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중년들이 벌이는 신날하고 격정적인 대화

연극 <은밀한 기쁨> 으로 국내팬 찾았던 대극작가 데이비드 헤어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중년의 인생 발자취를 냉혹하거나 담담하게 담아낸 연극 <스카이라잇>이 오는 2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국내 초연된다. 스카이라잇은 작가 데이비드 헤어의 작품으로 1995년 영국 국립 극장에서 공연 됐고 영국 최고 권위 연극상인 올리비에 어워드 작품상(Best Play)을 수상한 바 있다. 데이비드 헤어는 연출, 배우, 영화감독 영역을 넘나들며 각종 수상과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까지 받은 대표 극작가다. 현대사회 문제를 개인의 삶에 정교하게 녹여내는데 능하며, 관객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힘이 있음을 증명해 왔다고 한다.

 
 
국내판 스카이라잇은 배우 이호재, 오지혜가 각각 톰, 카이라 역할을 맡았다. 두 배우 모두 다수 연극과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이다. 극중 톰과 카이라는 서로 간에 얽혀있는 현재와 과거를 들춰내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두 인물은 불륜을 지속 했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 또는 추억, 극과 극을 치닫는 사고방식을 확인하면서 왜 사랑했는지, 왜 맺어질 수 없었는지를 다시금 실감한다. 상대방이 나와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동정심과 경멸은 톰과 카이라만의 감정은 아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불신과 몰이해를 경험했던 관객들에게 공감을 안겨준다.
 
자신이 견고하게 쌓은 직업에 대한 당위성이 무너지고, 결국에는 콤플렉스 언저리로 떨어지는 상황은 상대방의 고집과 시선이 나를 바꾸려할 때 생길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누구나 어떤 분야에 대해 논쟁을 할 때, 자신이 펼치는 논리와 강단에 감탄 할 때가 있다. 마치 내가 그것을 꿰뚫고 지배하고 있는 듯한 놀라움과 희열 말이다. 하지만 한 순간 주고받았던 대단한 논쟁은 금방 증발하고 대부분은 똑같이 재현하지 못한다.
 
 
스카이 라잇은 이 순간들을 무대 위에 담았다. 연극은 누군가가 삶과 밀접한 논쟁을 감당하면서 느낄 나르시시즘과 콤플렉스를 리드미컬하게 보여주면서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든다. 현실에서는 잡기 힘든 순간을 글로써 고정 시켜 놓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고찰이 깃든 희곡은 관객으로 하여금 예술적으로 고취되도록 도와준다. 또한 매일 떠들었던 엄청난 양의 대화 중에서 어떤 부분이 자신의 근원에 근접한 것이었는지 기억나도록 돕는다.
 
줄거리-
과거 톰과 앨리스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가족처럼 지냈던 카이라. 앨리스의 죽음 이후 런던 변두리 외곽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카이라의 하루에 톰의 아들 에드워드가 갑작스럽게 방문한다. 이에 카이라는 3년 전 기억들을 떠올리기 시작한다. 톰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던 에드워드가 떠나고, 예상치 못한 톰의 방문이 이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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