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가족대책본부 천막이 마련되어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는 두 가지 상반된 풍경이 교차한다. 하나는 “함께버거”로 대표되는 풍경으로 실종자 가족과 아픔을 함께 하려는 자원봉사의 순수한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분노팔이”로 가족의 애통한 마음을 반정부 선동의 기폭제로 악용하려는 불순집단의 간교한 작태이다.

“함께버거”는 한 40대의 남성이 개인적으로 팽목항에 4월19일 세운 햄버거 무료 봉사 시설을 말한다. 이 남성은 경기도 가평에서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던 중 세월호 참사 소식에 가슴이 아파 실종자 가족과 잠수사들에게 무료로 햄버거를 제공하고자 “함께버거”를 세웠다. 그는 천막에 ‘세월호 가족과 아픔을 함께 합니다. 함께버거’라고 적어놓고 봉사활동에 나섰다. 아침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수백개씩 햄버거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였다.

그는 하루 100여만 원어치의 재료를 쓰면서 돈이 떨어지자 ‘식재가 떨어져서 가지고 꼭 다시 올게요. 심내세요’라는 메모를 붙이고 가게를 떠났다. 그는 3일 만에 약속대로 그 자리에 다시 나와 햄버거를 구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일손이 모자란다며 노부모님까지 모시고 와서 가족이 함께 봉사에 임하였다. 그는 보름이 넘도록 봉사에 매달리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가게 상호를 밝히지 않고 묵묵히 햄버거만 굽는다.

그런가 하면 팽목항에는 “분노팔이”가 나타나 희생자 가족은 물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안산 단원고 실종 학부모들은 탁자위에 실종 자녀의 생환을 기원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던 과자와 음료수를 올려놓았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먹을 간식입니다’라는 쪽지도 붙여놓았다. 실종된 아이들의 생환을 간절히 기원하는 메모였다.

그런데 난데없이 이 탁자위에 ‘깊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 ‘이런 대통령 필요없다’라고 인쇄된 전단이 뿌려져 있었다. 이 살기등등한 전단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그밖에도 이 전단은 ‘경쟁교육 속물 자본주의 침몰하는 대한민국 반드시 바로 세우겠습니다’라는 대목도 적혀 있었다.
현지 경찰은 이 쪽지가 실종자 가족의 슬픔과 분노를 이용해 반정부 시위를 선동하려는 소행으로 “분노팔이”라고 했다. 분노를 팔아 선동한다는 뜻이다. 실종자 가족의 애절한 마음을 좌경 이념적 정치 도구로 악용하려는 야비하고도 비정한 작태를 노정시킨 현장이다.

한편 4월20일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 항의 방문을 결정했을 때도 “분노팔이”는 여지없이 끼어들었다. 한 실종자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청와대 행진을 “외부인이 부추겼다”는 것이다. 당시 ”분노팔이“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며 청와대 행진을 선동했다고 한다.

또한 지난 4일엔 안산경실련 등 30여개 시민단체로 구성되었다는 안산시민연대 회원 30여 명이 촛불 시위를 하려고 종이컵을 준비해 팽목항으로 찾아갔다. 거기서 그들은 “삼보일배“와 ”촛불 집회“를 하려 기도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이 “우리는 이런 거 필요없다.”며 “가라”고 소리쳐 “분노팔이”를 쫓아냈다는 것이다. “분노팔이”는 이명박 정권 초기 광우병 촛불 시위로 나라를 뒤집어놓았던 불법*폭력시위를 재현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한 “분노팔이” 네티즌은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하늘색 정장에 장신구를 치렁치렁 걸치고...저여자를 끌어내고”라며 충돌질했다.

우리 국민들은 ‘슬픔을 넘어 분노하라’는 “분노팔이”의 야비한 선동에 격분한다. 그러면서도 이름도 밝히지 않은 채 묵묵히 봉사하는 “함께버거”의 따뜻한 손길에 숙연해 진다. “함께버거”가 있기에 대한민국의 장래는 5월의 신록처럼 푸르고 싱그럽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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