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성욕만 해소하는데 문제되나요?”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만약 당신이 이제 막 20살이 넘은 자녀가 성매매 업소에 출입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부모의 입장에서 갓난아기 때부터 키워온 아들이 이제 ‘창녀’의 손길에서 쾌락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실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속을 끓이는 부모들이 있다. 아버지의 경우라면 ‘같은 남자의 입장’에서 이해를 해줄 수 있을 법도 하지만 문제는 지나치게 어린 나이에, 그것도 자신이 돈을 모아 그런 곳을 간다고 하면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어머니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들이 그냥 여자도 아니고 성매매 여성들에게 돈을 쓰고 성매매를 즐긴다는 것은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지난 4월 초순, 일산의 한 불법안마 시술소 앞에 한 중년의 남성이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좀체 그 자리를 뜰 생각이 없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는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그가 정작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 안마 시술소 안에서 성매매를 하던 자신의 아들이었다. 친구에게 아들이 성매매 업소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은 그가 현장을 잡기 위해서 그곳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는 처음에는 곧바로 안마업소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왔다는 소식에 아들은 안에서 꼼짝을 하지 않았고 아무리 안마 업소가 불법 업소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영업방해를 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저 문 앞에서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 업소 측에서는 일단 아가씨들을 모두 밖으로 내 보낸 상태. 혹시나 아버지가 성매매 업소에 대한 신고를 할 것에 대비한 것이다. 어쨌든 남성은 그렇게 타들어가는 긴장감으로 그곳에서 아들을 기다리고 있었고 결국에는 아들과 대면해 집으로 돌아갔다. 취재진은 업소 주인을 통해서 당시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한 아버지의 3시간에 걸친 기다림

“결국에 아들은 고개를 푹 숙이고 아버지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그곳에서만 무려 3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다. 아들은 안절부절 못했고 3시간 이상을 우리 업소에 있을 수는 없었다. 거기다가 우리도 장사를 해야 하지 않은가. 결국 아들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고 그렇게 상황은 종결됐다.”

그렇다면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하는 것일까? 업소 주인의 말에 따르면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지만 가끔씩은 있는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 아내가 남편을 찾으러 오는 경우도 있다는 것. 물론 이렇게 당사자가 업소에 왔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주변의 조력자들이 필요하다. 아빠와 아들의 경우라면 아들의 친구가 정보를 제공하고 아내와 남편의 경우라면 아내와 친한 남편의 친구가 도와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을 당한 아빠의 심정은 어떨까? 취재진은 중년의 남성들에게 ‘만약 당신의 아들이 안마 시술소를 즐겨간다면 어떤 기분이겠는가?’라는 것을 물어보았다. 이에 대해서는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거의 비슷한 대답이 나왔다.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한두 번쯤은 그런 곳에 가볼 수 있겠지만, 어린 나이에는 중독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많은 사람도 한번 그런 곳에서 쾌락을 느끼면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판단력이 정확하기 않은 20대 초반이 즐기기에는 너무 안 좋은 곳이다. 만약 내 아들이 그랬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말릴 것 같다. 정 안되면 아버지인 내가 아들을 경찰에 신고를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해서라도 버릇을 고쳐놔야 하지 않겠는가. 3살 버릇 80살까지 간다고 하지 않는가.”

또 다른 한 아버지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내가 만약 그런 모습을 본다면 정말이지 억장이 무너질 것 같다. 하지만 아들이 성인이 되었다면 충분히 대화로 해결 되지 않을까 싶다. 같은 남자로서 그런 곳에 가고 싶은 생각은 이해하겠지만 너무 일찍 그런 곳에 물들기 시작하면 나중에라도 큰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법적으로 단속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범법자라도 되면 큰 일이 아닌가?”

퇴폐업소에 가는 남편을 둔 아내들의 고통

하지만 더욱더 억장이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마시술소에 가는 남편을 둔 아내들이다. 아들과 아버지야 그래도 같은 남자이기 때문에 최소한 서로가 공유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아내와 남편은 전혀 다른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성적으로 맺어진 부부 관계이기 때문에 남편이 그런 곳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아내들은 이혼을 결심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취재진은 이렇게 남편의 안마시술소 출입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녀에 따르면 남편은 지금도 안마시술소 출입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다.

“처음 남편이 그런 곳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카드 명세서 때문이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항목이 있어서 전화를 해봤더니 우물쭈물하고 대답을 잘 못했다. 결국 그곳을 직접 찾아가봤더니 불법 안마 시술소였다. 처음에는 그런 곳에서 정말로 안마만 받는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고 오히려 매춘이 주목적이었던 것이다. 이로인해 남편과 싸웠고 남편은 다시는 그런 곳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남편은 그 이후로도 계속해서 그곳을 출입했고 이제는 아예 ‘그냥 성욕만 해소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라고 말할 정도다. 남편이 그곳에서 여자와 섹스를 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미칠 것만 같다.”

그런데 아내들을 더욱 괴롭게 하는 것은 남편이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남편에게 버림받았다는 것, 그리고 여자로서 느끼는 비참함이다. 또다른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남편은 처음 결혼할 때 나만 평생 사랑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심지어는 수면제를 먹고 자살시도까지 할 정도였다. 한편으로 안쓰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이런 남자랑 결혼하면 나중에 바람은 안 피우겠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세월이 지나니 아무 것도 아니었다. 남편은 어느 새부터인가 나를 별로 여자 취급을 하지 않는 것 같았고, 안마업소에 다니면서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즐기는 듯 했다. 여자로서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니 나는 그것 때문에 괴롭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앞이 꽉 막힌 여자는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 남자들이 비즈니스 때문에 룸살롱에도 갈 수 있고 술에 취하면 그런 곳이 생각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니까 이제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이 없어져버렸다.”

사실 성매매란 단지 한 남성과 한 여성의 불법적인 성관계에 관련된 일은 아니다. 보다 실질적으로 이는 가족들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마치게 마련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 그리고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가지고 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장기화되면 가족 간의 불화, 그리고 가정의 불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히 성매매로 얼마의 돈을 썼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 그리고 가족 간의 사랑과 애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 성매매 대책도 그저 단순히 위법자들을 잡아들이고 처벌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보다 근원적으로는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소단위라고 할 수 있는 가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성매매를 뿌리 뽑는 것이 바로 가정을 안정시키고, 또한 국가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다. 가정이 안정되는 것에서부터 한 개인의 안정과 국가의 안정도 함께 시작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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