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이뤄지는 직장 내 성추행

[일요서울 | 서준 프리랜서] 이제는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인식도 많이 새로워졌다. 이러한 ‘개념’ 조차도 없었을 10여년전만 해도 직장여성들은 속으로 끙끙 앓아야 했으며 혹시라도 회사에서 잘릴까봐 성추행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도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일들도 많이 사라지고 있고, 직장에서도 자체적으로 성추행에 대한 엄격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과 규정’이 있다고 해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성(性)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인간의 궁극적인 욕망은 그리 쉽게 교육되거나 규정으로 제어될 성질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도 직장 내에서 성추행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많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전히 회사에서 잘릴까봐 이를 알리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이 많다. 특히 남성들 역시 자신의 문제의 주인공이 되지 않기 위해서 더욱 더 은밀한 방법으로 성추행을 하곤 한다. 직장 내에서는 지금 현재 어떤 성추행이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에는 직장 내 성추행이 많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워낙 많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성추행 교육을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만약 그런 일이 생겼을 때 처벌도 강하기 때문이다.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 남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단 둘만의 지방 출장에서…

“사실 요즘에는 남자들이 먼저 더 조심하는 경향이 있다. 혹시나 오해 살 만한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문제는 여성이 문제를 제기하면 남성은 객관적이고 철저한 증거를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성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아예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스스로 몸조심하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 기업 내의 분위기는 성추행에 대해서 철저하게 경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추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곳곳에서 성추행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출장을 가는 경우에는 이런 일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 사실이다. 취재진은 최근 상사와 지방 출장을 갔다가 술에 취한 상사에게 몹시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는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녁 때 일 끝나고 밥 먹으면서 술 한잔할 수 있는 일 아닌가. 특히 지방에 출장을 가면 약간의 해방감이 들기도 하고 다음날 본사로 출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마음이 풀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상사는 지켜야할 것은 지켜야 하지 않은가. 함께 밥과 술을 먹고 노래방을 갔는데, 허리와 허벅지를 더듬기도 하고 블루스를 추자고 강요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화를 내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어차피 내일 술이 깨면 그냥 다 지나갈 일이기 때문에 당시에는 그냥 참고 넘겼다. 상사도 나중에 나에게 사과를 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기분이 찜찜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아직도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이러한 성추행이 직접적인 행위보다는 말과 눈빛으로 은근히 옮겨가고 있다. 직접적인 성추행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보니 좀 더 지능적인(?) 방법이 선호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적 경험을 묻거나 업무를 빙자해 신체를 접촉하는 행위이다. 한 직장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커피를 타거나 서류를 건네줄 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잡는 경우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는 그렇게 못하고 사적인 공간에서 그렇게 한다. 물론 그 당시에는 항의도 해보곤 하지만 그게 그렇게 잘 먹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있어서 증인이 되어주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 내가 그렇게 주장해봐야 상대방이 부인을 해버리면 나중에는 나만 이상한 여자가 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그저 참는 것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약자인 내가 참아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남성들이 성추행 당하는 경우도 있어

하지만 꼭 여자만이 성추행의 피해자가 되라는 법은 없다. 요즘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에서는 오히려 남성들이 성추행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더욱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고 퇴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20대 후반의 김 모 씨는 여자 생산직 사원이 많은 현장에서 근무하다 성추행을 당한 경우다. 처음에는 자신도 참는 경우가 많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노골적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특히 상대 여성들이 대부분 30대 후반, 40대 초반이라서 아무리 여자로 생각하려고 해도 그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김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처음에는 나도 남자라서 은근히 성적인 욕망이 일어나기도 했다. 회사에서 섹스를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리 나쁜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마치 장난처럼 계속해서 이어지면 서서히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사실 회사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나이든 여성들이 남성들을 성추행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했고 그런 일이 있더라도 나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을 겪고 보니 보통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에는 퇴사를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정말 이러다가는 회사 일도 뭐고 아무 것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직장 내에서 섹스 파트너를 찾는 여성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곳에서 남자를 만나기는 시간이 쉽게 나질 않고, 또 어느 정도 섹스에 적극적인 색기 있는 여성들은 차라리 직장 내에서 은밀한 남성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직장 내에서의 동료관계, 혹은 상사와의 관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것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어차피 다치면 서로가 손해이기 때문에 더욱 더 조심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 친구 중에는 한 회사에서 2~3명 정도의 섹스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 친구는 너무 섹스를 밝혀서 남자가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할 정도이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니 양육에 부담이 되고 그렇다고 섹스를 안 하자니 몸이 못 견딜 정도이니 아예 차라리 회사 내에서 섹스 파트너를 찾는 경우다. 물론 회사가 좀 커서 각기 전혀 다른 부서의 사람들과 섹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 남자들끼리도 알기가 힘들고, 또 동료관계니 서로가 서로를 피곤하게 할 일도 별로 없다. 괜히 서로를 귀찮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내 친구의 행동이 더 지혜로운지도 모르겠다. 서로 간의 비밀만 지켜진다면 꽤 안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만 직장 내에서의 섹스 파트너 관계란 한편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극히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직장 내에 섹스 파트너가 있다는 것 자체가 한편으로는 치명적인 약점이기 때문에 이 약점으로 상대방을 협박하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이는 생계가 달린 일이고, 심지어 아내와 자녀가 있다면 여기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섹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당시에는 ‘더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섹스 파트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로 눈짓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분명 색다른 일탈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이러한 행복이 바로 파멸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직장 내 성추행, 혹은 직장 내 섹스 파트너 관계가 줄어들 가능성은 없을까. 아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때로 아주 위험한 일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그것을 감행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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