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암덩어리”로 규정된 악성 행정규제가 ‘파킨슨 법칙’을 떠올리게 한다. 영국의 파킨슨(C. N. Parkinson)은 사회를 풍자적으로 분석했고 생태학적 법칙을 제시하였다. 그는 ‘공무원은 서로를 위해 서로 일을 만들어낸다.’고 적시했다. 공무원은 일이 있거나 없거나 간에 상급 직위로 승진하기 위해 부하의 수를 늘린다고 했다. 그래서 ‘공무원의 수는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는 생태학적 법칙을 제시했다.

3월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는 ‘규제개혁 장관회의 겸 민관 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청와대 끝장토론)’가 열렸다. 이 청와대 끝장토론은 우리나라 일부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공무원 서로를 위해 서로 일을 만들어 낸다는 파킨슨 법칙을 상기케 했다.

국회의원도 국가와 민생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입법 발의 실적을 쌓기 위해 규제 입법을 양산한다. 시민단체들이 의원 의정활동 평가 기준에 입법 발의 건수를 포함시키자 서로 경쟁적으로 ‘묻지마식’ 발의에 나선다. 또한 의원들은 행정규제 입법 발의가 정치적 부담이 없다는 데서 악성 규제인지 따지지 않고 발의한다. 국회는 ‘규제 공장‘이 되고 말았다.

그밖에도 “암덩어리”인 악성 규제가 줄지 않고 늘어나기만 하는 까닭은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복지부동에 연유한다. 뻔히 악성 규제인 것을 알면서도 담당 공무원은 그것을 폐기할 것을 건의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며 뭉갠다.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상관에게 악성규제 폐기를 건의할 경우 쓸데없이 골치아프게 보챈다며 책망들을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공무원 특유의 보신주의와 복지부동 속성 탓이다.

청와대 끝장토론에서 밝혀진 푸드트럭(Food Truck) 규제를 예로 들기로 한다. 푸드트럭은 트럭을 개조해 음식을 트럭에서 조리해 판매하는 트럭을 말한다. 푸드트럭은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간편한 레스토랑으로 보편화된 지 오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푸드트럭은 식품위생법 규제로 영업활동이 불법으로 묶였고, 자동차관리법상 일반 트럭은 푸드트럭으로 개조하지 못하도록 규제되어 있다. 시대착오적인 악성 푸드트럭 규제는 끝장토론에서 한 푸드트럭 사장의 호소로 그 자리에서 답을 얻어냈다. 국토교통부장관이 관련법을 개정해 푸드트럭 영업을 합법화하겠다고 다짐하였다는 데서 그렇다.

박근혜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투자 활성화를 위해 경제규제 1만5269건 중 2200건을 임기 내에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규제비용 총량제도 채택키로 했다. 규제비용 총량제는 규제관리 방식을 종전의 건수에서 비용 위주로 바꿔 규제를 신설할 때 비용을 기준으로 그에 상응하는 기존 규제를 폐지한다는 제도이다. 박 대통령은 규제혁파를 위해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전봇대’를 뽑겠다고 나섰던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역대 대통령은 규제혁파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으나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도리어 규제는 줄지 않고 더 늘기만 했다. 물론 규제가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악성이 문제이다.

박 대통령의 ‘손톱 밑 가시’ 뽑기도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전철을 밟지않겠나 우려된다. 파킨슨 법칙대로 적지않은 공무원들이 국가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신들을 위해 ‘서로 일(규제)을 만들어낸다’는 데 연유한다. 청와대 끝장토론 3일 만에 해양수산부와 농림축산부는 규제를 만들었다고 보도되었다. 관련 공무원들의 뼈를 깎는 반성과 국회의원들의 ‘묻지마식’ 규제 입법 발의 중단을 촉구한다. 행정규제 개혁은 관료와 국회의원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민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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