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밝혀진 아기납치 생모살해 사건으로 인해 온 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동시에 그동안 사회문제로 거론돼 왔던 일부 심부름센터들의 행각이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업체들은 대부분 합법적인 업무수행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번에 연루된 심부름업체와 같이 일부는‘돈만주면 뭐든지 한다’는 식의 막가파식 영업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업소측은 고액을 제시하며 온갖 것을 다 시키는 일부 의뢰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몇몇 심부름 업체와 전화통화를 시도한 결과, 대부분 업체들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한 업소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모든 심부름 업체들이 철퇴를 맞은 분위기”라며 대뜸 “기자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어렵게 통화가 이뤄진 서울 강남의 한 심부름업체 관계자인 김모씨는 “별의 별 것을 다 시킨다”고 말한다.

김씨는 “우리 회사의 주 의뢰인들은 30대 후반에서 50대초 부유층 여성들”이라며 “의뢰인들의 요구 내용은 일일이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갈수록 요구사항도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김씨는 돈만 주면 뭐든지 다 하는 업체도 문제지만 의뢰인들에게도 문제가 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30대 중후반 여성에게서 최근 약품에 관한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주로 다이어트에 효과가 크다고 소문난 약품을 구해달라는 것인데 문제는 이들 약품이 의사처방전 없이는 구할 수 없거나 국내에서 금지된 약품이라는 데 있다. 김씨는 “그들이 원하는 약품을 구해주는 대가로 받는 돈이 약값의 10배가 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금지된 약품을 구하는 것 자체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수고비는 받아야 일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우리 회사의 경우 마약류나 청산가리류의 약품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그는 가끔 그런 류의 약을 구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위험이 너무 커서 자체적으로 거절하고 있다고 밝혔다. 40대 이상의 주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어오는 의뢰 내용은 단연 남편 뒷조사에 관한 것이다. 김씨는 “강남의 부유층 ‘사모님’들은 돈은 달라는대로 줄테니 확실한 현장을 잡아달라고 한다”고 말했다.그러나 업소 관계자는 이들로부터 받는 금액에 대해서는 철저히 함구했다. “사건의 내용, 해결의 용이성과 위험도,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그는 “간단한 외도 조사가 착수금조로만 200만~300만원을 받는 것과 비교해볼 때 월등히 높은 선에서 시작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보통 그들은 단순히 불륜 증거를 잡는 수준에서 만족하지 않는다.

남편의 불륜 대상에 대한 정확한 신상 및 정보를 원하는 것은 기본이다. 특이한 사실은 대부분의 부유층 사모님들이 자신의 남편과 불륜 관계에 있는 여성을 심부름센터 직원을 통해 응징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김씨는“오히려 그들은 외도 여성을 남편 몰래 집으로 조용히 데리고 와달라는 주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한편 심부름세터에 종종 황당한 사건의뢰도 들어온다.40대 초반의 여성으로부터 대뜸 “건장한 어깨들 좀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는 것이다. 중1짜리 아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는데 아들을 괴롭히는 애들을 혼 좀 내달라는 것. 그녀가 원한 것은 ‘다시는 괴롭히지 않겠다는 혈서를 받아달라’, ‘보통 나쁜 애들이 아니니 흠씬 두들겨 패달라’, ‘강하게 협박하라’는 식이다.뿐만 아니라 자신의 딸과 오랫동안 사귀던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말에 격분, ‘남자구실을 못하게 만들어 달라’고 의뢰를 한 50대 어머니도 있었다며 김씨는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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