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따르면 2003년 말 기준으로 이 시장에 종사하는 상인은 직판상인 1,723명, 중도매인(세칭 브로커) 2,911명 등 총 4,047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 95년 4,601명에 비해 550여명이 줄어든 것으로, 지난 85년 개장 이후 농수산물 유통구조가 다변화되면서 기존 상인들이 상당수 가락동 시장을 떠났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95년 이후 연도별 상인 통계를 보면 중도매인의 경우 95년 2,317명에서 2000년엔 1,905명으로 무려 400여명이 감소했고, 직판상인 역시 95년 1,919명에서 200년엔 1,746명으로 급감했다. 이처럼 상인수가 줄어든 원인은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다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시장 내 상인들간의 갈등이 또다른 원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현지 상인들에 의하면 농수산물을 거래하는 브로커와 상인들간의 갈등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일부 농산물의 경우 유통구조가 왜곡되고, 물건값이 들쭉날쭉해 소비자들의 피해마저 우려될 정도라는 것이다.
그러면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벌어지는 상인과 브로커간의 갈등 원인은 무엇일까. 현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유통과정은 브로커가 농민(생산자)으로부터 물건을 매입한 뒤 경매를 통해 시장상인에게 공급하고, 이 물건이 마트나 백화점 등을 통해 최종 소비자들에게 전달된다. 브로커를 통한 경매를 거치지 않고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직거래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브로커들이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조달받은 물건들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경매에 부쳐 부당이득을 챙기는 일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상인들에 의하면 일부 브로커들은 재고로 남은 물건을 대형 마트에 덤핑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부당이익을 챙기는 사례도 벌어지고 있다는 것.그럼에도 상인들은 브로커들을 상대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현지에서 만난 상인 이모씨는 “브로커를 통하지 않고 영업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겪을 경우에도 어쩔 수 없이 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브로커의 눈 밖에 날 경우 영업은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 몇몇 상인들은 브로커들의 횡포에 반발했다가 어느날 괴한들이 들이닥쳐 영업장이 쑥대밭으로 변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자 상당수 상인들은 자구책 차원에서 상인조합을 결성해 브로커들에 정면으로 맞서는 힘겨루기 사태로 비화됐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현지 상인과 브로커간의 갈등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게 현지 상인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상황이 이러함에도 서울시 산하기관인 농수산물시장공사측은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사측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브로커의 부당이득 문제는 전혀 모르는 얘기”라며 “상인들간의 내부문제는 공사측이 개입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어느 상인의 절규…“장사고 뭐고 때려치우고 싶다”
“공갈과 협박 일삼았다” vs “그런일 없었다”지난 3월15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에 상인 고모씨가 브로커 이모씨를 상대로 낸 고소장이 접수됐다. 소장에 의하면 1996년 물류 마트를 경영하고 있던 고소인 고모씨는 브로커 이모씨와 상거래를 하던 중 가계수표가 부도나는 바람에 50일간 경찰에 구금되었다. 고씨가 구금되어 있는 사이 고씨와 마트를 동업하고 있던 이모씨가 고씨 몰래 마트를 처분한 뒤 브로커 이씨에게 개인적으로 지불할 돈 4,500여만원을 갚지 않고 잠적했다. 고씨가 출소한 후 브로커 이씨는 자취를 감춘 이씨에게 받을 부채를 고씨에게 변제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씨의 협박과 공갈에 시달리던 고씨는 10여차례에 걸쳐 4,700만원을 갚았고 올 1월에 2,500만원을 추가로 지불했지만 이씨는 원금 4,500여만원에 대한 이자를 합산하여 지불하라며 걸핏하면 사람들을 대동하고 영업장에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다는 것이 고씨의 주장이다. 고씨는 “이씨는 팔순 노부모에게까지 나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며 “장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시골로 내려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고소인 이씨측의 주장은 다르다. 이씨는 고씨가 주장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특히 협박과 공갈을 일삼았다는 고씨의 주장에 대해 이씨는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