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받지 못한 양육비, 전 남편에게 청구할 수 있다

이혼 후 혼자 힘으로 아들을 키웠고, 아들은 이미 장성하여 군에 입대할 나이가 되어버렸다. 새벽같이 일어나 아들 도시락을 준비했고, 아들보다 일찍 나와 부랴부랴 공장에 출근해서 하루 일당을 벌고 저녁이면 녹초가 되어 귀가하는 일이 끝없이 반복됐다.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어 이혼한 전 남편에게 양육비를 보내달라고 전화를 해보지만, 전 남편은 나를 무슨 거지 취급하며 상대도 하지 않는다. 내가 그냥 공돈을 달라는 건가. 자기 핏줄 공부하게 학비라도 달라는 건데 어이없고 치사해서 욕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는다. 내일 새벽에 다시 일어나려면 어서 바삐 자야한다.
그렇게 정신없이 달려 아들을 혼자 키워냈고, 아들은 어느새 대학생이 되어 군대 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전 남편이 재혼해서 떵떵거리고 잘 산다는 소문이 기어이 내 귀에 와서 박힌다. 이혼한 후에 아들 한 번 제대로 만나지 않은 전 남편은, 양육비를 아껴 재산을 모았는지, 부자가 되어 새장가를 갔단다.

나는 원통했다. 내 아들은 온전히 잘 키웠지만, 앞으로 아들 장가도 보내려면 그동안 들어간 양육비라도 전남편에게 받아내야 공평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들은 이미 다 커서 미성년자가 아닌데 옛날 양육비를 지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조금 신파적이지만 결코 드물지 않은 과거 양육비 사례이다. 원래 과거양육비는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였지만, 대법원이 1994년 5월 13일 과거양육비 청구를 폭넓게 허용한 후 양육친은 비양육친을 상대로 과거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과거 양육비는 장래의 양육비와 달리, 지출된 비용 자체 외에도, 양육친이 자녀를 단독으로 양육하게 된 경위, 상대방이 부양의무를 인식하였는지 여부 및 그 시기, 그것이 양육에 소요된 통상의 생활비인지 아니면 이례적이고 불가피하게 소요된 다액의 특별한 비용(치료비 등)인지 여부, 나아가 당사자들의 재산상황이나 경제적 능력 또는 부담의 형평성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 금액이 결정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하는 것은 비양육친과 함께 부담해야 하는 양육비를 양육친이 먼저 지출한 후 비양육친으로부터 돌려받는 것이다. 양육비는 과거의 양육비든 장래의 양육비든 은혜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가해자를 죽음으로 몰 수도 있어

우리 사회에 가정폭력이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가족주의가 강한 우리나라에서 1997년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통해 사적인 공간에서 벌어지는 개인적인 문제로 인정되던 가정폭력을 공권력에 의해 강제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 것은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가정폭력이 피해여성과 그 자녀를 포함한 가족 전체, 더 나아가 사회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 10일 ‘2013년 가정폭력 행위자 상담 통계’를 분석한 결과, 폭력 정도가 점차 심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밝혔다. 지난해 서울가정법원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상담을 위탁받아 진행한 가정폭력 행위자 59명에 대한 상담 통계를 분석했다.

분석에 따르면 발이나 주먹, 흉기를 사용해 피해자에게 심한 폭력을 가한 경우가 2012년의 84.1%(37명)에서 2013년은 89.8%(53명)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행위 주체별로는 남편의 아내 상대 폭력이 77.9%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남편의 폭력에 대한 아내의 대응(8.5%), 부모-자녀간 폭력(3.4%) 등이 뒤를 이었다. 폭력 행사 원인(중복응답 가능)으로는 성격 차이(45.8%)인 경우가 가장 많았고, 뒤이어 부부간 불신(23.4%), 음주(11.7%) 순이었다.

가정폭력의 피해는 신체적, 심리적, 정서적 사회적인 모든 부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고 피해자의 자녀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가정폭력이 있는 가정의 아동은 정서적, 행동적으로 장애를 일으키기도 하며 가정폭력을 목격하면서 자란 아동은 후에 폭력을 행사한다는 폭력의 대물림 현상도 일어날 수 있다.

또한 가정폭력은 가정 파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오랫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려 도망치다 죽음을 당하거나 가정폭력이 원인이 되어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등 피해자와 가해자를 죽음으로 몰고 가기도 한다.

가정폭력은 더 이상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간에 발생하는 법적인 문제로서 범죄로 인식되어야 한다. 일반 범죄와 달리 가정폭력은 가해자가 처벌을 받더라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다시 만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벌만으로는 근원적인 해결이 되기 어렵다.
가족구성원들이 처해 있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가정폭력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가정폭력에 대한 대책을 수립할 때에도 이 점이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엄경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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