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품’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30∼40대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성인용품 소비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흉측하다’며 성인용품을 쳐다보지 않았던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자가 되고 있다. 특히 남편이나 애인들과 함께, 성인용품 매장을 찾는 당당한 여성들이 늘고 있는가 하면 인터넷 성인 쇼핑몰을 클릭하는 여성들의 횟수도 점차 늘고 있다.인터넷 성인 쇼핑몰 성황… ‘섹스숍’에도 여성 발길 잦아섹스에 대한 여성들 적극적 태도 변화 등 시대상 반영 결과불과 10여년전 만해도, 인적이 드문 상가나 한적한 국도변 트럭 등에서 판매되던 ‘성인용품’. 그리고 3∼4년 전부터는 도심의 대형매장이나 대로변에서도 ‘sex shop’이라는 이름의 성인용품점들을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성인용품점을 출입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 사방을 둘러보고 인적이 없을 때를 이용, 섹스숍을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망측스럽다. 흉측하다”며 성인용품에 대한 적대감을 표시하거나, “여자가 어떻게…”라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성문화’개방화에 따른 변화 때문일까.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섹스·성인용품’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섹스에 대한 여성들의 적극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실제로 성인용품점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서울 응암동 K성인용품 K사장은 “최근 여자 고객들이 늘고 있다. 30∼40대 주부부터 호기심에 가득찬 여대생까지 그 계층도 다양하다”고 밝혔다.이어 K사장은 “용품점을 찾는 여성들은 ‘이것은 어디에 쓰이는 것이에요’라는 단순 호기심에서부터 ‘성감대를 높이려면 어떤 물건이 좋아요’라며 구체적인 용품을 요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남편 또는 애인과 함께 성인용품점을 찾아, 필요한 ‘섹스 용품’을 구입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신촌 대학가의 한 성인용품 J사장은 “주로 커플들이 즐겨 찾는다”며 “각종 용품의 쓰임새와 사용방법을 유심히 물어본 뒤, 커플끼리 서로의 의견을 모아 구입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회사원 L(29·여)씨는 “남자친구와의 섹스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 편이지만, 가끔은 색다른 묘미를 찾고 싶어지곤 한다”며 “이럴 때면 남자친구와 상의해 섹스숍에서 성인용품을 구입, 사용하고 있다”고 당당히 밝혔다.회사원 P(34·남)씨는 “아내가 하루는 조루에 좋다며 성인용품을 불쑥 내밀어 당혹했다”며 “당시에는 화도 났지만, 지금은 아내와 성인용품을 자주 애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섹스숍을 찾고 있는 여성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여성들이 직접 거리나 상가에서 성인용품을 구입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에 따라 인터넷 성인용품 쇼핑몰들이 최근 여성들을 향한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성인쇼핑몰은 대략 60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연간 시장규모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불황을 모르고 성황을 이루고 있는 성인쇼핑몰이지만,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영업 대상을 찾아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업체들은 여성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각종 성인용품을 출시하며 ‘여성고객 잡기’에 혈안이다.‘상대 남성을 사로잡는 환상적 물건’, ‘조루 남성을 고려한 여성의 선택’등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문구로 여성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대학생 Y(22·여)씨는 “가끔씩 인터넷 성인 사이트를 찾곤 하는데, 원초적인 어구를 사용해 부끄러운 경우도 있지만, 성인용품을 하나씩 탐색해가며 보는 것이 즐겁다”며 “이제 성인용품도 인터넷 쇼핑을 통해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생활용품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텃넷 성인용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는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여성 성인용품으로는 ‘여성 자위기구’가 꼽힌다.‘자유로운 자세.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실제 테크닉보다 더 실제감을 느낄수 있다’, ‘자유로운 속도조절로 오래도록…’. 등 선정적인 문구와 함께 출시되는 자위기구들에 대한 여성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 “망측스럽다”고 소리를 지르며 사이트를 꺼버렸던 여성들도 최근에는 성인용품을‘클릭’하는 경향이 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 여성자위기구들이 그 생김새나 사용법이 우악스럽고 민망한 것들이라면 최근 자위기구들은 산뜻하고 기발한 용품이 많다”며 “이에 따라 여성들이 자위기구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줄어들었고, 찾는 고객도 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어 “보통 여성 자위기구는 개당 판매가격이 수십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고가제품이지만 최근 이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며 “주요 고객은 독신자 연령인 30대 초·중반 이후의 여성들이거나 남편과의 섹스에 식상한 40대 이상의 주부들”이라고 털어놨다.

이런 경향 때문에 실제로 몇몇 여성포털 사이트에서도 최근 여성용 자위기구를 판매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한 여성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25∼35세 사이의 여성회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 여성 자위기구 등을 포함한 성인용품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성문화가 많이 개방돼 있다고 하지만 이처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성인용품이 인기를 누린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독신여성 K씨는 “상대방의 기분까지 맞춰줘야 하는 섹스보다는 혼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섹스용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며 “과거 여성들처럼 음성적으로 자위를 하며 부끄러워하기보다는 당당히 원하는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여성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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