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출신의 40대 벤처기업 여 사장이 선물옵션 전문가 행세를 하며 1,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끌어들여 그중 360억여원을 가로채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소병철)은 지난 3일 음향기기 개발업체의 벤처기업 S사 대표 소모씨(44)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소씨는 1999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물투자로 1개월 안에 50% 이상의 순이익을 내주겠다”며 21명의 투자자를 모집해 무려 446차례에 걸쳐 958억여원을 거둔 뒤 원금 및 수익금(597억여원)을 뺀 360억4,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검찰에 따르면 소씨는 99년부터 MP3 등 음향기기를 개발하는 벤처기업 S사를 설립, 운영해왔으나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오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자신을 S증권사 투자연구소에 근무하는 펀드매니저라고 사칭, 사기행각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찰조사에서 소씨는 실제로 매달 1,000만∼3,000만원의 회사운영비를 투자금으로 충당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소씨는 자신이 명문대 출신이라는 점을 신뢰의 발판으로 사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주교 신자인 소씨는 지난 1999년부터 대학 동문과 성당 신자 등을 상대로 “나는 국내 최대 증권사의 선물옵션 펀드매니저이고 33명의 업계 펀드매니저들과 함께 투자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유치했다는 것. 소씨는 미리 보관 중이던 유명 증권사 영업부 명의의 선물옵션 잔고현황용지 상에 투자원금이 수십배 증식돼 있는 것처럼 꾸며 이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줘 투자한 돈이 안전하게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게 했다.소씨는 유명 증권사인 S증권 투자연구소에서 일하는 펀드매니저로 가장해 “삼성, 현대 등 재벌 기업의 투자금을 운용하는 33명의 다른 펀드매니저와 담합하고 있어 투자만 하면 대박이 터진다”며 투자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권실세의 측근, 유명 증권사 등과 연계된 고급 투자정보를 가지고 있다며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경기 안산시에 사는 예모씨의 경우 지난 2000년 11월께 선물투자 전문가를 자처하며 접근해온 소씨에게 4억여원을 맡겼다가 큰 손해를 봤다.투자하면 2∼3개월 뒤에 원금의 50∼100%까지 수익을 올려준다는 말에 혹해서다.예모씨는 “유명 증권회사 펀드매니저뿐만 아니라 정부와도 연결돼 있다는데 어떻게 안 믿을 수 있나요?” 라며 분개했다. 예씨는 한달동안 투자금이 수십배씩 늘고 있다며 잔고까지 보여주며 자신을 안심시킨 소씨를 철썩같이 믿은 것이 더 큰 피해를 불러왔다며 후회했다.지난 2000년 말에는 경기도 안산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Y씨에게 “대통령 측근과 함께 일하고 있고 돈을 맡기면 1개월 내에 50%이상 수익을 내주겠다”며 4억1,000만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1개월 내에 원금의 50~100%의 수익을 보장해주고 이후로도 지속적인 이익실현이 가능하다”는 소씨의 말에 속아 수십억원씩의 자금을 끌어와 투자했다 낭패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이 과정에서 소씨는 초기 투자자들에게 2~3개월 후 실제로 투자 원금의 50~100%를 지급해 더욱 탄탄한 신뢰를 얻은 뒤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소씨 주변인들은 소씨가 한 두 차례 약속된 이익금을 지급하자 점점 손이 커지기 시작했다. 친인척을 끌어들이는가 하면 대출까지 얻어 소씨에게 수십억원의 돈을 맡겼다. 이처럼 투자금 중 일부를 수익금이라며‘미끼’로 던져 투자능력을 믿게 하는 교활한 수법을 썼는데, 피해자 중에는 10억대는 ‘소액 투자자’로 분류되며 최대 190억원까지 맡긴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2000~2002년 사이 135억원을 선물옵션 투자로 날린 뒤 수익금 지급을 미루면서 성당 교인 등 21명이 검찰에 고소, 덜미가 잡혔다.

검찰은 소씨를 고소한 21명이 1999년 10월부터 지난 3월까지 총 투자한 금액은 958억3,000여만원이며 이들이 투자과정에서 원금상환 및 수익배당 명목으로 돌려받은 금액은 597억8,000여만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실제 잠정 피해액인 나머지 360억여원은 소씨가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라며 자신을 소개했던 것과는 달리 소씨는 99년부터 최근까지 선물옵션 거래로 약 135억원의 손실을 보는 등 실제 선물투자를 통해서는 거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이에 따라 투자금 중 일부를 투자수익으로 가장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이른바 ‘돌려막기식’사기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드러났다.검찰은 소씨를 고소한 21명 외에도 최대 200명 가량의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구속된 소씨를 상대로 투자금 모집경위와 규모, 용도 등에 대해 조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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