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핵한민족구국위원회’(이하 반핵위원회)는 지난 15일 김대중 전대통령을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위반 그리고 외국환거래법 등을 위반했다는 내용으로 고발했다.반핵위원회는 북한에서 핵 개발 관련 분야에서 종사한 사람 등 탈북자 30여명을 중심으로 지난달 결성됐다. 특히 이번 고발사건을 주도한 반핵위원회 김대호(45)위원장은 북한의 핵단지 내 원자력공업부 남천화학연합기업소 우라늄 폐기물 작업반장 겸 부직장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정치적 불안으로 국가의 안보가 무너져 목숨 걸고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며 “우리 탈북자들은 남한이 전복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기 때문에 목숨 걸고 나서서 국가를 살리려 이렇게 나서게 됐다”며 고발 동기를 밝혔다.

반핵위원회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대통령을 고발한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진보단체에서 주장하는 바와 달리 경협의 주목적은 굶주린 북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친북 정책이 아니라 북한의 군사 자금지원과 핵 개발을 위한 친김정일 정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와 관련 반핵위원회가 제출한 고발장에도 “최근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김대중 정부가 지원한 그 수천억 자금의 혜택을 본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굶주린 주민들이 굶어죽는 것은 여전한 반면, 핵 개발 관련 공장들은 정상가동을 재개하였다. 또 최근엔 외국에서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 물질들을 밀수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김정일은 북한 인민들을 위해 북에 퍼주었던 경협물자를 체제 유지를 위한 최소계층 1, 2선에만 분배했고 나머지는 모두 핵개발과 군사물자 구입에 썼다”고 주장했다.그는 또 2003년 2월, 일본에 가서 본 북한 텔레비전 방송에서 핵 관련 공장들이 활기를 되찾고 정상가동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는 것을 보고 핵 광신자들을 지원한 김대중 정부에 심한 배신감을 느꼈었다고 전했다.이어 그는 “경협 당시 이렇게 될 것을 미리 예측한 황장엽과 탈북자들이 경제지원을 해서는 절대 안되며 하더라도 현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으나, 햇볕정책에 눈먼 김 전대통령 정부는 이를 ‘묵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근거로 경협비리에 대한 특검과 국회 청문회에서 국정원 고위간부의 ‘군자금으로 사용될 줄 알면서 줬다’는 증언을 들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15일자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노동신문’에도 ‘우리는 이미 충분한 핵전력을 확보한 현실에서 더 이상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내용이 발표됐었다”며 “이는 김대중 전대통령이 북한의 핵 개발을 마치 북한의 거짓 선전인양 조작, 가난한 북한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계속 지원했고 덕분에 북한은 핵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핵 시설에 관계했던 탈북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90년대 중반 경제난으로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생산이 전면 중단돼 붕괴에 직면했지만 김 전대통령의 햇볕정책이 이를 살린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놀라운 사실 하나를 공개했다. 공공연히 대남적화를 부르짖어 왔던 북한 관영 조선중앙방송과 노동신문 등 북한 언론에서는 김 전대통령을 ‘애국자 김대중’이라 부른다는 것. 그러나 탈북자들에 따르면 정작 북한 주민들은 그가 북한을 도와준 공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고 전했다.이들은 또 “김정일 체제를 겪은 북한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현재 남한 내에서 전개되는 친북 움직임은 인민을 위한 친북이 아니라 친김정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대호 위원장은 이에 대해 “실제로 정보기관 간부로부터 전해들은 말에 따르면 해외 출입국이 쉬워지면서 한 달에 30여명의 간첩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고 했다”며 느슨해진 정부의 경계심을 우려했다.그에 따르면 현재까지도 북한에서는 친남한 성향을 가진 자들은 숙청대상이며 따라서 친남한 성향 발언이나 행동을 할 경우 일가족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형당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최근 탈북한 한 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바에 따르면 술 취한 사람이 술김에 한국 찬양 발언을 했다가 본인은 사형 당하고 일가족을 비롯한 친척들은 모두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 죽을 고생을 하고 있다고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가 살던 집을 반역자의 집이라며 집을 부수는 것도 모자라 아예 불도저를 동원해 밀어버렸다는 것.한편 반핵위원회측은 고발장에서 “우리는 ‘핵 개발에서 조국통일을 시작하고, 핵으로 조국통일을 총화하려고 한다’, ‘만약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면 차라리 지구를 동강내겠다’고 말한 폭군 김정일을 도우려는 친김정일 세력을 척결하려는 것일 뿐 북한 인민을 위한 햇볕정책 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의도를 분명히 했다.‘반핵한민족구국위원회’는 향후 기자회견을 갖고 보다 적극적으로 반핵 시위를 전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