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복무시 성적 접촉 행위 경험 9.1%교도소·찜질방 수면실서 성폭행 빈번‘군대 가기가 무서워!’최근 잇따라 병영내 성폭력사건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동성간의 성폭력은 군대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게 성폭력 상담소측의 전언. 교도소 역시 점점 심각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찜질방, 사우나 수면실 등에서도 동성간의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동성 성폭력 역시 이성 성폭력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커다란 정신적인 후유증을 안겨주고 있으며 심지어는 그 후유증에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위험수위를 넘고 있는 동성간의 성폭력 실태를 진단했다.서울 K대 4학년에 다니고 있는 이성헌(가명·25)씨는 최근 잇단 군대내 성폭력 사건을 지켜보면서 숨기고 싶었던 과거 기억이 떠올랐다. 훈련소 생활을 끝내고 강원도의 모 부대로 가게된 이씨는 첫 날부터 내무반 선임 병장의 동침파트너였다.

고참이 시키기에 무조건 선임병 옆에서 자기는 했지만, 이씨는 하루하루가 악몽이었다. 몸을 더듬는 것은 물론 마치 성행위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몸에 바짝 밀착하는 선임병으로 인해 이씨는 수치심에 탈영까지 생각하며 고민했던 것. 2개월여 동안 선임병과 동침하던 이씨는 자신의 후임병이 들어오고서야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때의 기억은 지금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는 상처를 주고 있다. 최근 이처럼 군대내 성폭력 문제가 사회이슈가 되고 있다. 포상휴가를 받고 4박5일간의 휴가를 나왔다가 지난 9일 자살한 육군 71사단 소속 김모 상병이 선임병으로부터 강제 성추행을 당해왔던 사실이 군 수사기관에 의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던져준 것. 그러나 이같은 군대내 성폭력은 밖으로 공개되지만 않았을 뿐 예전부터 비일비재했다는 것이 성폭력 상담소들의 주장.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천주교 인권위원회에 의뢰해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동안 현역 사병 및 전역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군인 10명 중 1명이 성적 접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대상 372명 중 34명(9.12%)이 성적 접촉행위를 당했다고 답변했다. 또 ‘복무시 성적 접촉 행위를 당한 적이 있느냐’는 물음에 9.1%인 34명이 ‘있었다’고 답했다. 군대 성폭력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하지만 군대 성폭력의 전체적인 양상은 여전히 감춰져 있다. 이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을 내세우는 군의 특성상 외부로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군대내 성폭력은 계급이 낮은 이병과 일병 등이 주 피해자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 경기도 소재 모부대 대대장 손모(46) 중령은 지난달 초부터 지난 3일까지 10여 차례에 걸쳐 A(21)이병을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바지 속으로 손을 넣어 성기를 만지는 등 성추행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대로 묻힐 뻔했던 이 사건은 A이병이 소속 부대 의무중대장에게 “ 처음에는 귀여워 해주는 것인 줄 알았는데 점점 수치감을 느끼게 됐다”며 “보직을 바꾸어 달라”고 요청하는 과정에서 밝혀진 것.

한국성폭력 연구소 관계자는 “이성간의 성폭력 사건에서도 피해 여성이 쉽게 신고하기 힘들지만 동성성폭력, 특히 계급사회인 군대에서의 성폭력은 선임병의 요구를 거부했을 때 그에 따른 보복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강압적인 요구나 행위에 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군대뿐만 아니라, 교도소도 동성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장소다. 법무부에 따르면 전국 교정시설에서 성폭행 및 성추행 사건으로 징벌 처분을 받는 남성 재소자들이 매년 평균 90∼100명선에 이르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수치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교도소내 성폭력 수치보다 훨씬 적은 것이라는게 인권모임의 한 관계자의 말이다. “주로 조직폭력배 출신 재소자들이 나이가 어리거나 동성애 성향이 있는 재소자들을 상대로 성폭행 등 폭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문제는 피해자들이 보복을 당할까봐 신고를 꺼리는 데다 교도소 쪽도 말썽을 우려해 사건을 적당히 처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O교도소와 K교도소에 수감중이던 20대 재소자 H씨와 O씨 등이 ‘동료 재소자들 한테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진정서가 각각 접수돼 진상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군대나 교도소와 같은 특정공간에서 빚어지는 동성성폭력에서 최근에는 찜질방, 사우나 등 대중공간도 동성 성폭력의 장소가 되고 있다. 동대문 경찰서 관계자는 “상당수 가출 청소년과 노숙자, 그리고 동성애자 등이 24시간 문을 여는 찜질방이나 사우나를 숙소처럼 여기고 있다”면서 “최근 이들에 의한 성추행, 성폭행 사건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강남과 신촌, 수도권 일대 일부 찜질방을 동성애자들이 아지트로 삼고 동성을 공략하고 있어 경찰이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또 몇몇 찜질방은 동성애자들 사이에 파트너 헌팅 장소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동성 성폭력은 자칫 에이즈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대책마련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성폭력은 동성이나 이성이나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면서 “특히 동성간의 성폭력 문제는 에이즈 문제와도 연관될 가능성이 높아 관련기관이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를 비롯해 대처방안 마련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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