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 장미, 백조, 여심…. 지금의 중장년층이라면 젊은 시절 한번쯤은 가봤을 만한 소위 ‘꽃마차’류의 술집들이다. 정육점을 연상케 하는 붉은 조명과 좁은 테이블, 그리고 나이든 ‘중년의 아가씨(?)’들이 손님을 접대하는 곳. 때로는 음침함이 세어 나오고 때로는 호기심을 발동하게 하는 70~80년대 분위기의 술집들이 최근에와서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불어닥친 소위 ‘복고열풍’과 맞물려 다시 추억의 장소로 떠오르고 있는 것. 가격대도 저렴해서 20~30만원이면 2~3명이 충분한 수준. 비록 시설은 낙후하지만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고 정감이 있어 중장년층은 물론이고 젊은 층까지 호기심에 꽃마차 술집을 찾고 있다.

중장년층의 향수

서울 을지로의 한 변두리 지역. 이곳에는 6~7개 정도의 꽃마차 술집들이 늘어서 있다. 낮에는 문을 꼭 걸어 잠근 채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제대로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적막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밤이 되면 서서히 붉은 빛이 세어 나오고 문틈 사이로는 여인네들의 살결이 보인다. 이런 꽃마차 술집들은 70~80년대에 전성기를 이루었지만 룸살롱과 단란주점의 등장으로 완전히 ‘한물 간’ 업소들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요즘 20대들은 도대체 저런 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부 유흥문화에 민감한 젊은 층을 중심으로 ‘꽃마차 선풍’이 다시 불고 있다. 비록 시설은 낙후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낙후한 시설 자체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한 유흥업소 관련 인터넷 사이트의 이용자는 “유명하다는 룸살롱이나 단란주점에 많이 돌아다니다가 어느 날 우연히 ‘여심’이라는 꽃마차류의 술집에 들어갔을 때의 신선함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마치 60~70년대 과자류나 장난감들이 2004년 오늘에서야 다시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 비슷한 문화적 현상이다. 젊은 층은 이렇듯 대부분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다음은 꽃마차류의 술집에 다녀왔던 사람들의 이용후기.‘형이나 삼촌에게만 듣던 그런 집에 드디어 가봤다. 처음에는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줌마들도 나이가 많아 거부감이 들었지만 점차 익숙해지더니 오히려 그런 상황 자체가 재미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아이디:바보XX)

‘꽃마차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질펀함이다. 룸이나 단란의 아가씨들은 모두 정장에 깔끔한 옷을 추구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거의 몸빼 바지에 육박하는 편안한 옷들, 걸쭉한 입담과 모 아줌마 연예인을 능가하는 깔깔대는 웃음소리, 오히려 마음이 편하게 느껴졌다.’(아이디:kiiXX)‘가격이 저렴한 것도 큰 장점이다. 혼자 가 양주 한병 정도 마시면 10~20만원 선이다. 룸살롱 같은 곳에서 아가씨들은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두 탕 세 탕 뛸 때는 약간 짜증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곳에는 아무리 여러 탕을 뛸래야 손님들도 없고 테이블도 기껏해야 2~3개다. 아늑하게 놀기에는 딱이다.’(아이디:wellcoXX)반면 중장년층은 옛향수를 느끼기 위해서 이런 곳을 많이 찾는다. 중년의 직장인 최모(45)씨는 “사실 돈이 없어서 싼 곳을 찾아가서 즐기는 것은 아니다”며 “예전 어려웠을 때의 향수를 느낄 수 있고 젊은 시절의 추억을 더듬을 수 있기 때문에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친 후에 가끔씩 찾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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