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신문의 잇단 창간으로 신문 가판시장이 고사될 위기에 처했다. 신문사들을 침체의 늪으로 몰아넣고 가판 판매업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는 무가지 신문 전쟁의 문제점을 진단해 보았다.잇따른 무가지 신문의 창간으로 신문사와 가판업계는 지금 비상이 걸렸다. 무가지 신문의 무분별한 독자와 광고주 확보 경쟁으로 수익원의 변동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수익감소가 심각한 수위에 이르자 각 신문사들은 저마다 새로운 무가지 신문을 창간하거나 자사의 신문을 무가지로 돌리는 방향을 검토 중에 있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문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면 신문사와 가판대는 공멸할 것”이라는 섬뜩한 예상도 나돌고 있다.

무가지 신문 전쟁의 도화선은 메트로였다. 지하철역에서 배포되는 무료신문이라는 특성 때문에 주목을 끌었다. 메트로가 지하철에 뿌려지자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들의 반응은 뜨거웠지만 이런 호응과는 달리 메트로는 계속 적자를 면치 못했다. 또 ‘지하철에 신문 쓰레기가 넘쳐난다’는 지하철 공사의 항의 때문에 배포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지난 2003년 6월 마침내 데일리포커스라는 무료신문이 등장해 업계가 또한번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는 곧바로 신문 광고시장 점유 경쟁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무가지의 확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데일리포커스가 나온 지 5개월 만인 11월 문화일보에서 ‘am7’이라는 이름의 무가지 신문을 내 놓은 것이다. 메트로, 데일리 포커스, am7 등 무가지 3사의 전쟁이 시작됐다. 이어 굿모닝 서울, 데일리 줌 등의 무료신문이 연달아 창간되면서 무료신문 전쟁은 순식간에 5파전 양상으로 돌변했다.

이로써 현재 발행되고 있는 무료신문은 메트로와 데일리 포커스, am7, 굿모닝서울 등 시사신문 4개에다 최근 창간된 만화 신문 데일리줌까지 모두 5개. 발행부수 인증매체인 한국 ABC협회에 따르면 국내 3대 종합일간지의 수도권 발행부수는 각 60만~70만부 수준이고, 무료신문의 수도권 배포 부수는 40만~50만 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다각도로 자생방안이라도 강구할 수 있는 신문사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하루하루 벌어 생계를 유지하는 지하철 가판업자들은 무가지 신문이 대량으로 뿌려지면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한마디로 ‘악’소리 한번 못 내고 당할 판이다.특히 무가지 신문 중 데일리줌은 만화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뉴스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특성이 있다. 뉴스가 주요 콘텐츠인 4개의 무료신문들은 아침에만 읽혀 시기성이 있는 반면, 데일리줌은 만화를 주요 콘텐츠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기성이 없어 온종일 시민들의 손에서 손으로 돈다. 이 때문에 가판업자들에게 데일리줌은 ‘사약’과도 같은 신문이다.

이에 6월 21일 지하철 신문판매협의회의 가판업자들은 “무료 신문 창간으로 신문 판매가 감소, 생계를 위협받고 있다”며 데일리줌의 배포를 막아보려 하루 동안 300여군데 가판의 신문판매를 거부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영업이 중단된 각 가판대에는 ‘장애인을 두 번 죽이지 마세요’라는 제목으로 무료신문 창간과 지하철 공사의 과다한 임대료 정책에 항의하는 대자보가 붙었다.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는 65세 노인, 모자가정, 독립유공자 유가족 등 국민기초 생활보호법에 의한 수급자들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지하철 신문가판대를 임대하고 있어 가판을 운영하는 이들은 대부분 기초생활 대상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날 장애인을 포함한 200여명의 가판업자들은 데일리줌 측에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이튿날 데일리줌은 이들의 비명 속에 예정대로 창간됐다. 한 가판업자는 “임대료가 35만원인데 한달 수입은 60만원을 왔다갔다 한다. 이제 가판장사도 끝”이라며 “장사가 안돼서 다른 일 하려고 해도 200만원에 달하는 위약금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무료 만화신문이 창간되자 우려했던 현상은 여실히 드러났다. 무료만화신문이 나오자 무가지의 융단폭격에도 그나마 매상을 지켜주던 스포츠신문의 매출이 70%이상 급감해 가판업자들은 신문판매를 자포자기한 상태다. 가판을 통한 구독률이 급감하면서 스포츠신문사의 절망 섞인 비명도 커지고 있다. 5개 무료신문의 각축으로 광고매출 저하, 가판판매 부진 등 ‘이중고’를 겪고 있는 스포츠지 가운데 가장 많은 발행부수를 자랑해온 스포츠서울은 회사측이 노조와의 협의 없이 이달 지급돼야 할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아 노조원들은 ‘파업 불사’를 외치고 있는 형편이다. 종로 3가역의 한 가판업자는 “신문이 팔리지 않아 예전의 20%정도 들여놓는 형편”이라며 “그나마 이것도 팔리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한 신문 지국 관계자는 “이 추세대로라면 무료신문이 아파트 단지 안에도 배포를 시작할 것”이라며 “만약 그렇게 되면 현재 일간지를 구독하는 사람들은 구독을 중단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요 일간지가 입는 타격은 엄청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또 스포츠한국의 이진희 편집국장은 “기존의 신문 시장은 무너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독자들이 돈 내고 신문보기 아깝다는데 누가 돈 받고 신문 팔겠냐”고 말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산 지하철의 한 가판업자는 “이제는 사람들이 돈 내고 신문 사보려 하지 않는다”며 “아침에 신문이 공짜로 나오는데 누가 돈주고 신문 사 보겠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일간 신문사들 “광고 비상” 아우성

국내 최대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은 지난해 2004년도 광고 경기 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제일기획은 “2004년 광고시장은 최소 전년수준에서 최대 4.5% 성장한 6조 8,000억원∼7조 1,000억원 규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러나 한국광고주협회가 매월 초 발표하는 광고경기실사지수(ASI) 전망치를 보면 신문 광고물량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 신문사인 ‘조중동’은 이미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한 상태다. 때문에 ‘조중동’ 보다 상황이 안 좋은 일부 신문사들의 고민은 말할 것도 없다. 메이저 신문사들을 비롯한 경향·한국·한겨레신문 등도 주 수입원인 광고시장이 위축되면서 경영자금의 유동성이 경색되자 어쩔 수 없이 감면·감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경영사정이 악화되면서 급여·상여금 등의 임금삭감에 이어 구조조정에 들어간 곳도 있다.한국일보의 경우 얼마 전 이미 70여명의 인력을 퇴출시킨 데 이어 다시 임금 20% 삭감과 100명의 인력 구조조정안을 노조측에 제안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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