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럼’이 스위스의 스키 휴양지 다보스에서 지난 1월 말 열렸다. 이 포럼은 1971년 독일 출신 미국 하버드 대학 교수인 클라우스 슈바브가 ‘세계경제포럼’ 명칭으로 시작한 비영리 단체다. 1981년 회담 장소를 다보스로 옮기면서 ‘다보스 포럼’으로 통칭되고있다.

다보스 포럼에는 매년 1월말 세계 각국의 최고경영자, 국가 정상, 장관, 국제기구 수장, 교수 등 2000여 명이 모인다. 세계 경제의 당면 문제와 개선 방안을 토론하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샴페인 파티를 벌인다.

올해의 토론 주제는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세계의 재편: 사회, 정치 그리고 비즈니스에 끼칠 영향’이었다.
금년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해 한국인들에게도 관심이 컸다. 박 대통령은 1월22일 한 세션(분과회의)에서 ‘창조경제와 기업가 정신’이란 주제로 기조연설 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창업과 기업가들의 도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다보스 포럼은 주제별로 여러 세션들을 열고 참가자들은 각기 관심있는 세션에 들어가 경청하거나 토론을 벌인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세션 참가로 그치지 않고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서로 개인 연결망(네트워킹:Networking)을 쌓아 사업추진 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다보스 포럼에서는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이 미래 경제 향방을 전망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예측한 경제전망이 상당수 틀리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2011년 1월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다.

그는 EU(유럽연합)의 유로화(貨) 체제는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유로 체제는 원숙기로 접어들었다.”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그 해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 국가들의 국가 부도 위기 사태로 유로 체제는 붕괴 직전으로 치달았다. 유로 출범 후 최악의 상태로 내몰렸다.

2008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명예 총장인 씨 프레드 버그스텐은 “거듭 밝히거니와 세계경제는 결코 침체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8개월 후 미국의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침체’를 넘어 붕괴 위기로 빠져들었다.


다보스 포럼의 문제는 전문가들의 경제변동 전망이 맞느냐 틀리느냐에 있지 않다. 참가비가 너무 비싸다는 데 있다. 이 포럼에 참가하기 위해선 우선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기초 회원’ 가입비는 5만 스위스 프랑이다. 한화로 5300여만 원에 달한다. 거기에 매년 입장 티켓을 사야 하는데 2000만 원이다. 회원가입비와 입장 티켓을 합치면 7300여만 원에 이른다. ‘산업 준회원(Industry Associate)’ 가입비는 1억4000여만 원, ‘산업 파트너 회원(Industry Associate)' 가입비는 3억1000여만 원, ’전략 파트너 회원(Stragic Partner)‘ 가입비는 무려 5억3000여만 원이나 된다. 수행원과 함께 묵을 수 있는 산장은 1주일에 1500만 원이고 식대는 한 끼 두 당 최소 22만 원에 달한다.

다보스 포럼은 화려한 돈 잔치다. 그래서 다보스 포럼을 1% 부자들이 모이는 게 아니라 1%부자들 중에서도 1%만이 참가하는 초 호화 사교모임이라고 한다. 0.01%의 권력과 부자들의 배타적 회동이다. 그런 호화성 때문인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팀 쿡 애플 회장,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들은 전혀 발을 들여놓지 않거나 몇 년 전부터 동참하지 않는다.

다보스 포럼은 43년 계속되면서 세계 경제발전과 문제점 처방을 제시하는 데 기여해왔다. 올 세션에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격화되어가는 빈부차이 극복문제도 토의되었다. 빈부격차를 고민하는 자리가 0.01%의 부와 권력의 초 호화 돈 잔치라는 데서 이질감을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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