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의원이 지난 11일 북한 것으로 추정된 무인기에 대해 “북한에서 보낸 게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코미디’라고 발언한 바로 이튿날 북한 당국이 무인기 침투를 완전 부인하고 나섰다. 한술 더 떠 남북한이 무인기의 정체를 함께 조사하는 공동 조사단을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마치 부창부수(夫唱婦隨)처럼 나타나는 현상이 기이롭기까지 했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 조작도 조사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당시 야권이 앞장서서 주장했던 음모론에 기대 새로 남남갈등을 극대화 시켜 보겠다는 의도다. 새정치연합이 민생과 안보를 최우선 항목에 두겠다며 통합을 선언한 합당 선언문의 잉크도 채 마르기 전에 정 의원이 국회공식발언에서 우려했던 통합야당의 정체성 불안을 백일하에 드러내게끔 된 것이다.

정 의원의 이 주장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전 멤버들을 거쳐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나꼼수’ 진행자였던 김어준 씨는 11일 오후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추락 무인기를 빗대 “이건 무인기가 아니라 장난감 아니냐”고 했다. 정 의원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조경태 새정치연합 최고위원은 “무인기의 북한 소행이 최종 밝혀질 경우 국민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또 당내 친노(親盧)세력을 겨냥해 “노무현 이름을 파는 매노(賣盧)세력은 나가서 자기들끼리 따로 당을 만들어 평가 받는 것이 옳다”고 했다. 정청래 의원의 ‘무인기 코미디’ 발언이 기폭제가 돼 진보의 분열이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과정서부터 나타난 파열음이 창당 20일이 안돼 굉음으로 발전된 것이다.

물론 조 의원이 친노 배제가 아니라 일부 매노세력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고, 금태섭 새정치연합 대변인도 친노 배제론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못 박았지만 친노의 분노는 좀체 식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지방선거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야당이 죽는 길로 가고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정치권에서 흔히 진보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는 부패로 망한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사회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구성비가 진보에게 불리하게 그려진다고 보면 이번 정청래 의원 발언 파장은 강성 진보의 막장스토리로 비화될 만하다. 박근혜 정부 들어선 지 이제 13개월이다. 대통령 지지도는 70%에 육박한다. ‘친노’가 목소리를 높이기에는 어느 모로 보나 적절한 때가 아니다.

문제의 단초는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통합 선언을 하고 5:5 지분의 합당을 한다면서 민주당 대주주격인 ‘친노’를 예우하지 않은 중대한 불찰을 저질렀다는 점이다. 김, 안 두 공동대표가 통 큰 리더십으로 융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작금 같은 분란으로 두 사람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지 않아도 좋았다는 생각이다.

야당의 분열은 여당의 독주를 초래한다. 독주하는 정치권력은 필히 부패하기 마련이다. 친북이니 종북이니 해서 국민감정을 격앙케 한 게 모자라 국회 단상에서 북한과 ‘부창부수’를 일으키는 이상한 진보가 진보 헤게모니 싸움을 벌이고, 보수의 부패가 꼬리를 무는 대한민국 미래가 한없이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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