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관계? 옷 스타일로 ‘사연’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유부남과 유부녀가 사랑에 빠지는 불륜은 영원한 드라마와 영화의 소재이다. 유혹적이고 짜릿하지만 위험한 사랑은 그만큼 많은 스토리와 콘텐츠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현실에서도 그만큼 불륜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영화와 드라마는 현실의 또 다른 반영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륜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름 아닌 식당 아르바이트생들이다. 물론 그들이 한 눈에 남녀 손님이 불륜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좁은 식당이라면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래야 듣지 않을 수 없고 그러다 보면 둘 사이의 관계를 그리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본 불륜 커플은 어떤 이들일까. 그리고 불륜 커플 사이에서는 어떤 말들이 오가는 것일까. 장기간 식당 알바를 하면서 불륜커플을 많이 봤다는 그들의 입을 통해서 불륜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대학생 한모씨(24)는 지난 1년간 휴학을 하고 고깃집에서 일을 했다. 높은 등록금을 무조건 부모님에게만 의존하기는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1년간의 알바는 그의 인생에서 ‘불륜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심오한 화두(?)를 던져주는 계기가 되었다. 수많은 불륜 커플들과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보고 느낀 것을 무엇일까.

식당에서 거침없는 스킨쉽

“불륜 커플들은 딱 티가 나는 경우가 많아요. 남녀가 같이 오는데 여자가 옷을 잘 차려입고 화장도 대체로 진하게 하고 있는 경우가 많죠. 일반적인 부부가 외식을 나올 때라면 그렇게까지 차려입고 나오지는 않겠죠. 그리고 일단 대화의 내용 자체가 부부들과는 완전히 다르죠. 부부라면 아이들 교육 문제나 아파트 마련, 부모님에 대한 문제 등 아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겠지만 불륜들은 그런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죠. 서로의 처신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서로 사랑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러다 보면 아주 심한 상태로 발전하기도 하죠.”

한씨가 말하는 ‘아주 심한 상태’라는 것은 여성이 남성의 얼굴에 맥주를 붓는 경우라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가 아주 많지는 않겠지만 티격태격하다가 결국에는 서로가 ‘심한 꼴’을 보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여자가 화가 난 나머지 남자를 혼자 식당에 두고 나가버리는 일도 있다고. 이럴 경우에는 알바생이나 식당 주인도 무척 민망함을 느낀다고 한다.

때로는 또다른 의미에서 민망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서로의 사랑이 너무 깊은 나머지 진한 스킨쉽을 하거나 때로는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씨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어보자.

“사실 저야 남녀 관계를 잘 모르지만 불륜들끼리는 섹스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그렇지 않다면 자기 배우자를 배신하면서 까지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우리 자기는 섹스를 너무 좋아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기도 해요. 이런 말들은 듣고 있는 우리들도 민망한 경우가 많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에 콩깍지가 씌인다고 하잖아요. 그둘 사이에서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말인거죠. 그러고 보면 많은 사람들이 오는 식당에서 참 대담하게도 불륜을 저지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불륜 남녀들의 대담성은 여기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자녀들까지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불륜 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경우에는 이혼을 했거나 사별 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지만 만약 불륜이라는 것을 전제한다면 불륜으로 맺어진 사이에서 아이들까지 서로 함께 본다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한씨는 식당에서의 불륜들을 경험한 이후로는 자신의 미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일부 회의감이 든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결혼한 모든 사람들이 모두 불륜을 저지르는 건 아니겠죠. 하지만 그런 모습들을 많이 보다보면 아무래도 미래의 배우자도 불륜을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요. 아무래도 결혼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서로가 지겨워질 때도 있고 그럴 때는 다른 이성을 만나 즐기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죠. 어른들이 만들어 가는 불륜의 세계는 한편으로 씁쓸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런 것이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하기도 합니다.”

2~3개월에 한번씩 ‘난리’

하지만 불륜들이 꼭 식당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밥을 먹었으면 이제 모텔에 가서 섹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한 모텔에서 일을 했던 김모씨(25)씨 역시 마찬가지로 수많은 불륜 커플들을 보았다고 한다. 특히 경기도 외곽에 있는 호텔들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여행객이나 사업 때문에 투숙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러니까 거의 99% 이상 섹스를 위해서 모텔을 찾는다는 것. 그 중에는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 사이도 있겠지만 상당수가 40대 이상의 불륜 커플이라고 한다.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일반적인 결혼하지 않은 연인들은 별로 눈치를 보지 않아요. 그냥 젊은 사람들끼리 섹스를 원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그들도 크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염두에 두지는 않죠. 하지만 불륜 커플들은 확실히 달라요. 일단 모텔에 들어올 때부터 시간차를 두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여자가 먼저 들어오고 나중에 남자가 들어온다든지, 아니면 반대로 남자가 먼저 방을 잡고 여자는 나중에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오죠. 그런 사람들은 거의 모두 불륜커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김씨가 경험했던 불륜 커플들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바로 실제 아내, 혹은 남편이 위치를 추적해 현장(?)을 덮칠 때이다. 2~3개월에 한번 정도는 경찰을 대동하거나 혹은 경찰이 없다면 친척들을 대동하고 실제 배우자가 나타난다는 것. 그럴 때는 모텔에도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신의 배우자를 찾으러 온 사람들을 보고 굉장히 쇼킹했어요. TV드라마에서나 보는 일이 내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벌어진다는 것에 놀라웠죠.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모습들을 자주 보니까 이제 그것도 면역이 생겼나봐요. 뭐 그러려니 하는 거죠. 그런데 그럴 때마다 씁쓸한 건 사실이예요. 자신의 소중한 가정을 두고 그렇게 섹스 때문에 불륜을 저지른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갈 때가 있죠. 나는 나중에 저러지 말아야지라고 생각은 하지만 뭐 그 사람들이라고 처음부터 불륜을 저지르려고 그랬을리는 없잖아요. 그런 점에서 참 세상 일은 알 수 없다는 그런 생각도 들곤 해요.”

물론 그렇게 해서 한 번씩 난리를 치른 후에는 다시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김씨의 입장에서 자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겠지만 아마도 커플이 깨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예상할 뿐이다.

어쩌면 불륜이란 인간 사회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실제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모두 불륜은 존재한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불륜은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불륜으로 상처를 입는 사람들은 결국 그들 자신들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이 해체되고 자녀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는 것은 결국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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