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의 속임수로 인해 한 남자의 인생이 철저히 무너졌다. 사랑하는 아내는 사기꾼에 불과했고 귀여운 아이도 자신의 아이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정을 법의 힘을 빌려서라도 해체시켜야만 했던 한 가장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 보았다.2001년 중순, 김모(36)씨는 한 지인으로부터 김여인(35)을 소개받았다. 김여인은 당시 자신을 모대학의 한의학과에 재학중인 대학생이고 지금은 휴학 중이라고 소개했다.이들은 불타는 연애와 1년여 동안의 동거를 한 뒤 2002년 4월 드디어 결혼했다. 동거 중 김여인이 임신, 결혼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여인은 임신 7개월도 채 안돼 출산했다. 칠삭둥이인 셈이다. 남편 김씨는 김여인의 출산에 대에 수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나’하는 불길한 생각이 자꾸 뇌리를 스쳐갔다.

남편의 이러한 낌새를 알아차린 김여인은 정색을 하고 친자임을 강력히 주장했고, 김씨는 일단 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그들의 결혼생활은 계속됐다. 하지만 부부사이에는 믿음이 커지는 대신 의심과 불신의 불씨만 커져갔다. 불화의 원인은 다름 아닌 칠삭둥이 때문이었다. 이 아이가 성장하면서 불신은 더욱 커져 갔다. 웬 일인지 아이에게서 김씨와 닮은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씨 주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한마디로 “친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생기기 시작한 것.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하나 둘씩 김씨에게 들려왔다. 그것은 김여인의 과거에 대한 것들이었다. 이 소문들을 접한 김씨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소문들 중에는 김씨를 만나기 전 김여인이 다른 남자와 동거를 했었다는 내용도 있었다. 심지어 그 동거남의 아이까지 낳았다는 내용도 있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현재 아이도 그 동거남의 ‘씨앗’이라는 내용이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김씨는 이 소문의 진상을 놓고 아내 김여인을 집중 추궁했다. 그러나 김여인은 김씨가 접한 소문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펄쩍 뛰며 극구 부인,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아내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쉽지 않다고 판단한 김씨는 아내의 과거에 대해 철저하게 뒷조사를 시작했다.소문을 추적하자 하나 둘씩 아내의 숨겨진 과거가 드러났고, 김씨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아내의 지난 행적은 이혼과 동거로 점철된 그야말로 ‘방황’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아내의 복잡한 과거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의 아내는 2002년 4월 김씨와 결혼하기 전인 94년 4월 이미 강모라는 남성과 결혼했지만, 6개월만에 이혼했다.

이혼 후 아내는 다시 안모라는 남성과 사귀게 됐고, 이 남성과는 수년간 동거를 했고, 96년에는 아들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듣고 치를 떨었던 그 소문의 내용들이 거짓이 아님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그의 아내 김여인이 숨겨왔던 놀라운 과거는 이뿐 아니었다. 김여인은 자신의 신분도 속여왔다. 김여인은 처음 김씨를 만날 당시 자신을 한의대 휴학생이라 했으나 이 역시 거짓이었다. 김여인은 고등학교 졸업이 최종학력이었던 것. 이 같은 사실을 밝혀낸 김씨는 우선 친자 확인 작업에 착수키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그가 친자 확인을 의뢰하려들자 아내인 김여인은 펄쩍 뛰며 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친자가 확실하니 확인해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이런 김여인의 행동을 더욱 수상히 여긴 김씨는 결국 친자확인을 해 보고야 말았다.그동안 키운 정 때문인지 김씨는 마음 한 구석으로 아이만은 친자이기를 빌었다.

그러나 친자확인 결과는 참담했다. 소문대로 아이는 김씨의 피가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생판 ‘남의 자식’이었다.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고 확인되었음에도 김여인은 자신의 결백을 계속 주장했다. 끝까지 잡아떼는 아내의 뻔뻔함에 분노한 김씨는 이때부터 아내의 과거를 철저하게 조사함과 동시에 법의 칼날을 빼들었다. 곧바로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친생자관계존부확인의 소송이란 특정인 사이의 불명확한 친생자관계에 대하여 이의 확정을 구하기 위하여 제기하는 소를 말한다. 기존의 친생자 관계를 판결로써 소멸시키거나 새로운 친생자 관계를 발생시키는 형성의 소이다.이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김씨는 또 다른 사실을 알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김씨와 김여인은 결혼을 한 사실혼 관계에 있지만 아직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김씨가 친자확인을 의뢰하려하자 아내는 김씨의 학생증과 도장을 훔쳐 김씨 몰래 혼인신고를 해 버린 것이었다.

이에 김씨는 친생자관계존부확인 소송에 이어 다시 혼인신고 무효소송을 내야했다. 우선 아이 문제에 관해 재판부는 김씨의 손을 들어 주었다. 친자가 아닌 것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또 혼인무효소송에서도 김씨는 승소했다. 사건을 담당한 울산지법 가사 1단독 허일승 판사는 지난 2일 판결문에서 “김씨의 아내는 2002년 4월 김씨와 결혼하기 전인 94년 4월 강모씨와 결혼하고 6개월만에 이혼했고, 이어 안모씨와 동거하면서 96년 아들까지 출산한 경험이 있다”며 “이 사실을 속이고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 결혼은 원고와 합의없이 이뤄진 것”이라고 판결했다.허 판사는 또 “김씨의 아내는 김씨와 결혼한 뒤 7개월만에 또 다시 아들을 낳아 김씨의 아들이라고 주장한 뒤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는 김씨의 요청을 거부했다”며 “특히 김씨의 아내는 김씨와 결혼하기 위해 자신이 한의사이며 처녀로 돈이 많다고 속인 점도 인정된다”고 밝혔다.그러나 김여인은 계속 친자라고 주장하고 있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 일체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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