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명의로 된 통장, 이른바 대포통장 거래가 인터넷을 통해 은밀하게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런 통장들은 법의 처벌기준이 없어 각종 범죄 자금의 유통에 이용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실제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카페 게시판에는 ‘대포통장을 구입해 드린다’‘통장을 판매한다’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칭해 축의금을 챙기려 했던 김씨도 인터넷에서 대포통장을 사 범죄에 이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인터넷 대포통장 거래업자를 통해 1개당 15만원을 주고 10개를 구입했다. 조사결과 문제의 통장주인은 김모(23·여)씨 로 인터넷 D사이트를 통해 대포통장 수집책 손모(29)씨에게 연락해 판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수집책 손씨는 대포통장의 유통책에게 팔았고, 최종적으로 김씨의 손에까지 들어가게 된 것.

경찰청 진혜성 특수수사과 2팀장은 “대포통장의 거래는 퀵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거래되기 때문에 추적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며 “청와대 비서실장을 사칭해 붙잡힌 김씨의 경우도 무려 5단계를 거쳐 거래된 대포통장이었다”고 말했다. 진 팀장은 또 “대포통장의 거래를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며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많고 사회문제가 될 위험이 많아 단속 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건에 이용됐던 대포통장 거래자, 수집책, 유통책들도 김씨와 공범 관계가 아니면 처벌을 할 규정이 없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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