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성개방 풍조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연애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무서운 시대가 온 것 같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자유연애’를 함부로 했다가는 큰 일을 당할지도 모른다. 최근 가장 아끼고 사랑해야 할 연인 사이에서 폭력과 살인같은 강력 사건들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헤어진 후에도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에 앙심을 품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폭행하거나, 헤어지자는 말에 격분한 나머지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4월 6일 하루 동안 대구와 부산에서는 각각 어처구니없는 강력사건이 일어났다. 살인과 흉기난동으로 얼룩진 이들 사건은 모두 사귀던 애인에 의한 범행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질투와 소유욕에 눈이 먼 일부 남성들의 집착은 연인간에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데이트 폭력 빈번

“A는 나를 침대위로 밀치고 구타를 시작했다. 폭행은 근 한시간 가량 계속됐다. 얼굴과 귀는 심하게 붓고 멍이 들었으며 코뼈가 내려앉았다. 옆구리는 숨쉴 때나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느껴진다.”“헤어진 후에도 그는 걸핏하면 내 원룸으로 찾아와 손찌검을 하는가하면 강제로 관계를 가졌다. 경찰에 신고하면 네 가족까지 모두 죽여버리겠다며 온갖 욕설이 섞인 말로 협박하고 있다.”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로부터 수시로 심한 폭행과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여성들이 모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올린 사연의 일부다. 이 게시판에는 남자친구나 애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연이 셀 수 없을만큼 많이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들은 애인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감히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죽을 때까지 못 벗어날 것”

직장인 김수미(28·가명)씨는 “드러내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피해여성은 훨씬 많을 것”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4년간 사귄 애인으로부터 고통당하고 있는 케이스. 애인 정모(31)씨의 폭력은 사귄지 한달 후부터 시작됐다. “평소에 그는 내게 더없이 자상하고 좋은 남자친구”라는 김씨는 “그가 폭력을 휘두를 때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 거의 제 정신이 아닌 것 같다”고 전했다.정씨의 폭력으로 몇 번이나 헤어지려고도 했다는 김씨는 현재 ‘자포자기’ 상태다. 다니던 회사도 옮기고 연락처도 몇 번이나 바꿔봤지만 헛수고였다. 그때마다 정씨는 귀신같이 김씨를 찾아냈다고 한다. 그후에 김씨에게 돌아오는 것은 정씨의 엄청난 폭언과 폭행이었다는 것. “나는 평생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헤어지기 전에 아마 나는 그의 손에 죽을 것”이라는 게 김씨의 말이다. 걸핏하면 흉기를 들고 협박을 일삼는다는 정씨. 김씨는 “헤어지자고 하면 ‘너는 물론이고 네 부모까지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하는 탓에 가족들까지 노이로제가 걸린 상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변심하면 죽음뿐

여성의 전화 상담실에 올라온 강혜진(23·가명)씨의 사연은 좀 더 심각한 경우다. 작년에 8개월가량 사귀던 애인과 성격차이로 헤어진 강씨는 올초부터 새로운 남자친구와 교제중이다. 그런데 강씨는 한달전 생각하기도 싫을만큼 끔찍한 일을 경험했다. 헤어진 남자친구 박모(25)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자신과 헤어진 후 마음대로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것이 괘씸하다는 이유였다. 박씨의 괴롭힘은 헤어진 직후부터 계속됐다고 한다. 처음에 박씨는 강씨에게 ‘다시 사귀자’고 매달렸지만 강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는 돌변했다. 박씨는 “헤어진지 얼마나 됐다고 다른 남자를 만나냐. 네가 다른 남자와 잘되는 꼴을 절대 두고 볼 수 없다”며 수시로 전화로 욕설을 퍼붓는가하면 직장으로까지 찾아와 망신을 주기도 했다는 것. 심지어 박씨는 ‘변심했으니 죽음뿐이다. 니가 나를 버리고도 무사할 것 같냐’는 협박과 함께 길거리에서도 손찌검을 일삼았다. 그러던 중 결국 박씨에 의해 경기도의 모텔로 끌려가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그러나 박씨는 “신고하려면 해봐라. 너는 물론 네 부모까지 생매장시켜버리겠다”며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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