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332억원, 영업이익 99억원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경매사이트 옥션. 하루 옥션을 이용하는 수십만명의 사람들 사이에서 최근들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악덕 판매자’에게 뒤통수를 맞고도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구매자들 사이에는 ‘옥션이 무책임한 영업방식을 고수할 경우 집단 옥션 불매 움직임에도 나서겠다’는 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옥션이 왜 이러나.“옥션은 짭션?”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인터넷경매 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는 전년에 비해 117.6%나 증가했다. 이는 최근 4년 사이에 인터넷 경매관련 소비자 피해구제 건수가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로 인터넷 경매시장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행법상 인터넷경매는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되어 있어, 약관에 ‘판매자와 소비자를 단순히 중개하므로 거래 자체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내용만 고지하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면책된다는 것도 문제. 옥션을 통해 거래를 해온 김성수(30·가명)씨는 “불법제품을 차단한다고는 하지만 ‘비양심적’인 판매자가 ‘사기’를 치려고 마음먹을 경우 구매자는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옥션에서는 수억원대의 가짜 명품이 버젓이 판매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이트를 둘러보면 시중가 10만원이 훨씬 넘는 D&G나 ARMANI 등의 명품 티셔츠도 2~5만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정식 명품매장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가격이다.

‘MADE IN ITALY’를 달고 버젓이 ‘정품’ 딱지를 붙인 이들 제품들은 ‘날개돋친 듯’ 판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정식 수입된 명품이라면 가격에서 큰 차이가 날 수 없다”며 “옥션에서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명품들은 대부분 정식경로를 거치지 않은 보따리상의 물건이거나 짭(이미테이션)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알면서도 묵인?” 소비자들이 주장하는 문제는 나중에 자신이 구매한 상품이 ‘짝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도 보상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짝퉁을 판매한 것이 들통난 경우 일부 판매자는 환불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정말 몰랐다’고 발뺌하는가 하면, 심할 경우 아예 잠적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속은 것을 알고 분노하면서도 고작 몇만원 때문에 번거롭게 신고를 하거나 소송을 하려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옥션이 중개자의 입장에서 개인간 거래에 일일이 관여하기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불법제품이 난무하는 현실을 알고서도 방관하고 있다면 문제”라고 주장했다. “명품가장한 사기 아직 먹히나. 웃음밖에 안나와...”과거 이미테이션 수입업을 전문으로 했다는 정모(33)씨는 “옥션에 들어가보면 ‘아직도 그런 짝퉁들이 먹히나 하는 생각에 웃음밖에 안나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옥션에서는 스탁이니 OEM, Over-run 운운하며 ‘정품’임을 강조하는 판매자들이 많은데, 말도 안되는 가격에 팔리고 있는 명품은 100% 짝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가짜는 중국, 동남아 등지에서 생산된다. 나이키, 아베크롬비, 홀리스터, 리복, 퓨마, 아디다스 등의 공장이 몰려 있는 중국 등지에서는 아예 짝퉁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도매상들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짭을 수입해도 면장은 다 나온다. 세관증서나 수입면장 등을 운운하면 속는다. 옥션이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모르는 사람은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나몰라라 영업 언제까지?정씨는 “옥션의 명성을 믿고 거래했다가 피해를 입은 이들이 한 둘이 아닐 것”이라며 “이는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옥션은 구매자가 구매결정을 해야 판매자에게 물품대금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구매결정 후에는 거래가 정상적으로 종료된 것으로 본다.

하지만 문제는 구매결정 이후에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거의 속수무책이라는 것. 옥션측은 사이트에 ‘물품의 반품에 있어서도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한 반품규정이 판매자가 지정한 반품 조건보다 우선한다’고 명기하고 있지만 판매자가 반품수령확인을 해 주지 않으면 환불이 어렵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악덕 판매자한테 걸리면 구매자는 당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 판매자의 불만도 높다. 판매자들은 “초저가 마진으로 판매하는 데다 각종 수수료와 택배비, 세금까지 부담할 경우 남는 게 없다”고 호소한다. 한 판매자는 “거래가 성사와 상관없이 등록만 하면 수수료를 내야 하는게 말이 되나. 유찰시 수수료 부과는 잘못”이라 주장했다. 이와 관련, 정씨는 “옥션은 ‘구매결정’이라는 장치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들지 말고 시장의 적극적인 정화 및 효율적인 수수료 부과 문제에 개입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옥션측 “사전검열 어렵지만 문제발생시 신속한 조치”옥션 홍보팀의 홍윤희 과장은 “물품들마다 등록전 사전검열을 할 순 없지만, 문제가 되는 품목이나 거래에 대해서는 신속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가짜 명품이 버젓이 올라오기도 하는데.▲ 옥션만의 문제는 아니다. ‘열린마켓’의 특성상 판매자들이 올리는 물품을 사전에 일일이 체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시중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유통되는 명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명품은 유통과정에서 거품이 많이 붙는 품목이다. 가격이 싸다해서 짝퉁으로 볼 수는 없다. 현재 불법제품 차단장치인 VERO를 가동중이고 소보원이나 검찰측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제품들은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 판매자들 사이에서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데.▲ 등록 수수료는 일종의 광고비로 반환이 어렵지만 전산상 문제나 실수로 올린 부분에 대해서는 융통성있게 조치를 취하고 있다.

- 구매결정 후 상거래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해서는.▲ 개인간 해결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분쟁해결이 안될 시에는 적극적으로 중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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