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관람 공연중 관객반응 가장 열광

극본, 연출, 음악, 연기, 무대미술 모두 올해의 연극근접 수준  

[일요서울|이창환 기자]  뮤지컬 연극 <안데르센>이 오는 76일까지 국립극단 소극장 판에서 공연된다. <안데르센>은 열네 살 소년 안데르센의 위대한 상상으로 진행되는 몽상극이다. <안데르센>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는 동화 줄거리를 소재로 한다는 위험성을 극복해, 마치 전혀 새롭게 보이는 비극과 환상을 만들어냈다. 이는 좋은 극이 갖추어야할 요소를 충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시대적, 부조리, 냉소적, 딜레마, 하드보일드한 색깔이 짙은 연극을 선호하는 관객들에게도, 말하자면 어린시절, , 세상을 향한 희망이라는 메시지에 '오글거리는' 이들에게도 통할 연극이다. 물론 이유는 <안데르센>이 막연히 알고 있는 것처럼 동화적인 이미지만을 추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잔인한 현실과 무차별한 죽음과 멀지 않다. 안데르센의 실제 동화 또한 그렇다.
 
하지만 작품은 인간 존엄성이 훼손되고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미약해 지는 현대의 삶 속에서 연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도전한다. 작가 안데르센의 정신처럼 ,연극이 파편화 되어 버린 세상에 구원이 되고 결핍된 이들에게 치유와 사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다.
 
 
안데르센은 구두 수선공인 아버지와 세탁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한 안데르센은 시와 희곡과 에세이를 쓰지만, 문법에 맞지 않는 글이라서 작가가 될 수 없었고, 배우를 꿈꿨지만 못 생긴 얼굴 때문에 배우도 될 수 없다. 안데르센은 열네 살에 어머니가 고된 노동으로 세상을 떠나자 자기 밑에서 쓸모 있는 인간이 되라는 시장의 권유를 뿌리치고 세상 여행길에 나선다.
안데르센은 동화 작가로서 명성을 얻긴 했지만, 동화는 그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는 시와 소설, 기행문과 희곡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했고, 특히 극작가로 성공하기를 원했지만 평생 뜻을 이루진 못했다. 안데르센은 자신이 쓴 동화는 어린이 뿐 아닌, 어른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성숙한 어른이 되어서야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년 안데르센의 결핍은 끝없는 상상이 되어 불멸의 영혼을 꿈꾼다. 작품은 동물마임, 그림자놀이, 종이인형, 꼭두마임 등 다양한 형식을 펼쳐 보이며 안데르센이 꿈꾸었던 세상을 그려낸다.
 
 
지난 2년간 국립극단에서 <궁리><혜경궁 홍씨>로 역사적 인물에 주력했던 작가 이윤택은 평소에 어른과 어린이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극 대본을 쓰고 싶다는 뜻을 줄곧 밝혀왔다. ‘2014 국립극단 봄마당 젊은 연출가전으로 이윤주 연출과 함께 선보이는 <안데르센>은 그의 첫 번째 가족극이다 평소 결핍된 자가 꿈을 꾼다는 컴플렉스 예술론을 신봉하는 극작가 이윤택이 결핍의 아이콘 동화작가 안데르센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만남이다.
 
열네 살 소년 안데르센은 고향 오데세 시장의 추천서를 받아 배우의 꿈을 안고 코펜하겐의 극장 감독을 찾아온다. 극장 감독에게 소년은 자신이 쓴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운 오리새끼>, <쓸모없는 여자>, <길동무>, <인어공주>, <프시케>, <성냥팔이 소녀>, <놋쇠병정일곱 편의 이야기 속 주인공들은 결핍된 자아가 투영된 안데르센의 분신들이다.
소년의 이야기는 닫혀있던 극장감독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그는 열 네 살 소년에게 문법학교에 입학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소년의 후견인이 되어 주기로 한다. 그는 안데르센을 발견한 극장장 요나스 콜린, 열 네 살 소년의 이름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불멸의 작가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hojj@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