 대표에게 작성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장자연이 문건을 돌려받으려 했으나 돌려받지 못한 것에 대한 괴로움으로 자살했다는 내용이다.

형사과장은 보고서에서 “장자연은 A 대표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으로 문건을 작성했다. 장자연은 평소 친하게 지내던 L씨에게 상황을 털어놨고 L씨는 ‘너의 치부인데 왜 작성하느냐’고 나무랐다. 이후 장자연은 B 대표에게 수회에 걸려 돌려달라고 요구하였다”고 했다.

이어 “B 대표는 이를 거부하였고, 오히려 협박을 했다. 이로 인해 장자연은 괴로워 하다가 자살을 하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경찰이 B 대표의 휴대폰 메시지를 복구한 결과 장자연은 문건을 2009년 2월 28일 작성하였고, 하루 전인 2월 27일 11시경 이미숙이 B 대표에게 “저녁에 시간내라~~저녁 먹자^^”라는 문자를 보냈다.

또 장자연과 평소에 친하게 지낸 L씨도 경찰 진술에서 “장자연이 문서를 작성할 때 다른 연예인들이 작성한 문건들을 많이 봤었다. 심지어 같이 활동한 Y씨가 작성한 문건도 봤기 때문에 편한 마음으로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세원 송선미 강요 미수 혐의

이 뿐만이 아니다. 형사과장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송선미, 서세원의 강요 미수 혐의도 거론됐다. B 대표가 기자회견을 못하게 했다는 것.

이에 대해 형사과장은 “이미숙과 송선미는 A 대표에게 공동 대응하기 위해 B 대표를 시켜 문건을 작성케 하였다. 장자연이 자살한 후 B 대표가 공공의 적을 운운하면서 각종 언론 매체에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는 사실은 안 송선미는 문건이 언론에 공개되어 수사가 개시되면 문건 작성 동기 등이 형사적으로 문제가 될 것을 우려했다”며 “이를 서세원에게 부탁했다”고 보고했다.

이어 “서세원은 관리대상 조직 폭력배 M파 K씨 등 4~5명을 앞세우고 서울 소재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B 대표(서세원과 일면식도 없음)에게 나타나 은근히 협박조로 기자회견을 못하게 강요하였다”고 덧붙였다. 

형사과장은 마지막으로 통신수사가 필요한 사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B 대표의 통화 내역에서 이미숙, 송선미, 서세원의 핸드폰 번호를 확보했고, 통화 내용을 파악하여 사실 확인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그 당시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미숙, 송선미, 서세원에 대한 내사를 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사건은 지금도 진행형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 22일 후 경찰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당시 ‘3명 입건, 5명 입건 후 참고인 중지, 1명 기소중지, 4명 내사중지, 4명 불기소, 3명 내사종결’이었다. 이후 A 대표가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3개월여 후. 2009년 7월 10일 경찰은 ‘구속 1명, 사전구속영장 신청 1명, 불구속 5명 등 7명을 사법처리하고 13명은 불기소 또는 내사종결한다’는 내용의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회 유력인사들은 증거부족 등의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한편, 그 당시 장자연 사건은 전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장자연이 작성했다는 성상납 폭로 문건이 공개돼 한국 사회가 발칵 뒤집어졌다. 단순 연예인 자살 사건이 초대형 스캔들로 번졌던 것이다.

일명 장자연 리스트라 불렸던 문건에는 ‘어느 감독이 골프 치러 올 때 술과 골프 접대를 요구받았다’, ‘룸살롱에서 술접대를 시켰다’,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았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를 두고 ‘성상납과 술시중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은 여성 연예인이 남긴 폭로성 유서다’, ‘법적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준비한 자료다’ 등의 온갖 추측이 나돌았다. 또 언론사, IT기업, 금융업체 대표는 물론 연예계와 재계 인사들이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신도 술접대 자리에 불려간 적이 있다는 등의 여성연예인들의 폭로도 잇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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