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친노’와 ‘비노’간 갈등이 통합신당(새정치민주연합)의 노선갈등으로 표면화 되는 양상이다. 신당의 구조에 관한 갈등은 당 이념적 좌표 및 정강·정책을 둘러싼 갈등으로 나타나고, 정서적 면에서는 친노세력, 비노세력간의 가슴속 앙금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당의 운영 방식과 관련해 김한길 대표의 당원중심론과 친노진영의 시민참여론이 충돌할 가능성도 커졌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이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메카시즘적 색깔론은 경계하되 대한민국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과는 함께할 수 없다”고 우클릭 노선에 방점을 찍어 신당의 이념적 좌표를 중도강화에 맞추고 있음을 분명하게 나타냈다. 이로써 친노파의 시민참여론 주장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게 됐다. 어떤 형태든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관료 출신으로 이번 지방선거의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이 수권정당이 되려면 종북세력이란 오해를 받는 일이 없어야한다”며 “북이 잘못하면 엄히 꾸짖어야 된다”고 강조해 북한 인권문제나 도발행위에 침묵하는 세력을 겨냥했다. 신당의 경제노선과 관련해서도 ‘경제민주화’에 ‘민주적 시장경제’ 내용을 첨가해 중도노선에 포커스를 맞췄다.

김효석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은 또 “재벌과 재벌총수 문제를 재벌기업에 대한 문제로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재벌때리기 등 반기업적 정책으로 비치지 않도록 우리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당의 구조적 요인과 정서적 요인 둘 다가 기존의 친노진영 입장과 현저히 배치되는 쪽으로 굴러간다. 친노진영은 새정치 연합의 이러한 우클릭 현상을 경계하며 새누리당과 차별되는 선명성이 신당의 주체적 정서가 돼야한다고 강조한다.

신당이 두 세력 간 조합을 이룰 수 없는 데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의원 측과 문재인 의원 측의 앙금이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앙금이 ‘친노’와 ‘비노’의 갈등 자락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한 지붕 한 가족 되기는 애시당초 글른 모양새다. 비노무현 진영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팔아 패권화하는 세력과 국가정체성에 대한 이념이 다른 세력은 신당에 합류하지 말라”는 소위 ‘매노종북(賣盧從北)’ 발언까지 쏟아냈다.

이제 친노진영이 기댈 언덕은 하나뿐이다. ‘통일’에 무게를 둔 시민참여론으로 국내 친북세력의 지원에 목숨 거는 길이 남아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안보’ 우선의 신당 정서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을 느끼나, 단지 길은 그 길밖에 없을 것이란 얘기다. 통일은 남북의 우리민족 모두가 자유로운 행복, 풍요와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 주는 ‘자유민주주의적통일’이어야 한다는 것이 국론이다.

자유민주적 통일의 전제는 튼튼한 안보다. 안보가 취약하면 통일은 커녕 스스로를 지키지도 못한다. 이런 면에서 ‘새정치’ 아닌 ‘헌정치’로 공격받는 안철수 정치에 확실한 두 가지 효과는 있었다. 첫째 효과는 물론 친노진영의 퇴조현상이다. 또 하나 효과는 김한길 옆에 부인 최명길 밖에 안 보인다는 말이 생길정도로 고군분투하던 김한길 민주당대표의 입지가 갑자기 눈에 띠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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