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지 2월25일로 1주년이 된다. 그의 집권 1년에 대한 평가는 여야가 각기 다르다. 야당은 ‘독선’, ‘불통 정치’였다며 부정적인 데 반해, 여당은 찬사 일변도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소속인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1년을 허송세월 했다.”며 부정적이었다. 그는 지난 1월24일 한 기업인 모임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민주화’의 이름하에 귀중한 취임 초기 1년을 허송세월 했다”고 비판했다. “세무조사가 많았고 과도한 복지적인 요구 때문에 경제가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취임 1년이 ‘허송세월’은 아니었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 불통(不通)소리를 들어야 했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경제 민주화’를 내걸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취임 후 국정과제에선 ‘경제 민주화’란 단어를 빼고 “창조 경제”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공약이행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우선”이라며 복지보다는 성장에 집중했다. 작년 2분기부터 상장률은 1.1%를 기록, 2년 만에 0%대 터널을 벗어났고 작년엔 2.8% 성장했다. “복지적인 요구 때문에 경제가 어려웠다”는 지적이 옳지않음을 반영한 성장률이다.

그러면서도 지난 1년 동안 지하(地下)경제를 양성화한다는 목표 아래 세무조사를 무리하게 강행, 지상(地上)경제를 옥죄었다는 비판은 옳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정치적 보복이 아니었고 기업들의 구부러진 경영관행을 ‘원칙’대로 바로잡기 위한 조치였다고 평가된다.
박 대통령은 1년 동안 소신과 원칙을 위해 야당은 물론 극성 노조와 맞섰다. 그는 묻힐 뻔했던 치욕적인 노무현-김정일의 정상회담 대화록을 만천하에 공개토록 했고, 북한을 섬기던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체포케 하였다. 민주당이 국정원 직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국회 등원을 거부하고 천막투쟁을 벌이며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 사과’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은 대선 때 국정원의 덕 본 일 없다며 끝까지 거부했다.

그 밖에도 박 대통령은 현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이 밀양 송전탑 설치 공사를 극렬하게 반대했는 데도 흔들리지 않고 공사를 재개했다. 그는 철도노조의 수서발(發) 고속철도(KTX) 운영 자회사 설치 반대 시위와 관련해서도 소신과 원칙으로 다스렸다. 그는 “당장 어렵다는 이유로 ‘원칙’없이 적당히 타협하고 넘어간다면 우리 정치 사회의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라며 철도노조 파업을 뚝심으로 굴복시켰다.
박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원칙대로 밀어 붙였다. 북한이 개성공단 우리 기업인들의 공단 출입을 중단시키자, 123개 기업을 모두 철수시켜버렸다. 이어 서울에서 열릴 남북회담에서 북한측이 2000년 이후 그랬듯이 회담 대표로 한국보다 한 계급 낮은 사람을 내보내자, 한국측 대표 자격도 한 계급 낮춰 맞섰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북한에 비위맞춰주기 급급했지만, 박 대통령은 원칙을 굽히지 않고 맞서 2월 고위급대화를 성사시켰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원칙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유연성을 상실, ‘불통’, ‘독선’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사사건건 개입하는 ‘깨알’, ‘담임선생님 리더십’ 소리도 들었다. 그의 불통은 잘못 표기된 정책 슬로건(구호)을 바로잡지 않고 고집부리는 경직성을 드러냈다. 그는 뜻이 애매모호한 ‘창조경제’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등 낯선 용어들을 수정하지 않고 아직까지 붙들고 있다. 소신과 원칙이 가져온 불통의 부작용이다.

박 대통령은 소신·원칙을 지켜가되 불통으로 빚어지는 부작용에 대해선 유연하게 수정 보완해야 한다. 그는 근래 찾아볼 수 없던 소신과 원칙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나머지 4년 동안 소신·원칙은 지켜가되 ‘불통’으로 굳어지지 말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