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을 넘게 함께 살아왔더라도 동성간에는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인천지방법원 제2가사부 이상인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여성인 원고 A(45)씨가 20여년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해 온 여성 피고 B(47)씨를 상대로 낸‘사실혼 관계해소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청구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혼인제도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 온 배경과 우리 법이 예정하고 있는 혼인제도를 감안하면 혼인의 당사자는 남녀간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비록 혼인제도의 의미가 시대의 윤리나 도덕관념의 변화에 따라 변화할 수는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관념에 의하면 혼인은 일부일처(一夫一妻)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 육체적 결합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동성간에 사실혼 유사의 동거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더라도 부부공동생활을 인정할 만한 실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사회관념상이나 가족질서면에서 용인될 수 없다”며 “동성간의 동거관계를 법률혼에 준하는 보호를 받는 사실혼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정싸움까지 벌인 두 여성은 지난 1980년 인천에 있는 한 택시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택시기사로 일하던 B씨와 당시 경리직원으로 일하던 A씨는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동거생활을 시작한 것. 두 사람은 인천에서 서예학원을 운영하는 등 돈을 모았고 재산관리는 B씨가 맡으며 단란한 동거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관계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A씨가 지난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소장을 통해 “B씨가 모든 재산이 자신의 명의로 있게 되자 나와 우리 부모를 의심했고 폭행과 협박까지도 서슴지 않아 사실혼관계가 파탄되었다”며 “사실혼 부당파기로 인한 위자료 및 사실혼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A씨는 또 “지난 20년간 성관계를 맺는 등의 사실혼 유사의 부부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동성간의 사실혼 관계가 상대방의 의사나 책임있는 사유로 파탄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며 소(訴)를 기각했다.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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