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벌고 남자랑 즐기기도 하는 일석이조의 ‘엔조이 알바(아르바이트)’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개방적인 성관념과 경제적 한파가 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생기는 신풍속도인 셈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고학력 전문직의 여성들조차 이러한 ‘엔조이 알바’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아르바이트는 바로 일명 ‘노래방 도우미’. 특히 이곳은 저녁 때만 일을 하면 되기 때문에 직장여성들이 ‘투잡스’를 하기에도 더 없이 좋은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그간 노래방 도우미는 특별한 기술이 없고 학력이 낮은 주부들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약사, 교사 등 엘리트 여성들도 대거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는 것. 이러한 ‘괴소문’은 최근 일산의 모 노래방에 다녀왔다는 한 직장인으로부터 시작됐다. 국내 최대의 통신사 중 하나인 A사에 근무하는 김아무개씨(38)는 얼마 전 회식을 마치고 일산의 B노래방에 들렀다.

몇 명의 동료들과 함께 들어간 그는 주인에게 ‘도우미를 불러달라’고 요청했고 잠시 후 20대 중반의 여성 3명이 들어왔다는 것. 한창 노래를 부르며 즐기던 중 잠시 그녀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도우미로부터 ‘술이 확 달아나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중 한 여성은 자신이 약사이며 그냥 재미 삼아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그 여성은 ‘도우미에 주부들이 많다는 것은 이제 옛날 얘기’라며 ‘20대 중반의 미혼 학습지 교사도 봤다’고 말했다고. 김씨는 “여대생들이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약사나 교사들이 노래방 도우미를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봤다”며 혀를 내둘렀다. 물론 그녀는 약사이기보다는 약사 지망생이나 약대에 다니는 여학생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일부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이 ‘즐기기’ 위해 노래방 도우미 일을 하는 것은 일부 노래방 업주들도 인정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11월말 일산의 B노래방을 찾았다. 이 노래방은 여느 노래방과는 달리 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었다.

깔끔한 내부시설과 현란한 조명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손님을 가장한 취재진은 술을 시키고 ‘여자를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종업원의 반응이 의외였다. ‘술은 가능하지만 도우미는 단속이 심해서 어렵다’는 것. 그러나 억지로 돈을 쥐어주자 종업원은 마지못해 ‘사장에게 물어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약 30분 정도가 지나자 한눈에 봐도 2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룸으로 들어왔다. 각각 ‘주연’과 ‘현아’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들은 이내 술을 들이켜며 노래부르기에 열중했다. 잠시 후 그녀들을 통해서 최근 변화하고 있는 노래방 도우미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취업을 하지 못한 상당수의 20대 여성 구직자들이 임시로 도우미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아씨는 “하루에 다섯시간씩 일을 하면 한달에 20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 있다”며 “그 정도면 당장 정식 취업을 하지 못해도 먹고살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이 한시간에 받는 돈은 1만5천원. 손님이 노래방에 2만원을 지불하면 5천원은 소위 ‘보도’들에게 돌아간다고 한다. 이렇게 5시간만 일해도 하루에 벌 수 있는 돈은 7만원이 넘게 되고 이를 한 달로 계산하면 200만원을 웃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멀쩡한 직장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이며, 소위 고학력 전문직 여성들도 도우미로 몰린다는 것. 또한 그녀들은 한결같이 ‘돈버는 것도 좋지만, 공짜로 놀 수 있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도우미 중의 한명은 “요즘에는 대학 나오고 석사까지 한 여자들도 더러 있다”며 “돈도 벌고 즐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또한 노래방 도우미의 경우 생각보다는 노동량이 적기 때문에 밤늦게까지 일을 해도 다음날 많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도우미 한 명이 한시간 동안 부르는 노래는 많아야 3곡을 넘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 잡담도 하면서 웃고 즐기다 보면 한시간은 쏜살같이 가버린다고 한다. 직업이 확실하고 학력수준이 높은 엘리트 여성들까지 노래방 도우미로 나선다는 것은 변화되고 있는 한국사회의 유흥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순히 돈을 번다는 목적을 떠나서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낯선 남성의 품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쾌락중심주의적 사고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대생 도우미도 상당수”

-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노래방 도우미로 일한다는데 사실인가.▲ 사실 도우미들의 직업까지 알지 못한다. 손님이 원하면 도우미들을 들여보내주기는 하지만 일일이 직업까지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 그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는가. ▲ 구체적인 직업까지는 모르지만 고학력 여성들이 많이 일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곳에 도우미들을 넣어주는 ‘보도’들이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직장인들도 물론 있다. 대략 오후 8시부터 새벽 2시 정도 까지가 손님들이 도우미를 가장 많이 찾는 시간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다른 직업을 가지고도 할 수 있는 게 노래방 도우미이기도 하다.

- 이곳에 주부도우미들은 많은가. ▲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산에서는 2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는 대학생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남성들은 어떤 도우미들을 선호하는가.▲ 예전에는 주부들을 선호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단 나이가 어느 정도 먹은 만큼 화끈하게 놀아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에는 젊은 여성들도 주부들 못지 않다. 특히 얼굴과 몸매가 좀 받쳐주는 젊은 여성들은 인기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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