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cm의 키에 48kg의 여성과의 하룻밤?’
이제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원하는 이상형의 여성과의 섹스가 가능한 시대가 온 것 같다. 물론 고가의 윤락비(?)를 지불한다면 말이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다보면 마치 인형처럼 생긴 여성들의 사진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람의 체형과 똑같은 이들이 실제 여성이 아닌 인형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들은 ‘리얼돌’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실제 여성과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다. 이 인형들을 명명하는 이름은 생산 업체의 고유 브랜드로서 전체를 아우르는 명칭은 아니지만 ‘리얼돌’ 혹은 ‘캔디걸’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며 국내에서도 두터운 마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다. 리얼돌 동호회 회원이자 자타공인 리얼돌 마니아인 김지영(27)씨. 그는 “모든 리얼돌을 남성의 성욕해소용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리얼돌은 사람과 똑같이 만들고자 하는 생각에서 극히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쓴 인형일 뿐 처음부터 음란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김씨의 말이다.

더치 와이프 시대

문제는 리얼돌의 용도가 남성의 성욕해소를 위한 ‘더치 와이프’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 또다른 리얼돌 마니아인 최성현(30)씨는 “굳이 인정하기는 싫지만 리얼돌이 섹스돌로 이용되는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최씨는 “리얼돌은 성욕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물품의 최종 진화형”이라며 “리얼돌은 하나같이 남성의 성적 팬터지에 가까운 얼굴과 외모를 지니고 있다. 또 섹스돌이 아니라면 굳이 혀나 체모 성기 등 여성의 은밀한 신체부위까지 똑같이 만들 필요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최씨는 이어 “리얼돌 관련 사이트나 제조회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봐도 리얼돌은 하나같이 성적인 도구로서 소개되어 있다”며 “리얼돌 중에는 쉬메일과 같이 다양한 성적 기호를 지닌 사람들을 위한 옵션도 즐비하다”고 덧붙였다.리얼돌은 피부는 물론이고 페이스, 신장이나 무게 등의 신체 사이즈가 실제 인간과 거의 흡사하다. 손가락에서 발가락까지 모든 관절이 있으며 체모나 치아, 혀가 있는 것은 물론이다. 최씨는 “현재는 워낙 고가인데다가 국내 반입금지 품목인탓에 리얼돌 오너가 거의 없지만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리얼돌 관련 잡지만해도 수두룩하다”며 “조만간 우리나라도 자신의 이상적인 섹스파트너와 즐길 수 있는 더치와이프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형매춘의 시대

“대한민국 1%만 모십니다” 모텔에 리얼돌을 배치해놓고 실제 정사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한 업소가 내걸고 있는 문구다. 경기도에 위치한 이 모텔은 “갈수록 퇴폐적이고, 비위생적이며 은밀한 방법으로 성 욕구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남성들에 대한 대안을 ‘XX의 집’에서는 제공하고자 합니다”라는 말로 영업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100% 전화예약제로 영업이 이루어지며, 고객은 사전에 매니저의 일대일 상담에 의해 개별 약속을 잡아야 이용이 가능하며 모든 것은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 오픈한 지 한달 남짓 된 이 업소의 홈페이지에는 가격 및 위치, 리얼돌의 종류 등 각종 궁금증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업소를 체험한 사람들의 이용후기도 수천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고 있다.

정윤성 관세청 상담원 인터뷰“국내 유통 ‘리얼돌’ 모두 불법”

리얼돌에 대한 관세청의 입장은 업소측에서 ‘리얼돌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 것과 확연히 다르다. 정윤성 서울세관 관세종합상담센터 상담원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리얼돌은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으로 관세법 234조에 의해 국내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말했다. 리얼돌의 경우 우리나라의 정서상 풍속을 문란하게 하는 음란물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분류되어 수입금지 품목이라는 것. 실제로 관세법 234조(수출입의 금지) 항목에는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 간행물·도화·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기타 이에 준하는 물품은 수출입을 금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그는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리얼돌은 두말 할 것 없이 불법”이라 강조했다. 그는 “업주측에서 아무리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도 리얼돌은 정상적인 유통방법으로는 절대 들여올 수 없는 물품이다. 리얼돌은 국내에서 제조한 뒤 수입품이라 속여서 유통되고 있거나 정상적인 통관절차를 밟지 않은 밀수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리얼돌을 제조하는 홈페이지에서조차 ‘한국에서는 구입할 수 없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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