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전남 여수 경찰서에는 40대 여성이 찾아와 자신의 범행 일체를 실토했다. 그녀는 “괴한이 감전기를 들고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고 남편이 경찰에 신고한 사건의 범인이었던 것. 그녀가 사건의 진실을 진술해나가자 경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태껏 남편을 죽이기 위해 그녀는 역술인에게 돈을 주고 ‘굿’,‘부적’,‘교통사고위장’, ‘연탄가스 질식’등 갖가지 엽기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그녀는 살인미수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외간 남자와 바람 피우다 들킨 이후 자신 의심하는 남편죽이려 작정역술인과 짜고 교통사고 위장·연탄가스 질식 등 갖가지 방법 동원 “제가 남편을 죽이려고 그랬습니다.”바람 피우다 들킨 이후 자신을 의심해온 남편을 죽이려던 40대 마누라가 경찰에 구속됐다.

전남 여수경찰서는 지난 22일 역술인 2명을 동원해 남편 죽이기에 나섰던 엽기마누라 김순미(가명·43)씨를 살인미수혐의로 구속했다. 또 김씨의 돈을 받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김씨를 죽이려고 했던 역술인 황기성(가명·51)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7월 경 다른 남성과 바람을 피워오다 남편에게 들통나고 만다. 이 일로 그녀는 남편으로부터 잦은 폭행과 늘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며 생활했다. 부부관계 역시 회복되지 않았지만, 자식문제로 인해 헤어질 수도 없는 입장이라 두 사람은 앙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가정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나 김씨는 남편의 눈초리를 감당하기 힘겨웠다. 이에 평소 역술인을 찾아가 점을 보는 것을 좋아했던 그녀는 단골 역술인 A씨에게 이 문제를 상의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적을 사고 여러 가지 주술적인 방법을 사용했지만 남편이 행동은 특별히 달라진 게 없었다.

김씨는 이에 커다란 결심을 하게 된다. 역술인 A씨에게 ‘남편을 죽여달라’고 요청한 것. 하지만 A씨는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특별하게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A씨는 궁리 끝에 신문 광고에 나온 역술인 광고를 보고 서울에 있는 역술인 황씨에게 전화 다이얼을 돌렸다. 그는 황씨에게 “우리 고객 중에 ‘남편을 죽여달라’고 요청한 사람이 있다”며 “방법이 있으면 조언을 해달라”고 상의했다. 황씨는 A씨의 말을 듣고 “부적이나 굿을 하면 죽일 수 있다”는 말을 하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A씨는 여수에서 서울로 올라와 황씨를 찾았고 두 사람은 이 문제를 상의한 후 황씨가 2월 초순 경 여수로 내려오게 된다. 황씨를 만난 김씨는 3∼4일 안에 남편을 죽이는 조건으로 선뜻 5천만원을 일시불로 줬다. 자신 있어 했던 황씨. 그러나 부적을 쓰고 계속 굿을 해도 김씨의 남편은 건강하게 생활할 뿐이었고 김씨는 “굿을 했는데 왜 남편이 멀쩡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에 굿으로써는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한 황씨. 그는 다른 시도를 계획했다. 교통사고로 위장해 일을 치르기로 결심했다. 황씨는 봉고차를 이용해 김씨의 남편을 미행하며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황씨는 김씨를 도저히 죽일 수 없었다. 눈앞에서 지나가도 손이 떨리고 두려움에 차를 움직일 수 없었던 것. 이렇게 하기를 5차례. 황씨는 결국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갔다. 하지만, 김씨의 항의와 독촉 전화는 점점 거세어져 갔다. 돈을 받았으면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라는 것. 거듭된 김씨의 전화 공세에 부담을 느낀 황씨. 그는 마지막 방법을 사용하기로 계획했다. 황씨가 생각해 낸 것은 연탄가스 질식사였다. 또 보다 확실한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 전기 감전기를 준비하고 여수로 향했다. 예행연습을 거쳐 모든 준비를 마친 황씨와 의뢰인 김씨. 두 사람은 지난 10일 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김씨가 사전에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여 김씨의 남편은 잠에 취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연탄불을 방안에 피워 가스 중독사를 유도했다. 그러나 남편이 잠에서 깨어나 실패했다. 김씨의 남편은 두통만 호소할 뿐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이에 김씨는 ‘남편이 알았을까봐’서울로 도망친 황씨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 일을 남편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며 “다시 하자”고 내려올 것을 종용했고, 황씨는 무거운 발걸음을 이끌고 지난 12일 다시 여수로 향했다. 김씨는 남편에게 다시 수면제를 먹여 잠에 빠지게 만들었고, 두 사람은 13일 새벽 마당에 있던 전기차단기에서 안방까지 전선을 연결했다. 전기감전사를 시도한 것. 이에 각목에 쇠막대기와 함께 묶은 감전기를 만들어 범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남편은 김씨가 물에 적신 목욕 타월을 자신에게 덮는 순간 놀라 깨어났다.

두 사람은 놀라 곧 바로 달아났고, 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상태였던 남편의 눈에는 감전기를 들고 있는 괴한이 자기 아내를 납치해 가는 것으로 보였다. 남편은 아무것도 모른 채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오고 있는 것을 느낀 부인 김씨. 두려웠던 그녀는 결국 제발로 경찰서를 찾아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편 경찰에 붙잡힌 역술인 황씨는 “사람을 죽이는 일이라 안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면서 “죽이려고 해도 막상 시도를 하면 손이 떨려서 못했던 적이 많았다”고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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