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안철수 신당과 함께 집권 여당의 기초단체장이하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 주장에 맞서 내놓은 무공천 카드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당밖보다 당내 현실주의자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진퇴양난에 빠졌다. 새누리당은 벌써부터 그동안 쇼했다라며 진정성을 공격할 태세다.

안철수 신당뿐만 아니라 시민단체까지 공세의 고삐를 당길 전망이다. 이럴 경우 수권정당으로서 제1야당으로서 위상 추락은 불보듯 훤하다. 동정론도 존재한다.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실리사이에서 실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 동정으로 살 만큼 여유가 없다는 게 문제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국 주도권에서 집권 여당에게 끌려 다니기만 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으로 야권 주도권까지 넘겨줄 판이다. 아이디어 차원이었지만 무공천 카드마저 접을 경우 결국 명분 싸움에서 밀린 민주당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것은 자명하다. 그나마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선전을 한다고 해도 지역 정당으로 전락해 제구실을 할 수가 없다.

반면 안철수 신당은 무공천 카드가 꽃놀이패. 안 신당은 애초부터 기초단체장이하 선거에 크게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공을 들일려고 해도 인물난으로 마땅한 후보도 없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후보를 억지로 내놓았다 구정치로 몰릴 판이다. 안 신당은 무공천해도 잃을게 없는 게 아니라 새정치에 득이 될 수 있다. 또한 안 신당은 민주당이 무공천을 포기할 경우 정당공천 폐지찬성 여론을 등에 지고 여야를 싸잡아 공격할 태세다. 타격은 여당보다는 야당이 클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민주당 김한길호가 막판 역전극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김 대표가 당 대표로서 전국 단위 무공천 선언을 하는 경우가 있다. 내부 잡음이 있겠지만 명분은 김 대표의 것이다. 무공천을 접을 경우 사방에서 공격을 받지만 유지할 경우 당내 반발세력인 현실주의자들만 무마하면 된다.

물론 어려운 선택이다. 지방선거이후 무공천을 통해 당락이 결정된 민주당 후보군이 복당을 하지 않아 당 해체론이 대두 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정당사를 보면 조직이 없어 당이 와해된 적은 없다. 단지 선거철에 흔들리는 경우는 있었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조직은 당 존폐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조직 특성이 이합집산인 이유다. 오히려 가짜 민주당원진짜 민주당원을 식별해 정예부대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또한 무공천을 선언할 경우 안철수 신당뿐만 아니라 집권 여당과 새정치명분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힘이 마련된다. 집권 여당을 거짓말 정당, 거짓말 정권으로 몰아 선거국면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선거용 정당이야 조직이 중요하지만 100년 정당을 꿈꾼다면 명분이 중요하다. 자고로 조직없이 표는 구걸해서 얻을 수 있지만 명분은 구걸해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랑이 결혼을 앞두고 하객을 동원할 수 있지만 신부를 빌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의도 정치에서 명분조직보다 우선시 되는 이유다. 과연 김한길 대표의 뛰어난 소설가적 상상력이 정치적 상상력으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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