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의 거친 용이 무섭게 꿈틀거리고 있다. 샤오캉(小康,의식주가 해결되고 생활수준이 중산층에 이르는 사회)이라는 목표를 향해 시뻘건 불덩어리를 거칠게 내뿜으며 승천하려는 것이다. 그 움직임이 너무 드세다. 그 용틀임의 속도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릴 정도로 말이다(실제로 세계은행(IBRD)은 2004년 중국 경제는 7.7%로, 2005년에는 7.2%로 성장률을 조절할 움직임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용의 주된 원동력이 되고 있는 곳이 바로 상하이다. 현재 중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되는 이곳에는 18층 이상되는 고층건물이 4천동 정도 존재한다고 하는데 이는 일본열도에 있는 18층 이상 고층건물 수보다 많다고 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듯 상하이를 비롯한 대도시 거리는 이미 최고급 외제차의 전시장과 같이 되었으며 최첨단 고층건물및 주거공간이 하루가 다르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선 안될 것이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름 아닌 광할한 중국대륙의 ‘몇몇 대도시’에서 빚어지는 ‘소수의 중국’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왕용(王勇·44)은 상하이의 한 주택지에 거주하며 국영상점에서 관리인을 맡고 있다. 그의 부인 역시 한 국영상점의 판매원을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는 고등학교 2학년인 아들 하나가 있다. 국가에서 배분해 준 약 13평 정도의 방 2칸짜리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들 부부의 최대 꿈은 아들의 대학진학. 얼마후면 달성될 지도 모를 그 꿈을 위해 부부의 월 총수입 약2,500위안(한화 약 38만원)을 쪼개고 쪼개어 악착같이 저축하려 한다. 하지만 경제성장과 더불어 찾아온 물가급등이라는 불청객은 이들의 삶을 녹녹하게 내버려 두지만은 않는다.

“부업거리라도 찾아야 겠는데 비빌데가 통 없다.”기자가 쥐어준 한국산 담배를 뿜어대며 뱉어내는 왕용의 한 마디다. 택시기사 리(李). 중국경제 발전과 고용에 대해 취재하기 위해 상하이에 소재한 ‘기업및 경제발전 연구소’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그의 택시에 올랐다. 그는 뜻밖에도 아직 앳된 얼굴이 채 가시지 않은 준수한 용모의 20대였다. “중국경제가 떠오른다, 떠오른다 하는데, 어디로 떠오르는 건지 모르겠다. 그 열매는 도대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가는지 원….” 2003년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그는 적당한 일거리가 없어 핸들을 잡고 있다고 한다. 와이띠런(外地人). 이들은 주로 농촌에서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온 전직 농민들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도시화의 여파로 순박한 농민들은 자신의 생존수단인 토지를 수용당하며 고단한 삶의 전선에 뛰어들게 된다. 물론 그들은 토지에 대한 경제보상을 받기는 받는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보장할 정도는 아니며 그렇다고 도시민과 같은 사회보장 시스템의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앉은 채로 생명줄과 같은 보상을 축낼 수 만은 없다. 이러한 이들이 택하는 것은 결국 도시행. 대개 이와 같은 처지로 도시로 유입된 농민의 수는 2003년만 해도 1억 명을 넘어섰고 그 증가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낯선 도시에서의 일자리 잡기란 함께 떠나온 오랜 동향지기라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그야말로 목숨 건 전투와 같다.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샤오캉 사회건설이 목표인 중국은 취업문제가 최대관건입니다. 더욱이 거대한 농촌인구의 취업난을 해결해내지 못하면 경제성장뿐만 아니라 국가의 생존기반마저 흔들릴 수 있어요.”경제학자 왕빠오산(王寶山·47)의 말이다. 경제규모 세계3위 달성을 눈 앞에 둔 화려한 중국의 발등에는 이미 간과하기 힘든 만큼의 불씨가 쌓여지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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