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철밥통으로 유명한 체육계에 확실하게 메스를 가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문화체육관광부 신년 업무보고자리에서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 올림픽에서 맹활약을 벌이고 있는 안현수 선수를 언급하며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체육계 비리근절부터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지도자 자질론까지 언급하며 체육계에 대한 확실한 변화를 요구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늦은 감이 있지만 체육계 스스로 포기한 개혁을 정부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고 있다. 빙산계 전설이 된 안현수 선수뿐만 아니라 추성훈 전 유도선수, 이충성 축구선수가 한국의 텃새와 파벌주의 그리고 관료화된 협회로 인해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일본 국적을 선택한 대표적인 피해자다.

최근에는 대한민국 배드민턴계의 간판 선수인 이용대 선수와 김기정 선수가 협회의 안일함 때문에 1년간 자격정지로 훈련도 제대로 못받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사건도 발생했다. 두 선수는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인천아시안게임 출전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내 네티즌들은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며 혀를 찰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드민턴협회는 선수가 많아서 관리가 힘들었다’, ‘아시안게임 불참하면 지도부가 책임지겠다며 조건부 책임론을 내세워 더 공분을 일으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권도 협회 역시 매한가지다. 협회장 선거때만 되면 파벌 싸움에 자리 다툼 그리고 뒷돈 거래로 고소.고발도 심상찮게 일어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체육계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이상 체육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체육계의 파벌주의줄세우기를 없애기 위해선 국회의원들의 체육계 수장을 겸임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 정치인 출신이 체육계 수장을 맡을 경우 당연히 학연’, ‘지연’, ‘혈연으로 파벌과 줄세우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현직 국회의원일 경우 선거때문에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선수들 복지보다는 를 의식해 움직이기 십상이다. 현재 ‘19대 국회의원 겸직신고 현황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겸직신고 이력이 있는 의원은 새누리당 55, 민주당 31, 정의당 1명 그리고 무소속 3명 등 총 90명이었다.

당장 홍문종 사무총장이 박 대통령 발언이후 2의 안현수 이용대 안나와야 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홍 사무총장은 국기원 원장을 겸직하고 있어 구설수에 오르내린 바 있다.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은 태권도협회 회장이고 대한배구협회 회장은 임태희 전 대통령 비서실장, 소치 올림픽에서 인기몰이 중인 대한컬링협회 회장은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맡고 있다. 이밖에도 전현직 국회의원이 체육계 수뇌부를 맡고 있는 경우는 허다하다.

이에 20137월 여야 국회의원은 특권 내려놓기차원에서 국회의원 겸직금지법안을 통과시켰고 8월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해 올해 214일부터 실시되고 있다. 문제는 원안이 상당히 후퇴한 가운데 실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사이 여야 국회의원들이 담합해 대폭 축소를 시켰기 때문이다.

특히 체육계 수장이 명예직이라는 점에서 비상임·무보수(교통비·식비 등 실비 수령은 가능) 업무에 대한 의사결정·집행·감독 권한이 없을 것이라는 조건으로 구체화됐다. 법인·단체에서의 대표·회장·이사·원장·총재 등의 직이나 향우회·종친회·산악회 등 동호인회직은 겸직할 수 없도록 겸직 금지 예시도 상세하게 나왔다. 하지만 수정안에서 공익목적 범위는 영리 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법인 또는 단체에서의 직으로, 명예직 조건은 비상근, 무보수로 대폭 축소됐다. 비영리 일반 단체에서 실비가 아닌 일정한 월급이나 업무 추진비를 받지 않는 비상근직은 모두 겸직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박 대통령이 체육계의 개혁과 변화를 바란다면 여야 국회의원들이 서로 담합해 정치적 꼼수를 부리며 겸직 특권을 누리는 관행도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 당장 여당 의원이 더 많은 현실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기위한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박 대통령의 체육계 일성도 홍 사무총장의 2의 안현수운운하며 제도적 장치 마련 약속도 다 부질없는 공약(空約)일뿐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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