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해지면 본색이 드러나는 법이다. 내란음모 파문을 일으키고 심각한 종북 논란에 휩싸여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심판이 진행 중인 통합진보당과의 경남지사 후보 단일화 문제가 새정치연합의 내부 갈등을 증폭시켰다. 특히 문재인 의원이 당 지도부의 반대를 무시한 채 단일화 필요성을 강조해서 일촉즉발의 ‘친노’와 당 지도부 간의 대결 양상이 나타났다.

문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세월호는 광주”라고 언급한 바 있다. 세월호 비극을 정권심판론으로 점화시키고 야권 단일화를 요구하는 방법으로 지방선거 이후의 입지 상승을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친노계 좌장이자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점에서 문 의원의 단일화 발언은 새정치연합의 이중성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여권의 거듭되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새정치연합의 지지도가 상승하지 않는 이유가 당 정체성에 관한 문제임을 다 아는 터다. 그런 걸 통합야권의 대통령 후보 했던 사람이 정말 모르는 건지, 애써 외면하는 건지 판단이 안 온다.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진당과 또다시 손을 맞잡겠다는 것은 지방선거 승리에 눈이 멀어서가 아니라 본래 통진당과의 정체성이 같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민주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통진당과 ‘묻지마’ 연대를 해서 종북성향 인사들이 국회와 일부 자치단체에 대거 둥지를 트는 바람에 일어난 사건들을 대한민국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가 인식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이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반국가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징역살이 하던 이석기를 가석방 요건을 무시하면서까지 광복절 특사로 풀어준 바 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 재가를 받아서였다.

통진당은 즉각 새정치연 지도부 공세에 가세해 ‘우리가 남이가’의 ‘쌩얼굴’을 드러냈다.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상대 존재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란 야권연대의 원칙이 복원되어야 한다”며 “단일화를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정치연이 조작된 종북 공세가 두려워 야권 단일화에 한발짝 나서지 못한다면 민심에 대한 역행”이라고 비난했다.

어떤 민심을 말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다. 통진당의 종북 성향에 관한 국민의 경계심이 느슨했을 때가 있어서 정치판을 혼돈케 한 유권자들 책임이 없지 않으나 이 땅 민심이 한때나마 종북을 허용한 적 없다. 쉽게 말하면 거짓 진보에 농락당한 민심이 나타날 때가 있었다.

문재인 의원은 “통진당과의 당 대 당의 연대는 곤란하지만 지역에서 후보들 간 단일화는 반대하지 않는다”는 말로 새정치연의 이중성 논란을 어물쩍 피해갈 심산이었으나, 그 속내를 모를 리 없는 많은 국민들이 현 정국을 비통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통진당이 지난 28일 국회에서 “세월호는 격침”이란 ‘괴담’ 토론회를 연 데 대한 문 의원의 인식은 뭘까.

설마 세월호 사건을 정치적 호재로 여겨서 제발 광우병 사태 때보다 더한 통치권 저항 운동이 전국 곳곳에 확대되기를 바라는 건 아닐 것이라고 보지만, 최소한 세월호 참사 후에 보인 그의 행보가 과반에 가까운 유권자 지지를 얻은 전직 대통령 후보로서의 실망감을 준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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