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국가정보원 직원의 댓글 혐의에 대한 서울 수서경찰서의 수사를 방해하였고, 대통령선거 3일 전 중간수사 결과를 허위로 발표하도록 지시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었다. 민주당은 김 전 청장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원이 “정의의 원칙은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증거를 판단했다.” “살아있는 권력의 노리개가 됐다”며 때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정권 차원의 수사방해가 진실을 모욕했다.”며 “특검을 통한 재수사만이 진실을 밝힐 유일한 해법”이라고 비틀었다.
민주당의 사법부 무죄 판결 시비 걸기는 10년 전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추한 반응을 떠올리게 했다. 민주당은 법원 판결이 유리하게 나오면 “존중한다“고 찬양했다가도, 불리하게 판결나면 대뜸 욕설을 퍼붓고 나서는 등 고약한 2중 잣대 습성을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2004년 5월 헌법재판소는 노 대통령 탄핵과 관련, “선거법 등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으로 볼 수 없다”며 기각했다. 헌재의 기각은 3분의2 다수결의로 국회를 통과한 한나라당의 탄핵안을 뒤집은 것이었다. 당시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은 기각 결정을 내린 헌재를 “민주주의를 수호한 헌법기관”, “헌재 재판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한껏 추켜세웠다. “민주주의가 온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 결정”이라고 찬양하기도 했다.
탄핵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은 헌재 결정이 “정의의 원칙을 유린한 결정”이라고 반격하지 않았다. “존중한다”고 승복했다. 탄핵소추를 주도했던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성명서를 내고 “헌재 결정은 존중되는 것이 옳다”고 머리 숙였다. 당시 대통령 탄핵 국회 소추위원이었고 지금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인 한나라당의 김기춘 법사위원장도 “당사자가 있는 재판에서 모두 만족하는 결과는 없다”며 “불만이 있어도 승복하고 존중하는 것이 헌법을 수호하는 태도이고 민주 국민의 도리”라고 밝혔다. 불만은 있지만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유지를 위해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준법정신의 발현이었고 깨끗한 승복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5개월후인 2004년 10월 헌재는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해 위헌이라고 결정하였다. 그러자 열린우리당의 태도가 180도로 달라졌다. 5개월전 한나라당처럼 깨끗이 승복한다고 머리 숙이지 않았다. 그 대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위헌 결정을 내린 헌재 소장이나 재판관들에 대해 탄핵안을 발의해야 한다며 막갔다. “헌법재판관을 그대로 놔 둘 수 없다”고 협박했는가 하면, “헌법을 훼손하고 낡은 기득권층을 대변하는 오만방자한 집단”이라며 욕설을 퍼부었다. 입헌민주국가의 집권당으로서 상상도 할 수 없는 2중 잣대이며 시정잡배 보다 못한 헌정질서 파괴 막말이 아닐 수 없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의 김용판 무죄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반발도 10년 전 노 대통령 탄핵안 기각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에 대한 역겨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헌법기관이 유리하게 판결하면 “민주주의 수호 기관”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찬양하고, 불리하게 결정하면 “오만방자한 집단”이고 “그대로 놔 둘 수 없다”고 협박한다.
적어도 입헌민주국가의 공당(公黨)이라면 재판 결과가 불리하게 나와 “불만이 있어도 승복하고 존중”해야 한다. 막말·욕설·협박을 마구 쏟아낸다면 조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민주당이 집권까지 했던 정당이라는 데서 더욱 실망은 크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가는 자유민주국가이고 법치국가이다. 민주당은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트리고 준법정신을 훼손하는 반민주적 언동을 삼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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