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국가정보원의 대통령 선거 개입 수사를 경찰 수뇌부가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권은희(40) 서울 관악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20일 오전 11시30분께 사직서를 제출했다.

2005년 7월15일에 경찰관으로 임용된 지 9년만이다. 경찰은 이날 권 과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종보(49) 관악경찰서장은 "사직서는 서울경찰청에 접수됐다"며 "일신상의 사유로 사직서를 제출한다고 했다. 더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에 접수된 권 과장의 사직서는 향후 경찰청에 보고된다. 경찰청에서 의원면직 결격 여부를 따져 안전행정부에 제청을 한 뒤 안행부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경찰 내부에서는 권 과장의 사직서 제출을 두고 그 배경에 대한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사직 이유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권 과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직을 고려한 시점을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즈음 부터"라고 밝혔다.

사법고시 출신인 권 과장은 향후 대학원에 복학해 학업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지난해 1학기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현재 1년 째 휴학 중이다.

권 과장은 이날 업무를 마무리하며 사무실 정리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인 오는 30일까지 6일 동안 연가도 냈다.

앞서 지난해 4월 권 과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 당시 김용판(56) 전 서울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권 과장은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를 담당했다.

권 과장은 이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으로 발령됐다. 지난해 9월에는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사전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서면 경고를 받기도 했다. 지난 2월9일에는 관악경찰서 여청과장직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 5일 권 과장은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 전 청장의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에게 1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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