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측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촉각 곤두 세워‘세계 판매 연속 5년 1위.’ 휘센 에어컨을 판매하고 있는 LG전자가 최근 전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광고 문구다. 점유율 1위를 적극 부각시켜 우수 제품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런 LG전자가 최근 적지 않은 골치를 앓고 있다. 에어컨 결함으로 인한 화재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측은 현재 관련 사건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꺼리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 유족들이 LG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들의 손을 들어준 터라 향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세계 1위 브랜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LG에어컨의 화재사건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03년 5월. 미국 텍사스주 웨슬라코의 컨테이너 주택에 화재가 발생한 것이 사건의 시작이다.

난데없는 봉변을 당한 피해자들은 화재의 원인을 LG전자의 에어컨 탓으로 돌렸다. 제품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국 피해자 유족들은 텍사스주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들은 재판에서 “화재로 인해 집이 전소됐으며, 9살 난 아들까지 사망했다”면서 “화재 원인이 전적으로 제품 결함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LG전자가 모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G전자는 현재 유족들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내용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제품은 이미 미국 공업규격(UL)을 획득한 제품이며, 제품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같은 제품이 어떻게 미국의 안전인증을 통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담당 변호사를 통해 LG에어컨이 기본적인 산업표준 규격조차 갖추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LG전자와 피해자 유족간의 피튀기는 법정 공방이 시작됐다. 문제는 법원이 최근 피해자 유족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점이다. 텍사스주 법원은 “제품에 비상식적인 결함과 위험이 발견됐다”면서 “LG전자는 피해자 가족에게 3,400만달러를 보상하라”고 판결했다.현지 언론들도 법원 판결에 한몫 거들고 있다. 이들은 심지어 자국의 품질인증제도에 대한 신뢰성까지도 거론하는 등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저명 방송사인 CNBC는 최근 “UL 마크를 획득한 LG전자의 다른 모델에서도 불길이 급속히 타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이같은 결함 제품에 UL 인증이 나간 것은 미국 품질테스트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CNBC는 이어 “테스트에 따른 비용 부담 때문에 실제 테스트가 생략됐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제도 보완을 통해 더 이상 이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일간지들도 LG전자가 미국 전기·전자분야 공업규격인 UL 마크를 획득한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는 등 파문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나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LG에어컨의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에어컨의 전세계 점유율은 현재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마쓰시타와 비교할 때 200만대 이상 차이가 날 정도다. 특히 미국 시장은 사실상 LG전자의 ‘황금 시장’이나 마찬가지다. LG에어컨은 지난 2000년부터 4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미국 가정용 에어컨 두 대중 한 대는 LG전자가 생산한 제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때문에 이번 사건으로 인해 판매율이 하락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켜보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다른 국가에서는 LG에어컨의 화재 사건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슷한 종류의 화재 사건이 미국 언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되고 있는 터라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KOTRA LA무역관 관계자는 “LG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사업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면서 “제품의 결함 유무를 떠나 소비자들이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측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다. 상황을 파악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법원 판결이 난 이후 항소했다”면서 “현지 법인을 통해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인 만큼 아직 뭐라고 말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LG에어컨 화재 사건 판매에 영향 미치나현지 언론 LG전자에 집중공격…이미지 타격 불가피LG에어컨 사태를 바라보는 관련 업계의 시각은 현재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단 이번 화재 사건이 LG에어컨의 판매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지난해 중순 압력밥솥의 폭발로 인해 골치를 앓아왔다. 당시 미국에서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압력밥솥의 폭발사고가 여러차례 발생했다. 이로 인해 LG전자는 문제의 제품에 대한 리콜을 실시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이같은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비슷한 사건이 재발함으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특히 최근 상황은 현지 언론들까지 가세해 LG전자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때문에 LG전자의 향후 행보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대다수의 지적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LG전자가 현재 판매하고 있는 에어컨은 전세계적으로 판매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번 화재 사건으로 인해 약간의 판매율 하락은 있겠지만,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68년 국내 최초로 미국에 진출한 LG전자는 꾸준한 기술개발로 시장을 선도해 왔다”면서 “일시적 타격은 있겠지만 판매율 하락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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