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변과 관련해 19일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5.19 담화를 통해 “최종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세월호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국가 개조 구상을 밝혔다.

해양경찰청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 안전행정부·해양수산부의 기능 대폭 축소 이관, 민관유착 근절, 공무원의 유관기관 취업 제한 및 금지 규정 3배 강화, 민간 전문인 등용 확대,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비정상화의 정상화,”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제정, 등이 그것들이다.

그밖에도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세월호 의사자(義死者)의 이름을 한 명씩 불러가던 중 “고 박지영, 김기웅, 정현 선생님” 부분에 이르러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박 대통령의 국가 개조 구상 발표는 세월호 재발을 예방하고 그동안 누적된 행정적 적폐를 도려내려는 개혁 의지로 평가된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의 국가 개조 구상은 일부 필요 이상의 과잉조치가 포함되었다는데서 재검토해야 한다. 해양경찰청 해체가 그것이다. 해경이 초동대응이나 구조과정에서 직무 태만과 유기가 입증된다면 마땅히 징계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61년 역사의 해경을 아예 없애버린다는 것은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하는 격이다. 잘못된 흠을 고치려다 지나치게 과잉 대응함으로써 일을 그르친다는 뜻이다.

한국은 3면이 바다인 까닭에 해경은 필수적이다. 미국에는 해양경비대가 있고 일본에는 해상보안청이 있다. 우리나라도 해양경찰청은 없어서는 아니 될 조직이다. 해경을 해체해 기능과 역할을 여러 부처로 분산시킬 경우 체계적 대응력이 떨어지고 지리멸렬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가 개조와 관련, 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한다. 제도 개편, 대통령 권력의 분산 위임, 정치권의 선진화, 인사 쇄신, 전문가 등용, 개혁의 지속성, 민관유착 근절, 네 탓 아닌 내 탓 풍토 진작,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여기에 국가 개조와 관련해 춘원(春園) 이광수의 ‘민족개조론’을 상기코자 한다. 춘원의 ‘민족개조론’은 1922년 월간지 개벽(開闢) 5월에 실린 장문의 글이다. 이 글에서 추원은 ‘조선민족의 쇠퇴 원인’이 일본인들의 주장대로 조선조의 ‘악정(惡政)‘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조선조 패망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조선인의 빗나간 의식구조에 있다고 지적하며 ‘민족성을 개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개조해야 할 민족성으로 10여 가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그들 중에서도 주목해야 할 대목은 여섯 가지다. 거짓말하고 속이는 습성, 신용 없고 약속 안 지키는 버릇, 겁 많고 비굴한 성격, 사회적 공익을 외면하는 편협한 이기심, 공상(空想)과 공론(空論), 표리부동(表裏不同), 등이다. 춘원이 92년 전 우리 민족이 반드시 고쳐야 할 대상으로 지적한 망국적 민족성은 아직도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이 비뚤어진 “민족성”은 대한민국의 부조리와 관피아 그리고 4류 정치를 자초했고 세월호 참사로 이어졌다.

박 대통령이 추구하는 국가 개조를 위해서는 민관유착 근절 등 제도적 접근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동시에 절실한 것은 국민들의 배배꼬인 의식구조 개혁이 따라줘야 한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마련되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들이 속이고 표리부동하며 비굴하면 제대로 작동될 수가 없다. 국가 개조는 제도적 개혁과 동시에 정신적 개조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춘원의 ‘민족개조론’을 떠올리며 국가 개조를 위해선 국민의 의식개혁 운동이 함께 병행돼야함을 절감한다. 진정코 “대한민국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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