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자극적인 표현이 심해져 거부감을 자아낸다. 박 대통령은 작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손톱 밑 가시’를 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손톱 밑 가시’는 빗대어 표현하는 은유법(隱喩法)적 의사표시로서 성가신 행정규제를 뜻한다. 기업의 투자를 방해하고 행정적 낭비를 가져오는 규제 혁파의 필요성을 강조한 말로서 정곡을 찌른 표현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불러일으켰으며 유행어처럼 번져갔다. 그러나 그 후 박 대통령의 은유적 의사 표출은 너무 자극적이며 거칠어져 국민들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올 2월로 접어들면서 듣기 거북한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2월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때 “진돗개는 한번 물으면 안 놓는다…진돗개 정신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규제개혁에 일단 착수하면 끝까지 밀고가야 한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 하지만 “진돗개는 한번 물으면 안 놓는다”는 대목은 진돗개에 물리는 끔찍한 순간을 떠올리게 해 등골이 오싹해짐을 금할 수 없게 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퉁퉁 불어터지고 텁텁해진 맛없는 국수를 누가 먹겠느냐”며 거듭 규제개혁을 서두르라고 독촉했다. ‘퉁퉁 불어터지고’라는 어구는 입맛을 잃게 할 만큼 거칠었고 거북했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생각지 않은 용어 선택이었다.

박 대통령은 3월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가 쳐부술 원수,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 몸이 죽는다는 암덩어리”라고 했다. ‘쳐부술 원수’는 북한 선전선동기관의 살벌한 대남 비난 문구를 떠올리게 했다. “몸이 죽는다는 암덩어리”도 절망적인 말기 암환자의 처참한 순간을 연상케 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했다.

박 대통령은 또 3월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무역투자진흥회의 및 지역발전회의 연석회의에서 규제개혁을 위해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고 하였다.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는 구절도 조폭들이 지배영역을 놓고 다툴 때 두목이 부하들에게 “사생결단하고 붙어야 한다”고 독려한 말처럼 섬뜩하게 느껴졌다.

물론 박 대통령의 자극적인 표현은 규제혁파에 관심이 남달리 크며 복지부동하는 관료들을 자극하기 위한 데 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5000만 우리 국민들에게 본보기가 된다는 데서 신중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의 은유적 표현으로 효과와 재미를 보게 되자, “진돗개 물으면” “원수” “몸이 죽는 암덩어리” 등 보다 자극적인 단어로 더 갔다. 그의 거친 표현은 기억에는 남을 수 있겠지만 살벌하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일 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죽여서든 살려서든 잡아오라”고 공언했다. 또 그는 2003년 이라크의 반미 저항세력에 대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내 대답은 한번 붙자는 것“이라고 했다.

부시의 거친 막말은 당시 9.11 테러로 격앙되었던 상황으로 미루어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속된 말은 대통령으로서 품위를 잃은 표현이라며 많은 미국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비판을 자아냈다. 그의 부인 로라 여사도 남편에게 “미국 대통령으로서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부시 대통령은 퇴임을 앞두고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막말’을 후회한다며 “좀 더 솜씨있게 메시지를 전달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박 대통령도 자극적이고 거친 표현을 써서는 안 되며 늘 조심해야 한다. 국민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언어정서 순화를 위해서이다. 거친 표현을 쓰게 되면 부시처럼 후회하게 된다. 앞으로 박 대통령은 ‘좀더 솜씨있게 메시지를 전달’해 주기 바란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