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자사 앞이나 회장 집 부근에 미리 집회 신고 84%가 열리지 않아 … 정작 하고자 할 사람들 피해‘집회장소 찾기도 힘들어?’최근 들어 집회와 시위가 많아지면서 집회장소를 미리 선점하는 행태가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각종 민원성 시위를 방어하기 위한 위장집회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아이파크 관련 문제로 현대산업개발 정 회장의 집 부근에서 집회를 하려고 했던 봉은사측은 현대 측이 올 12월까지 ‘환경정화캠페인’명목으로 선점해 놓은 탓에 집회장소를 다른 곳으로 돌려야 했다. 그러나 신고만 된 채 해당장소에서는 단 한 차례도 집회가 열리지는 않았다.

이에 봉은사 측은 다른 쪽에 올 12월까지 집회신고를 내 놓은 상태. 또 최근 중앙일보 건물 앞 역시 중앙일보 계열사들이 집회신고를 해 놓고 있어 위장 신고 의혹을 받고 있고 많은 기업들이 미리 자사 앞이나 회장의 집 부근을 집회신고로 선점해 놓는 경우가 빈번하다.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서울역, 여의도 공원, 용산 미군기지 앞 등 인기 집회장소는 올해 말까지 ‘집회 예약’이 끝난 상태다. 현행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은 신고제로 48시간 전에 신고한 단체 1곳에만 선착순으로 허가해 주도록 돼 있어 이같은 집회선점이 가능하다. 집회기간 역시 현행 집시법은 정해진 기간이 없다.

한 장소에 수년 동안 집회신고를 해놓아도 딱히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형편이다. 집회선점에 따른 부작용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장기임대를 해놓은 장소에서 집회를 하기 위해서는 선점한 단체나 당사자의 ‘집회취하서’가 제출되어야 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장소에서 집회를 하고자하는 단체는 장소를 미리 선점한 단체에 집회취하서를 놓고 로비를 하는 일도 종종 벌어진다는 것. 집회 신고만 해둔 채 실제 집회는 열리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경찰청이 지난해 국정감사기간 국회에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전국에서 신고된 집회 5,600여건 중 무려 84%가 열리지 않았다.특히 이 같은 신고 후 미집회사례는 2000년에 68%, 지난해 80%에 달하는 등 해마다 그 비율이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충북지방경찰청이 밝힌 자료에서도 지난 5월말까지 신고된 집회건수 2,712건 가운데 실제 열린 집회는 불과 275건으로 10%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내 일선 경찰서 정보과 김모 형사는 “현재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한 장소에 몇 년 동안이나 집회신고를 할 수 있어 정작 그 장소에서 집회를 하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집회기간에 대한 규제 등 현행 집시법의 일부를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