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공식사과와 함께 국가재난처 신설, 해경 해체, 안전행정부 축소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담화문 발표이후 유가족.실종자 가족뿐만 아니라 안산 시민과 진도 군민 등 세월호 참사의 최대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실망스럽다는 평이다.

특히 유가족들이 몰려 있는 안산시와 실종자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진도의 경우 특별 재난지역 선포 이후 대통령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쉬운 대목이다. 300여명의 희생자중 단원고 학생들의 가장 많은 안산시는 이미 피폐해질대로피폐해져 죽음의 도시로 전락하기 일보직전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07월 부일외고 수학여행 버스 참사에서 살아남은 김은진씨(30.)의 피해자에 대한 당부의 글이 재차 화제가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이후 자신의 초등학교 밴드에 장문의 글을 올린 김씨는 앞으로 안산시에 거주하는 유가족, 실종자, 생존자들이 겪을 일을 상세하게 적어 보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씨는 살아 있는 사람들도 돌봐주세요, 간절히 부탁합니다는 당부와 함께 그는 앞으로 유가족들에게 벌어질 일들을 다음과 같이 세세하게 풀어놨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의 사망 소식 뒤에 살아남은 부모들이 견뎌야 했던 처벌은 우울증과 이혼이었습니다. 스스로를 탓하고, 배우자를 책망하다, 결국 사망자 부모님 대부분이 이혼 또는 별거를 했고, 조부모님들은 손자, 손녀 사고 후 3년 사이로 많이들 돌아가셨습니다. 사건이 발생한 후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에게 잊혀지겠지요.

하지만 당사자 가족들이 겪어야 할 후폭풍은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바뀌어도 잠잠해지지 않습니다. 동생과 언니 오빠를 잃은 형과 아우들은 외로울 겁니다. 고통스러워하는 부모님을 볼 때마다 함께 슬픔에 잠기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지면 내가 대신 죽었어야 엄마 아빠 마음이 덜 아팠겠지하며 어린 나이에 충분히 받지 못한 관심과 사랑이 그리울 겁니다. 모든 당사자에게 이런 참사는 처음이라 서로에게 실수를 할 거예요. 근데 모두가 취약한 상태라 평소라면 아무것도 아닌 말과 행동들이 비수가 되어 뇌리에 박힐 겁니다.”

김씨는 또한 살아남은 학생들의 심경도 대변했다.

목숨을 부지한 친구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피해 가족이 받는 고통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아주 기나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많이 울 거예요. 저처럼 술을 많이 마셔 위 천공이 생길지도, 간헐적으로 생기는 행복감에도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에 기쁨을 온전히 만끽하지도 못합니다. 죄책감이 가져다주는 잔인하고 고통스러운 여정이 친구들 앞에 놓여 있습니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보고도 공포를 떠올려야 하고, 안내방송이 나오면 건물 밖으로 뛰어나갈지 모릅니다. 제주도 땅은 평생 밟아 볼 수 없을지도 모르고요. 살아남은 급우들끼리도 서로를 피할 겁니다. 만나면 생각나거든요. 많은 단원고 학생이 자퇴를 할 겁니다. 살아남은 제가 그랬듯 제 친구들이 그랬듯 말입니다. “

그리고 김씨는 대한민국 사회에 부탁하고 싶다고 당부의 글도 남겼다.

사회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사건사고가 잊혀졌다고, 당사자도 괜찮을 거라 어림짐작하지 말아주세요. 지금껏 안부를 여쭙는 제 친구 부모님들은 여전히 아파합니다. 세월호 사고 피해자뿐만 아니라 가족도 꼭 사회가 알아주세요. 오래전에 발생한 제 사고가 있던 시절은 사람들이 무지해서 어느 누구도 정신건강의학과 치료가 필요할 거라고 얘기해주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가족들 주위에 계신 분들이 꼭 힘이 되어 주세요. 잠이 오지 않는다 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하면, 머리가 아프다 하면, 2014년이 흐르고 흘러 2024년이 되어도 꼭 손을 잡고 함께 울어주세요. 보듬어 주세요. 그리고 전문가를 찾아 주세요.”

끝으로 그는 제가 평생안고 살아가는 죄책감입니다. 세월호 사람들은 짊어지지 않게 해줘요라며 자신이 쓴 4년전 일기를 소개하며 마무리했다.

사람이 숨쉬고 사는 게 일상이라서,
사람이 태어나는 것도 그리고 죽는 것도 그 일상 중에 한 부분이라서,
너를 보내는 것도 나에겐, 그리고 네 부모님껜 일상이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 기억은 절대 일상이 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동반하는 것이라서
17살이던 내가 27살이 되어도 나는 여전히 눈물이 나고
나는 네가 보고 싶다.” (2010714일 일기)

이렇게 장문의 글을 가감없이 소개하는 것은 이제부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그리고 생존자 가족들이 겪어야 할 일들을 대한민국 사회가 깨닫고 치유의 단계로 옮겨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세월호 사고같은 대형 참사를 겪은 사람들의 치료는 안산을 벗어나 도망치듯 해선 치료가 되지 않는다. 안산에서 진도에서 참사를 겪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정면으로 슬픔과 분노에 맞서야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그런 점에서 안산과 진도에 세월초 참사후유증으로 피해자들이 안산을 떠나지 않도록 대한민국 사회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질 말아야 한다안산과 진도에 대한민국 최대 힐링도시로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라 고 충고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대한민국 사회가 가슴에 새겨야 할 충고이다.

부일외고 수학여행 참사
2000714일 오후 240분경 경북 김천시 봉산면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 부산 방향 하행선에서 부산 부일외국어고 1학년 학생들을 태운 수학여행 버스가 빗길에 멈춰 선 5t 트럭을 추돌했다. 이후 뒤따르던 관광버스 2대와 승용차 등이 연쇄 추돌했으며 당시 학생들을 태운 또 다른 버스는 이를 피하려다 15m 아래 언덕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추돌 차량들이 전소하고 학생 13명 등 총 18명이 숨졌고 100여 명이 다쳤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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