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다툰 동창생을 6년만에 만난 20살 여성이 친구를 칼로 찔러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24일 친한 친구였던 이 모양(20)이 6년 전 자신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렸고, 이로 인해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며 친구를 찾아가 대낮에 칼로 찌른 최 모양(20)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이들이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 97년 사소한 다툼에서 비롯됐다. 당시 최양은 이양과 절친한 친구였다. 그러나 어느날부터 이양이 다른 친구와 더 가까워지면서 최양을 멀리하게 됐다.

이 때문에 최양은 ‘왜 날 멀리하느냐’며 이양과 심한 말다툼을 벌였다. 며칠 뒤 최양이 먼저 이양에게 사과했지만 이양은 그녀의 사과를 받아주지 않았고 두 사람은 한 동네에 살면서도 6년 동안 서로 한 번도 만나지 않고 지냈다. 이후 이양은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고, 최양은 우울증에다 가정불화까지 겹쳐 대학입시에 거듭 실패했다. 최양이 지난 21일 오전 갑자기 이양의 집을 찾아가 최양과 함께 밥을 먹으면서 6년만에 다시 재회했고 이양은 예전처럼 최양의 집에 놀러갔다. 그런데 그날 이양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자 최양이 “꼭 보여줄 게 있다”며 이양을 인근 동산으로 데리고 갔다.

이 자리에서 최양은 이양에게 “옛날에 너와 심하게 싸웠던 것을 후회한다”며 “줄 것이 있는데 잠시 눈을 감으라”고 말한 뒤 등산용 과도를 꺼내 얼굴과 목, 등, 옆구리 등 급소 7군데를 난자한 것. 다행히 이양은 비명소리를 들은 등산객에게 발견돼 인근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상처로 인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 한편 최양은 경찰에서 “이양이 그 때 사과를 받아주고 친하게 지냈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며 “이양 때문에 대학도 못가고 우울증에 걸려 인생이 꼬이게 됐다는 생각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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