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한 후 일본계 상하이 기업에 근무하는 30대 왕통하이(王通海·남)씨. 그는 맞벌이를 하는 아내와 함께 포동지역에 주택을 마련, 임박한 출산준비에 설레는 평범한 중국인이다. 그의 매월 수입은 평균 약 8,000 위안(한국돈 약 100만원)이고, 아내의 수입은 약 6,000위안(약 80만원). 부부수입을 합치면 결코 적지 않은 월급이다. 이들은 매월 주택마련을 위한 부동산 대출금 상환으로 약 4,000위안을 지출하고 있으며 식비나 기타 잡비 등을 포함한 매월 고정 생활비로 약 3,000 위안을 지출하고 있다. 수입 가운데 매월 약 4,000위안은 곧 태어날 아이와 부부의 노후를 위해 저축하고 있다는 왕씨 부부는 중국의 ‘사회과학원’이 분류한 ‘중국의 10대 사회계층 분류’ 중 전형적인 중산층에 해당한다. “중산층에 대해 국제적으로 통일된 개념은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2001년말에 중국 사회과학원이 내놓은 ‘현대 중국사회 계층 연구보고’ 이후 비로소 중산층을 포함한 체계적인 사회계층 분류가 시작되었습니다.”샤오싱(紹興)의 한 대학 교수의 말이다. 그는 자신 또한 이들 중산층 가운데 한 명이라 한다. 대학에서 마련해 준 아파트를 자기비용으로 재구입, 마이 홈을 마련하였으며 그곳에서 10대인 딸과 역시 교수인 아내와 함께 살고있다. 자동차 구입에 관심에 많다는 그는 중국에서 이제 막 통용되기 시작한 사회계층 분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들려준다. 먼저 사회과학원의 위 보고서에서는 중국사회를 상류층-중상류층-중중류층-중하류층-하류층의 5단계로 나누고 있으며 이들 각 계층은 다시 각각 2개로 분류, 결국 10개 계층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흔히 일컬어지는 중산층에는 중상류층(주로 민간기업주와 테크노크라트), 중중류층(주로 사무직과 자영업자) 그리고 중하류층(주로 상업, 서비스업 종사자 및 제조업 근로자)의 3개 부류가 있고, 이들은 전체 중국인구의 약 40%에 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중하류층은 주로 상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비전문 인력과 제2차 산업에 종사하는 육체노동자로 이뤄져 있어 사실상 하위층에 더 가깝다고 한다. “중하위층은 사회과학원의 중산층 요건을 총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죠. 이들은 사회과학원이 내건 중산층이 되기 위한 3가지 요건, 즉 우선 연간 수입 약 8만 위안(약 1,000만원)~40만 위안(약 3,200만원)일 것, 다음으로는 일정수준의 문화지식을 보유한 사람일 것, 마지막으로 이같은 두가지 조건 외에 자신의 지적능력을 기반으로 사무직에 종사하거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일 것이라는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사회과학원의 분류대로라면 중국의 중산층은 결국 중국 전체 인구의 약 14.7%, 총인구 수로는 약 1억 9,000만명 정도인 셈이다.

중국의 국가통계국은 중국의 중산층에 대해 약간 다른 통계를 나타내고 있다. 통계국에 의하면 중산층이 되려면 연간 6만 위안에서 50만 위안의 수입을 올려야 한다. 이를 근거로 하면 중국에는 현재 전체 인구의 약 5%인 6,500만명 정도가 중산층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비율은 2020년까지 약 45%정도까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통계국의 이와 같은 계산은 UN산하 세계은행(World Bank)이 규정한 세계 중간 수입계층의 1인당 생산총액(약 3,500달러~8,000달러)을 1인당 수입으로 환산, 거기에 환율 등의 여러 요인을 고려하여 나온 수치이다. 중국당국에 의하면 이 수치는 중국전역에서 약 4개월간 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여 나온 것이고,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느 정도의 신뢰성은 확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위 두가지 자료에 의거할 때 중국의 중산층은 연간 약 8만 위안(한국돈 약 1,000만원)의 수입이 있으며 어느 정도의 지적수준을 갖춘 사무직 혹은 자영업자라는 정의가 가능하다. “맞아요, 기자의 추론 그대로이죠. 이는 곧 중국경제는 이미 중국에서도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될 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는 것이죠. 이들 중산층에는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들이 대거 포함됩니다. 대부분 대학을 졸업한 이들은 두사람에 의한 풍족한 수입으로 부동산과 재테크에 관심이 많고 삶을 즐기려는 경향이 강해요. 따라서 중국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외국기업들은 이들의 성향이나 기호 등에 주목해야 합니다. 중국의 주된 소비계층은 이제 3.5% 정도에 불과한 최상위층으로부터 중산층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죠”. 국제무역을 강의하는 우교수의 중국진출 전략 가이드이다.

한편 이들 중산층은 경제적 측면뿐 아니라 중국의 정치`사회도 리드하는 주요 역할을 담당한다. 이들은 비록 아직까지는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공공연하게 드러내는데 주저하고 있지만 중국의 정치`사회 자유화에 어느 계층보다도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자오즈양 총서기, 좋습니다. 그의 공과를 떠나, 외국식으로 하면 그도 일국의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아닙니까. 그러한 그가 지도자 유골이 안치되는 혁명공묘 1호실에 안치될 수 없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정부는 대세를 역류하려 하고 있어요.”중국의 또 다른 중산층 짐(Jim·30대·미혼남) 의 항변이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그는 영어로 자신을 소개했다.

“(중국)정부는 두려워하지만 말고 이제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며, 인민들에게 상의할 것은 상의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상하이의 한 사우나에서 만난 그와 그의 친구 톰(Tom·30대)은 자오즈양의 사망과 장례에 대한 질문에 자신들의 견해를 거침없이 나타냈다. “사망사실 보도만 해도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들은 이미 인터넷의 외국뉴스를 통해 정부가 발표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중국)정부의 태도는 이게 뭡니까?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그것도 불과 두세줄에 불과한 짤막한 사망사실 보도뿐입니다. 이래서야 일반인들의 지지를 살 수 있겠습니까?”한국을 포함한 외국에서는 중국내 정치사회 문제에 대한 중국인들의 인식 및 그에 대한 표현에 적지 않은 제한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는 아직도 언론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당국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일반인의 입에 재갈이 물려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ADSL 방식의 인터넷만 해도 8,000만명 이상이 가입하고 있으며 개혁개방에 따른 외국어 학습 열풍, 유학 등으로 인해 중국인들도 활짝 열린 눈과 귀, 그리고 반쯤 열린 입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제국가 중국이라고는 하지만 이들 중국인들도 자신들의 문제에 대해 상당수준 파악하고 있고 또 이를 우려하며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의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대부분이 바로 기초적 생계문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중산층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지금 21세기를 살아가고 있지만 (중국의) 정치부문은 아직 19세기 말기에 머물고 있어요. 초등학생에게 위험한 핵무기를 맡긴 셈이죠. 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갸름한 체구 전신에 송송이 맺힌 땀방울을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는 중국인 톰의 말은 결연히 이어진다. “그들도 신(神)이 아니지 않습니까? 이제 공산당이나 정부도 비난 받을 일을 하면 비난받아야 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해야 마땅합니다. 이대로는 그들로부터 나의 가족과 피땀흘려 마련한 소중한 재산을 도저히 지켜낼 수가 없어요. 그들은 지금 방향을 잘못 잡고 있어요. 중국의 진정한 발전은 바로 그들의 호된 각성으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그들은 명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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