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학생을 맡아 교육 및 숙식책임과 대학입학을 지도하는 것입니다. 어차피 보내는 조기교육이라면 한국의 부모도 안심하고 또 학생 당사자도 잘 지도할 사람들의 필요성을 절감, 시작하게 된거죠.”상하이에서 <아카데미>를 운영중인 김원장(30대 중반·남)의 말이다. 자녀의 미래를 위해서는 물불가리지 않는 우리 교육열. 그 폐해를 익히 잘 알고 있음에도 설마하는 마음에 떠나보내는 조기유학의 열풍속에 온갖 스트레스와 일찍부터 추스르기 힘든 좌절감을 맛보며 쓰러져가는 우리 아이들. 김 원장이 팔을 걷고 나서게 된 동기이다.그는 현재 서울에서 온 한국학생들(중2~고3)과 함께 아파트에서 숙식을 같이하며 학생들의 부모 및 선생님, 상담자 및 형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아카데미는 쉽게 말하면 일종의 기숙학원으로 중국학교와 협의, 조기유학 온 학생들을 우선 한국어 위주로 학습시키다가 한국어와 중국어 절반씩, 이후 어느 정도의 중국어 실력이 되면 완전히 중국어로 학습을 지속, 대학까지 이르도록 지도하는 시스템이다. 중3부터 그와 생활을 함께하면 대입시까지 무려 4년간 그와 지내는 셈이 되는데 현재 그의 아카데미에는 약 25명 정도의 한국인 학생이 있다고 한다. 조기유학 열풍이 낳은 현지에서의 신종 사업인 것이다. “민감한 시기의 학생들인지라 조금만 소홀히 해도 겉잡을 수 없는 길로 빠져들어갑니다. 특히 아직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형성안된 중학교 2학년 전후의 학생들은 조기유학을 정말 신중히 고려해야 해요.”그에 의하면 아직 채 한국인으로서의 ‘피가 마르지 않은’ 중등학교 학생들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이 중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한 한국인도 아닌 어정쩡한 주변인이 되어있음을 발견, 또다른 정신적 시련과 방황을 겪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조기유학생의 문제는 결국 부모들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부모들의 기대치로 인해 학생들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다른 길로 새나가게 되는 경우를 꽤 봤거든요.”같은 학원에서 근무하는 최선생(20대 후반)의 이야기이다. 조기유학생들과 함께 기숙하며 생활하는 가운데 느껴진 바에 의하면 한국의 부모들은 수천개가 존재하고 있는 중국대학중 오로지 3개(북경대, 칭화대, 복단대) 대학밖에 모르는 것 같은데 바로 이점으로부터 학생들과 지도하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의 고민이 시작된다고 한다. 개중에는 부모들의 3개 대학으로의 ‘집착’이 너무 강해 결국 아이가 커다란 상처를 받고 돌이키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게 된 경우도 있다 한다.

“자식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솔직히 부모 자신을 위한 기대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매우 심각한 상황까지 초래하곤 하는데 이렇게 볼 때 조기유학의 성공과 실패는 부모의 마음자세와 준비상태에서 이미 어느 정도 결정되었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유학은 집안사람 모두를 망침과 동시에 가정경제까지 빚더미에 앉게 하는 첩경이 될 수 있지요. 먼저 부모가 냉정하고 현명하게 준비해야 합니다.”교육사업도 사업인데 아직 사업과는 거리가 먼 듯한 총총한 눈망울과 열정어린 가슴을 지닌 그들을 만나며 그래도 어차피 보내는 조기유학에 이들과 같은 사람이 있어 자녀들을 돌봐준다면 다소나마 안심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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