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링크 제품 병 속에 면봉을 삽입한 후 불량품인 것처럼 속여 제조사를 협박한 일당이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들 일당은 한 회사에 동일한 수법을 계속 사용하다 덜미를 잡히게 됐다. 특히 이들의 면봉 삽입 기술은 능수능란한 것으로 밝혀져 타사 제품에대해서도 유사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춘천지검 수사과는 지난 20일 유명 비타민 드링크제품 병에 면봉을 투입한 뒤 제조과정에서 들어간 것처럼 속이고 이를 미끼로 업체로부터 거액을 갈취한 최 모(42·남)씨와 범죄에 가담한 조 모(42·여)씨 등 2명을 공갈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해 11월 21일 비타민 드링크를 구입한 뒤 면봉을 집어넣고 봉합, 음료수 병에 면봉이 들어있다며 제조업체 임원을 협박해 합의금 명목으로 350만원을 갈취한 혐의다.최씨가 범행을 저지르게 된 동기는 생활고 때문. 수억원의 빚에 시달리던 최씨는 우연히 보게 된 인터넷 민원 게시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불량식품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들을 보며 범행을 구상한 것이다.‘불량제품’을 만들기 위해 궁리하던 최씨는 여러 식품을 대상으로 실험하던 중 드라이버를 이용해 병마개 밑부분을 뜯어낸 뒤 이물질을 투입하고 마개를 따지 않은 것처럼 봉합하는 수법을 고안해냈다.방법을 고안해 낸 후 최씨는 차안에 도구를 가지고 다니며 병마개를 여닫는 연습을 총 100여차례 실시하는 등 사전에 치밀하게 범죄 준비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최씨는 반신반의하며 협박을 시도했지만 이외로 협박은 잘 먹혀들었다. 제품에 대한 치명적인 이미지 손실을 우려한 회사 간부가 합의금 명목으로 순순히 350만원을 내놓았기 때문이다.공갈협박이 통하자 최씨는 본격적인 추가 범죄를 계획하게 됐다. 최씨는 평소 자주 들르던 단란주점 주인 조씨와 범행을 공모하기로 하고 조씨에게 전화통화 요령을 가르쳐 주며 회사 협박을 권유하는 등 본격적인 범죄 모의에 들어갔다.

이후 최씨 일당은 “4,000만원을 주지 않으며 면봉이 들어있는 음료수 병을 언론사와 소비자 단체 등에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겠다” 고 업체에 수차례 협박을 시도했다.동일한 수법의 협박 전화를 이상하게 여긴 회사측의 신고로 검찰은 은밀하게 내사를 벌였다.내사를 벌인 검찰 춘천지검 수사과 관계자는 “거의 같은 시점에 같은 지역에서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남녀 2명이 각각 회사측에 거액을 요구했는데, 서로간 통화가 빈번했던 것을 주목하며 공갈협박임을 확신하게 됐다” 고 말했다.이어 이 관계자는 “제조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면밀히 검토해 제조공정상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다. 즉, 정상적으로 생산한 완제품에 인위적으로 면봉을 투입한 것이 확실했다” 며 “피의자들이 범죄사실을 완강히 부인할 것에 대비, 두 사람의 최근 행적을 조사하던 중 두 사람이 최씨의 승용차에서 자주 접선한 사실을 발견하고 최씨 승용차를 압수 수색해 범행에 사용된 드라이버와 면봉, 연습용 음료수 병을 찾아냈다. 이후 최씨로부터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 고 말했다.

구속된 최씨는 “국내 드링크 제품 중 매출규모가 가장 큰 제품이라서 최씨일당이 범행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불량제품이 인터넷이나 언론매체 등에 유포되면 제조업체가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이어 최씨는 “처음에는 회사 관계자가 순순히 보상금을 지급했지만 똑같은 요구를 반복하자 보상금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보상금 액수도 늘리고 협박전화를 시도한 횟수도 늘리게 됐다” 며 “병마개를 여는 것은 쉬웠지만 열었던 흔적없이 마개를 닫는 것이 어려웠다. 병속에 무엇을 투입할 것인지 고민하던 중 길고 가는 제품을 투입하면 병마개 손상없이 감쪽같이 마개를 닫을 수 있어서 면봉을 사용했다”고 말했다.한편, 사건을 수사한 춘천지검은 “최씨의 조작솜씨가 능수능란한 점으로 미뤄볼 때 타사 드링크 제품에 대해서도 공갈협박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사범죄 발생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 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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