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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여야간 화두는 단연 무공천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대선에서 여야 대선후보가 공약한 기초단체장 이하 정당공천 폐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묵묵부답이고 오히려 신당 모양새만 망가지고 있다. 집권 여당은 무공천을 약속했던 문재인 의원의 당원들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며 무공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들며 당 내부 정리부터 하라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연합 탄생의 절대적인 역할을 한 무공천 약속을 신당이 손바닥 뒤집듯 철회하기는 이미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선거를 60일 앞두고 226개나 되는 기초단체장 후보를 대상으로 교통 정리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지적이다.

당연히 신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을 압박해 무공천 약속을 이끌어내는 게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이지만 청와대가 받을 지는 미지수다. 중앙권력, 의회권력 그리고 지방권력까지 집권 여당이 잡는다면 박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은 한 마디로 이 보다 좋을 수 없기때문이다.

무공천 논란의 핵심은 약속이행여부이다. 하지만 약속이행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공정한 룰로 옮겨졌고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 변질 되고 있다. 아프리카 정글속 하이에나처럼 혼자서 고군분투해야하는 기초단체장이하 후보자들의 입장을 보면 무공천 철회 요구를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명분과 실리를 다 챙길 수 없는 상황에서 명분을 선택했다면 이제는 내부 다툼이나 외부 탓은 그만하고 국민을 선택하고 바라봐야 할 때다. 더 이상 안되는 것 같고 매달리는 행위는 진보 진영의 자해 행위로 비쳐질 뿐이다.

현재 무공천으로 피해를 볼 것 같은 인사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유권자들이 기초단체장이하 후보자에 대해 무관심할뿐만 아니라 정보력이 없다는 점을 들어 새누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광역단체장부터 기초의원까지 총 7번의 투표를 해야하는데 그 많은 후보들을 기호가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구별해 투표를 할 수 있느냐는 불만이다.

그러면서 20대와 60대 이상을 무관심과 정보력 부재로 동급에 놓으면서 줄투표가 이뤄질 것이라며 대한민국 유권자를 깔보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 ‘정당공천 폐지에 반대하는 새누리당 인식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단체장이하 선거에서 인물은 차치하고 기호로 승부해 줄투표로 이기겠다는 심산이기 때문이다. 이는 정치인들이 대놓고 국민을 위한다면서 대놓고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세계 어느 민족에 비해 적응력이 뛰어난 민족이다. 정치판에서 초유의 사태를 이번만 겪은 것은 아니다.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할 당시 헌법을 공부한 민족이고 노 대통령이 대연정을 언급했을 때 복잡한 정치 용어를 습득한 전례가 있다.

결국 또 언제나 그랬듯이 국민이 공부해서 심판을 해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우리 국민들은 투표때마다 절묘한 투표를 해왔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북풍이 불어도 검찰발 사정정국이 온다고 해도 국민은 먹고 살기 팍팍한 가운데에서도 일방적인 투표를 하지 않고 균형과 견제가 살아 있는 소신있는 투표 행위를 보였다.

선거가 6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치꾼들에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한쪽은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고 축배의 잔을 올리고 한쪽은 패배주의적 사고에 젖어 술잔을 기울이며 할 준비만 하고 있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정치인들에게 회초리가 답이다. 이번 지방선거 역시 피곤하지만 국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다. 한 손에는 회초리를 한 손에는 책을 들어야 한다. 또 공부의 계절이 오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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