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인 무엇인가

일단 경찰은 과속에 따른 사고라고 추정한다. 강 경장에 따르면 사고 당일 인천지역에는 비가 내린 탓에 도로가 미끄러운 상태였다는 것. “도로가 젖어 있었기 때문에 스피드마크가 확인되지 않아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게 강 경장의 말이다. 그는 “현재까지는 사고원인이 단순 과속인지, 타이어 펑크로 인한 것인지 확답할 수 없다”며 “당시 차량이 시속 몇 km로 달렸는지에 대한 파악도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레이싱을 즐기는 이들에게 한 밤중의 인천공항고속도로가 최적의 코스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공항에 근무하는 한 남성은 “고속버스가 끊긴 한밤중의 이곳은 완전 무법지대”라며 “시속 200km는 족히 넘는 속도로 ‘목숨 걸고’ 달리는 레이싱 차량을 흔히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종종 고급 외국산차 4~5대가 줄지어 레이싱을 하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며 “돈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단속 카메라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최고급 스포츠카에 불이…왜?

고 차량이 최고급 외산 스포츠카로 꼽히는 페라리인 점을 감안해볼 때 타이어가 주행도중에 쉽게 펑크가 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일반적으로 페라리와 같은 고급 스포츠카에는 주행과 안전성의 측면에 주력해 특수하게 제작된 타이어가 기본적으로 장착되기 때문에 시속 300km 정도에도 견딜 수 있는데, 갑작스러운 차량 펑크로 인해 중심을 잃었다는 부분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의 의견이다.

숨진 두 남녀는 누구인가

페라리와 같은 고가의 차량을 소유할 정도라면 평범한 신분은 아닐 것이란 게 세간의 추측. 그러나 강 경장은 “이들이 어느 정도 부유한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지만,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집안의 자제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요즘은 연예인이나 재벌집안의 자제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페라리와 같은 고급차량을 타고다니는 이들이 상당수”라는 것이 강 경장의 설명이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 김씨는 차량 네비게이션과 관련한 사업을, 동승한 여성 이씨는 인테리어 관련업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들이 모두 기혼으로 유부남, 유부녀였다는 사실이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경찰은 “어떤 관계인지는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부부는 아니다”라고 귀띔했다. 비오는 화요일밤. 자정이 되어가는 늦은 시간에 이들 두 남녀는 왜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던걸까.

외제·국산차 주의운전 예외없다

외제차 ‘페라리’ 중앙선 침범 후 정면 충돌운전자·택시 승객 등 2명 그 자리서 숨져“페라리 중앙선 넘어서 횡단보도 표시봉 1차 충돌 후 유턴, 마주오던 SM5택시 ‘꽈앙!’…페라리 운전자 차에서 바로 튕겨져 나옴… 택시 2바퀴 돌고 횡단보도에 정지… 페라리 중앙선 횡단 후 정지… 페라리 거의 폐차… 조수석 뒷바퀴 휠 골절… 거의 차 모양 없어짐… SM5 택시 본넷… 휀다… 박살… A필러 멀쩡… 문 안 열림… 기사와 승객 피흘리고 쓰러져 있음”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지난 1월22일 대낮에 강남 한복판에서 일어난 페라리 승용차와 택시의 사고현장 목격담이다. 이는 ‘페라리의 명성’에 힘입어 순식간에 3만건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보는 ‘드림카’ 페라리. 그러나 페라리 운전자들의 부주의로 인해 수건의 대형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에 달하는 비싼 가격 만큼 성능과 안전성면에서 거의 최고를 자랑하는 ‘천하의 페라리’도 사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지난 1월 22일 청담동 도산대로에서는 페라리 F355스파이더와 SM5택시의 충돌 사고가 일어났다. 목격자들의 말에 따르면 오전 11시 40분경 도산대로 학동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향 200m지난 지점에서 유턴하던 페라리 승용차가 반대편에서 오던 택시와 정면 충돌했다는 것이다. 이 사고는 페라리 운전자와 택시에 타고 있던 승객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택시기사만 간신히 목숨을 건진 한 낮의 대형사고였다. 특히 이 사건은 당시 현장을 목격한 어느 네티즌의 제보로 인터넷에 널리 퍼졌는데, 사고차량이 ‘페라리’라는 이유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사고로 인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파손된 페라리의 사진이었다. 자료 사진을 본 수많은 네티즌들은 화려한 미관을 뽐내던 페라리가 마치 구겨진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모습에 경악했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 있는 고급차 사고와 관련하여 경찰은 “수억을 호가하는 고급차량도 생명을 보장할 수는 없다. 특히 교차로 등에서 정면충돌 사고때는 누구도 예외없이 끔찍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어떤 경우에도 안전운전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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